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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칩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29 00:00

전(前), 대구 원화여고 가정교사/ 현(現), 바다이야기 주인 손민애씨

◆ 학창시절 호랑이보다 무섭던 훈육주임, 학생 주임…

◇ 한달 전 킹스웨이에 음식점을 연 손민애씨. 교사를 할 때는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 음식점을 할때는 내 손에 사람들의 건강과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환하게 웃는다.

“국어 선생님, 제일 재미있는 얘기 많이 해주시는 선생님. 사회선생님, 대부분 혼자서 수업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 많다. 과학선생님, 상냥해 보이지만 실험관이나 과학실에 갔을 경우 무서운 하이에나로 돌변한다. 영어선생님,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 있어 보이고 활발하고 웃음이 제일 많다. 미술선생님, 패션감각이 뛰어나며 공주병기질이 있는 분이 많다. 음악선생님, 왠지 엄하면서도 수업 끝나면 정말로 친구처럼 맞먹는 분으로 돌변한다. 기술 가정 선생님, 엄마다운 느낌이 팍 오는 푸근한 분들이 많다. ”
고등학생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과목별 선생님의 특징이다. 가르치는 과목에 따라 학생들만큼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는 선생님들. 따뜻하게 용기를 주던 선생님과 호되게 야단을 치던 선생님, 긴 나무막대를 들고 학생들의 복장검사와 생활지도를 하는 학생주임 선생님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난다.
중고등학교 시절, 한창 잠이 많을 그 나이에는 아침마다 학교로 가는 길에서도 졸면서 걷는다. 그러다 교문이 저만치 명찰, 두발검사를 하는 선생님 모습이 보인다. 그냥 선생님이 아니다. 실루엣만 봐도 잠이 싹 달아나고, 교칙을 위반하지 않아도 그 앞에서 괜히 주눅들게 하던 선생님. 바로 학생주임, 훈육주임이다.
손민애씨는 70년대 대구 원화여고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두려움’의 계보를 잇는 학생주임으로 15년 장기집권(?) 했다.     

◆ 담당 교과목은 가정

원화여고에서 손민애씨가 담당한 교과목은 가정. 그러나 학생주임으로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명찰과 두발, 복장을 검사하다 못해 매주 교실을 돌며 가방검사까지 하던 지독한 선생님으로 악명(?)이 드높았다.
“그 때는 양쪽으로 머리를 묶고 다녔던 시절이죠. 우리학교는 신생학교라 단발을 하고 다녔는데 귀밑 2cm를 넘으면 가위를 들고 다니며 그 자리에서 자르곤 했죠. 요즘 같으면 학생들이 인권침해니 뭐니 당장 인터넷에 이름이 올랐을 겁니다.”
남학생과 데이트를 하다가 들켰거나, 미성년 관람불가 영화를 보다가 감찰반에 이름 표라도 빼앗기면 다음날 가차없이 학생과로 불려가 ‘불량 학생’으로 온갖 잔소리를 들으며 방과후 교무실 구석에 꿇어 앉아 수 백장의 반성문을 써야 했다. 그 시절만 해도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때. 반항, 항의 따위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감히 상상할 수 도 없던 일. 교사가 하는 모든 말은 곧 법이고 진리였다.
“불시에 교실을 돌며 가방 검사를 했었죠. 연애편지, 화장품, 남학생과 찍은 사진……. 요새 그 이야기 하면 아이들이 믿기는 커녕 웃을 일이지요.”
그래서 이런 선생님들의 별명은 보통 ‘독사’, ‘불독’, ‘마귀’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다. 대개 체육교사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자고등학교에서는 가정교사가 맡는 일도 흔했다. 그러나 손씨는 원래 무서운 선생님보다 친절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친절한 모습보다 무서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친절한 말보다 일단 무서운 선생님의 말을 더 잘 듣고 기억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무서워 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 여자 선생님에겐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 ‘학생주임’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악역을 담당하는 여자 학생주임 교사. 여자이기 때문에 더 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 한 것도 이유이긴 했지만 ‘사랑의 매’를 들어 폭력도 불사해야 할 때는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악역을 맡아야 했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울 수만 있다면 바로 ‘교육’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엄한 부모 밑에서 효자 난다고, 어쨌든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할 최소한의 능력을 갖출 때까지 무섭게 가르칠 필요가 있어요. 그 무서움이란 것이 꼭 폭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 위엄을 포함하는 것이죠. 반항? 반항하지 않도록 객관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아이도 납득할 수 있어야지요.”
손씨는 교사의 엄하고 무서움은 곧 아이들을 똑 바로 가르칠 수 있는 최고의 ‘교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종일관 무서움만으로 다스리면 아이들이 거리감을 가지므로 한편에서는 가장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교사로서 먼저 본을 보여야 한다는 것.

◆ 기억에 남는 학생

“엄마가 대구에서 아주 큰 요정을 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탈선의 길목에서 늘 아슬아슬 했어요. 큰 맘 먹고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생활했었죠.”
최선을 다했지만 계도에는 실패했던 경험이다. 집에 다녀온다고 나간 아이가 외박을 하고 며칠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더니 사고를 쳤던 것. 어떻게든 퇴학만은 막아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퇴학을 당하고 말았다. 학생주임이던 손씨가 퇴학시킨 것으로 오해한 학생은 선생님의 코를 베기 위해 칼을 품고 다녔다.
이와는 반대로 교사에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는 학생은 역시 공부를 가장 잘 하는 학생이다.  
“대구역에서 지게꾼으로 품팔이하던 아버지를 둔 학생이었는데, 공부를 무척 잘하고 성실한 아이였죠. 참고서와 교재를 사주고 등록금도 보태면서 키우다시피 했어요. 다행히 공부를 잘 해서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어요. 안과 전문의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데, 친정이 워낙 가난하고 차이가 나서 그런지 시집살이는 좀 심하게 했죠.”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보살펴 주었던 듯, 결혼한 제자의 최근 소식까지 알고 있었다.  

◆ 가정과는 70년대 인기학과

가정학과를 간 것은 ‘시집 잘 가는 학과’라서 선택했다며 웃는 손씨는 영남대학교 가정학과 67학번. 70년대에는 ‘시집 잘 가는 학과’로 가능했던 이야기. 그 시절 가정과는 여학생들에게 국문학과 이상으로 인기학과였다. 
“하하하 …… 실제로 시집 잘 가려고 가정과 오는 애들도 많았어요. 어른들도 가정과는 김치 담는 법, 한복 만들고 바느질 하는 법, 요리 하는 법 등등 살림살이를 가르친다고 오해하고 딸들을 가정과에 보낼 때 였으니까요. 물론 1학년 때는 교양과목으로 제사 지내는 법, 다도, 혼례예법과 같은 전통법도와 예법을 공부하고는 있지요.”
손씨의 첫 발령 지는 경북 포항 장기면에 있던 장기중고등학교. 이곳에서 1년 근무 후 두 번째 발령받은 곳이 대구 원화여고였다. 15년간 근무하던 원화여고를 떠나 서울로 이사한 후 교직을 떠났다.
“사투리 때문에 가르칠 수가 없었어요. 태어나서 한번도 대구를 떠난 적이 없었으니 본토 사투리를 서울 아이들이 알아듣지를 못하는 거에요.”
98년 밴쿠버로 이민을 온 손씨는 그동안 아이 셋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다가, 최근 킹스웨이에 한국음식점 ‘바다이야기’를 내고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손이 커서 음식을 푸짐하게 하긴 했어도 식당을 하는 것은 처음.
“교사를 할 때는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이 컸던 반면, 지금은 누구든 내가 만든 음식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큰 것 같다” 고 말한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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