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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살고 누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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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6-14 00:00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上龍膽湖因大雪三丈覆而還
눈이 세 길이나 덮인 Blue Gentian Lake에 갔다 돌아오다

尋春携酒探紫洞 봄을 찾아 술병 들고 깊은 골을 찾아드니
妖紅嫩葉含朝陽 고운 꽃 어린 새잎 아침햇살 먹음었네
寂陰一逕萬樹穿 인적없는 어둔 산길 밀림 속을 뚫었는데
林梢一瀑掛虛空 나무끝에 폭포 하나 허공 중에 걸렸구나
夜雨初晴淑氣新 밤비개인 사방경치 맑은 기운 산뜻한데
幽泉千曲自流靜 천구비 도는 물은 절로 흘러 고요하네
膽湖未春覆大雪 용담호는 봄 아니라 큰눈이 덮였어도
更有靑山二客迎 푸른산이 다시 있어 두 나그네 맞아주네

丁亥陽三月二十五日與林君登龍膽湖有懷梅軒偶吟
3월25일 임군과 함께 Blue Gentian Lake에 올라 소회가 있어 우연히 읊다.

사람은 걷게 되어 있다. 우리가 두 다리로 걷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 지구상의 네발 짐승 중 유일하게 두발로 대지를 지탱하고 걸을 수 있는 포유류는 사람이라는 동물뿐이다. 모르긴 해도 최초의 인류는 네발로 기어 다니다가 어느 순간 두 발로 걷는 법을 터득하면서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는 것이 진화론의 정설이기도 하다.

네발 짐승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땅만 보며 걷게 되어 있는데 비해, 인간은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을 굽어보며 걸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하늘적인 것과 땅적인 것, 정신적인 것과 육적인 것, 나아가서는 양과 음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리하여 걷는데 사용했던 두발이 불필요하여 퇴화되는 대신 손으로 기능변화를 일으킨 데서 인류문명이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창조론이냐 또는 진화론이냐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종교 대 과학의 담론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예로부터 고유한 천·지·인이라는 삼재(三才)사상이 있지 아니한가. 삼재란 세 가지의 질료 또는 재료를 말한다. 하늘과 땅에 짝할 수 있는 물(物)로서 사람(人)의 지위를 격상시킨 동양고유의 위대한 사상이다. 하늘은 우주요 시간이다. 땅은 공간이다. 인간은 땅이라는 공간에 살면서 제한된 시간의 하늘을 보며 살아가지만 땅을 변화시키는 문명을 만들 수 있으며 하늘이라는 영원한 시간에 대한 문제의식인 종교를 또한 창출한 것이니, 삼재사상이야말로 모든 것을 포괄하는 '모든 철학의 어머니'(mother of all philosophies)라 할만하지 않은가. 이것은 곧 인간이 하늘이라는 절대(absoluteness)에 맞먹는다는 교만한 생각이 아니라 하늘과 우주의 운행에 순응하는 이치를 깨달으면 하늘과 일치될 수 있다는 천인합일(天人合一)사상을 배태시키고 있다.

하늘 천(天)이라는 ‘天’자를 놓고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맨 위의 ‘一’은 하늘이다. 그 아래 큰 대(大)자는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서있는 상형자라고 할 수 있거나 그 가로획이 땅을 의미하는 또 하나의 부호라고도 할 수 있으니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바로 하늘 천자이므로 삼재사상이 이 글자 하나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구상에서 하늘을 의식하는 존재가 오로지 인간뿐이라는 뜻도 아울러 들어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인간은 어느 때부터인지 단단한 땅을 딛으며 걷는 것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걷는다는 행위는 인간의 자율적인 운동행위였는데 언제부터인지 이를 게을리하는 문명이 발전하면서 퇴행성 질병이 생겨났다. 우리가 사는 북미사회는 땅이 넓다보니 자동차가 필수인 것은 이해가 가나 걸어가도 될 것을 구태여 자동차를 타고 가는 나쁜 습관이 붙어버렸으니 막말로 우리의 다리가, 우리의 몸이 땅을 밟으며 지기(地氣)를 받아들이는 기회를 송두리째 박탈당하고 있다. 이러한 나쁜 습관에서 생겨난 것이 당뇨, 동맥경화, 심장병 같은 소위 모든 성인병이지 아니한가. 아프리카 오지의 모 부족은 워낙 가난하기에 물 길어오고, 땔감 구하고, 시장 가고 하는 교통수단을 오로지 ‘두발 자동차’에 의지한 결과 무병장수하고 있다는 TV 다큐를 본 적이 있다. 한국의 50-60년대도 워낙 가난하게 살았으니 도시나 농촌이나 두발로 걸어 학교 다니고 직장에 가며 시장에 다녔던 결과 당뇨라는 성인병이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 인간은 걸어야 살지, 걷지 않으면 죽는 동물인지도 모른다. 이조 500년 27대의 역대 임금님들이 단명했던 것은 단 50m만 움직여도 가마를 탔기 때문에 운동부족으로 인해 죄다 성인병에 걸린 탓으로 돌려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요즘 나온 무슨 건강가이드 책 제목이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인 것만 봐도 요즘 세상의 걷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나태함을 질타하고 있다.

산행은 모든 운동의 제왕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만이 다니는 무식한 운동이 아니라 대자연의 품에 안겨 저 높고 무궁한 하늘의 존재를 의식하며 우리를 낳아준 대지에 감사하는 마음을 생겨나게 하는 격조있는 운동이다. 산을 걷는 사람들은 생각하며 걸을 수 있다. 우주를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하고 문학과 예술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달라이라마와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존경받고 있는 월남의 틱낫한 스님이 프랑스의 오얏골(Plum Villiage)에서 명상운동의 기본으로 맨 처음 걷는 것을 가르친다. 마하트마 간디가 대영제국의 횡포에 맞서 벌인 저항운동인 ‘샤티그라하’도 인도 대륙을 두발로 걸으면서 출발하고 있으니 인간은 두발로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좋다는 진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걸어보라. 고즈넉한 산행의 오솔길을 오르며 머리에는 하늘의 신령한 양기가 정수리를 통해 충전되고, 땅으로부터 무병장수할 수 있는 모든 지기(地氣)가 다리를 통해 온몸에 쌓여간다고 말이다. 이러한 산행을 단 1년만 꾸준히 계속해 보라. 그대의 건강은 환골탈태할 정도로 호전될 것을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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