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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외 아무것도 탐나는 게 없습니다 ”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12 00:00

정태훈씨 前 부산 MBC 경음악단장/ 現 밴쿠버 성 김대건 천주교회 근무

◇ 60이 넘은 나이에 색소폰을 배우고 있는‘아우덴시아’ 그룹 회원들의 열의를 칭찬하는 정태훈씨. 그 열의때문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색소폰 지도를 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교민들에게 더 좋은 곡을 들려 줄 계획이다.

◆ 색소포니스트  정. 태. 훈

지난 5월 프레이저밸리 한국학교 설립기금모금을 위한 ‘작은불꽃음악회’가 끝난 뒤 공연소식의 화두는 단연 색소폰 연주였다. 음악에 관심이 없던 이들마저도 ‘그 색소폰 연주자가 누구냐’고 물어 올 정도였다.

물론 그의 이름이 회자되는 것은 이 음악회가 처음도 아니다. 그는 불현듯 나타나 사람들의 시선을 거머쥔 연주자가 아니었다. 그 진가는 이민을 온 92년 이후 한인 교민들이 모이는 행사장 여러 곳에서 이미 이야기 되고 있었다.

공연 시간 내내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가슴 울리는 풍부한 색소폰 연주로 우아하고 절절한 음악을 들려주는 연주자. 그러나 그를 만났다거나 인터뷰를 했다는 말은 없었다.

낮에는 ‘성 김대건 천주교회’에서 일을 하고, ‘아우덴시아’ 색소폰 연주그룹 리더로 틈틈이 연습을 하며 휴일에도 지극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직접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전화 통화조차도 상당히 어려웠는데, 수 차례의 시도 끝에 음악 외 어떤 모양으로든 사람들 앞에 나서길 거절하는 그와 대면할 수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에 초연할 나이도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인터뷰에 나올 만한 사람이 못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음악 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조건, 음악 외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제가 연주를 잘 해서 그러겠어요? 이민 생활에 달리 즐거움을 찾을 만한 곳도 없고 색소폰 연주로 우리 가요를 들을 기회가 없어서겠지요.”
인터뷰를 시작하자 자연스레 음악 외 이야기가 나왔다.
 
◆ 손등에 꽂히는 박수…

기자가 음악회에서 처음 들은 그의 연주는, 80년대 우리나라 가요계 최대의 히트곡 ‘열애’를 편곡한 곡이었다. 가수 윤시내의 핏발서는 가창력과 함께 가슴을 파고들던 색소폰 연주가, 호소력 짙은 감성적이고 로맨틱한 소리로 그의 색소폰 연주에 되살아나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련한 추억 속의 감성을 강하게 터치 당한 40~50대가 열광했다. 외국인들까지 ‘앙코르’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무대 위에서, 예정된 연주가 끝난 악보를 차마 걷어가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던 색소폰 연주자. 노장의 색소폰에서 다시 ‘데니 보이’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공명을 울리듯 전신을 휘감는 색소폰 소리가 사람들의 추억을 헤집고 있었다. 무대 위로 포커스를 맞춘 조명을 제외한 모든 실내조명의 조도를 낮춘 희미한 객석에서, 핸드폰 불빛으로 더듬거리며 그의 이름을 찾았다.

색소폰 연주자 정태훈. 부산 MBC 경음악단장……

어슴프레한 무대 조명아래에서도 적지 않은 나이와 연륜이 엿보이는 그의 연주는, 해군 군악대 시절의 생동감과 일흔의 연륜이 적당히 뒤섞여 명 연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끊어질 듯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심장을 두드리는 쿵쾅거림으로 폭넓은 음폭을 넘나들고 있었다.

◆ 성장기, 해군군악대 시절 완성된 음악세계

한 손에 색소폰을 들고 한 손으로 악기를 잡은 손등을 두드리며 ‘손등에 박수를 꽂는’ 정씨. 해군군악학교, 해군군악대,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거쳐 부산 MBC경음악단 단장을 지내며 평생 음악 속에서 살아왔다. 

“충남 서천고등학교 밴드부에서 음악을 시작해서 해군군악대의 유니폼이 멋있어 해군학교를 갔죠. 이곳에서 조금의 빈틈이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군대식으로 편곡, 작곡, 지휘법까지 배웠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완전히 연습되지 않은 곡을 들고 연주를 하는 것은 스스로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한치의 실수에도 가차없이 날아드는 주먹세례를 받으며 한 손으로 지휘를 하면서 한 손은 교수가 원하는 담배와 성냥, 볼펜 등 소지품을 주머니 이곳 저곳에서 꺼내주어야 하는 훈련을 통해 지휘 법을 익혔다. 연주에서 실수는 곧 ‘죽음’이라는 각오로 공부하고 연습하며 좀 더 완전한 음악의 세계로 다가섰다.  

“음악하는 사람은 몸이 늙는다고 마음도 늙으면 안돼요. 취미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도 젊은 시절 한 시간 연습해서 되는 곡이라면, 나이를 먹을수록 그만큼 연습량을 늘려야 한다는 각오가 없으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연주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연습 때부터 정성을 다하지 않을 바엔 시작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는 해군 군악대 시절 바순(Bassoon)을 연주했다. 군악지를 통해 관련 책도 발간한 경험이 있는 바순연주를 배우게 된 에피소드가 또 재미있다.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제가 폐가 좋지 않아서 제대한 상급자를 대신해 바순을 하겠다고 하자 고참들이 전부 들고 일어났어요. 군악대에서는 악기도 계급에 따라가거던요. 꼭 해보고 싶은데 못하게 하니까 대장을 직접 찾아가서 졸라서 허락을 받아냈죠.”

◆ 올해 칠순, 음악 인생 60년, 아직 배울 게 많다

음악은 매일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일만큼이나 익숙한 정태훈씨. 이제는 곡만 보면 편곡자를 알아낼 만큼 연륜이 쌓였지만 아직도 배우고 싶은 악기가 있어, 얼마 전 오보에를 주문 했다가 되물렸던 일도 있었다. 그의 수준에 맞는 오보에를 구하지 못한다며 되돌려 준 것.

악기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면 세상에서 아무것도 탐나는 게 없는 그의 음악에 대한 철학도 분명하다. 악기에 맞는 편곡과 그에 맞는 연습으로 완벽한 연주를 들려 줄 수 있을 때 연주를 승낙한다. 

그는 음악 외 잘 하는 것이 또 많이 있다.  유도 2단에 일본에서 사무라이들이 칼을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렸을 때 긴급하게 손으로 사용하는 호신술 ‘야와라’가 또 2단이란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태권도, 축구도 선수로 뛸만큼의 수준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게다가 성당에서 청년성가대지휘를 하던 이민 직후에는 국악미사곡을 작곡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연주를 들어 본 사람들이라면 이후 케니지,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등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들의 음악을 대할 때마다 ‘정. 태. 훈’ 그를 떠올리게 될 듯 하다.

올해 일흔 살이 된 그는 요즘, 밴쿠버 성 김대건 천주교회에서 일을 하며 ‘아우덴시아’ 색소폰 연주그룹 리더로 또 색소폰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 속에서 여전히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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