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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온천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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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8-02 00:00

探勝聖阿格尼絲溫泉
세인트 아그네스 온천의 비경을 찾아서

麗洞深深路轉長 릴루엣 깊은 계곡 길은 돌아 멀고 먼데
層巒疊疊逼穹蒼 겹겹이 높은 산들 하늘 끝에 닿아있네
風和日暖熊鹿見 화창한 봄날씨에 곰사슴이 나타나니
殘生追逐水雲鄕 나머지 나의 인생 신선고을 찾는구나
寒灘爭流碧潭幽 찬여울은 흘러가고 옥빛물은 그윽한데
漬身溫泉疑華淸 온천물에 몸담그니 화청지가 예로구나
浮雲世事吾無預 부질없는 세상일에 전혀 나는 무관하니
江山卽是解脫境 아름다운 이 강산이 곧장 바로 니르반나

丁亥陽五月十日與四人探遊聖阿格尼絲溫泉有仙興梅軒暢吟
정해년 양 5월10일 네 사람과 함께 St. Agnes 자연온천을 찾아가 신선의 흥취가 있어 매헌은 화창한 마음으로 읊다.

주) 제 5련 끝에 인용한 ‘화청지’는 중국 당나라 때 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로 유명한 온천의 이름임. 지금도 중국 시안의 서쪽 여산에 화청지의 온천터가 남아있어 관광코스로도 유명함. 백낙천이 양귀비와 당현종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에도 이 온천 이름이 나온다.

한국 사람들은 온천을 좋아한다. 일본열도는 지진이 잦은 그만큼 지구 속의 용광로인 용암 국물이 삐져나오는 화산지대라 매캐한 유황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연온천이 셀 수없이 많다. 이에 비해 단단한 지반 위에 올라 앉은 한반도는 온천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선망의 대상이 된다. 종래의 온양이나 동래 온천 외에도 몇 군데가 더 개발되었다고는 하나 자연 온수의 양이 적어 숫제 보일러로 데운 수돗물로 물타기 해야 장사가 된다니 공중목욕탕이나 진배없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진짜 온천을 찾아 일본으로 원정을 가는 것이리라. 고온다습하여 항상 끈적끈적한 까닭에 짚방석 다다미로 자리를 깔거나 나무로 집을 지어야 습기를 흡수하고 결로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일본은 불쾌지수를 해결하는 온천 목욕 문화가 그들의 생활 양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 밴쿠버 지역은 해리슨 핫 스프링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온천으로 유명하니 한인들이 즐겨 찾는다. 최근 이 지역에 한인들의 실버타운 개념인 휴양타운 건설을 착공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거의 8년을 웃도는 세월 동안 매주 산행을 해온 필자는 이 온천에 가고 싶은 충동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이보다 훨씬 매력을 풍기는 자연 온천이 사방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인적없는 심산 유곡의 원시림과 만년설로 뒤덮인 영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계곡을 올라가면 운무에 휩싸인 기암괴석들 사이에 형성된 웅덩이에 유황냄새가 진동하며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섭씨 40도 이상의 자연온천이 있는데 그 누가 무정한 콘크리트 시멘트 바닥에 타일을 붙인 온천탕에 굳이 가려고 하겠는가.

해리슨 핫 스프링에서 험준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차량으로 두 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클리어 크릭 자연온천과 펨버튼에서 역시 동일한 거리에 있는 미거 크릭 및 세인트 아그네스 자연온천을 매년 정기적으로 탐방하고 있는 필자는 자연온천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자연주의자를 자임한다. 울창한 침엽수림 끝에서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 오르며 보슬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만추의 계절, 사방의 고혹적인 풍광에 눈이 어지러운 것도 황송한데, 모든 근육이 풀어지는 뜨거운 웅덩이에 알몸을 담그고 있는 그 순간은 다만 독자들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아니 그 순간만큼은 제왕이 부럽지 않은 뿌듯한 행복감은 물론이요 이 세상에 태어나 '이런 호사를 다 누리는구나'라는 만족감에 젖어 든다. 거기에다 뜨거운 웅덩이에 데운 정종을 홀짝거리며 은근한 술기운이 온몸에 퍼져가노라면 하늘에 자욱한 구름 사이로 선녀들이 하늘거리는 천상의 옷을 입고 금방 내려올 것 같은 황홀감은 오직 가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환상의 육화라고나 할까.

온천이라면 당장 생각나는 것이 곧 당현종이 양귀비와 로맨스를 시작한 중국 시안(西安)의 화청지(華淸池)이다. 지금도 그 비극적 사랑의 역사적 현장을 복원한 화청지엔 풍만한 육체로 성당(盛唐)의 절정인 태평성대를 기울게 했던 경국지색(傾國之色) 양귀비가 몸을 담갔던 대리석 욕조 귀비탕(貴妃湯)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그 유명한 백거이가 이 두 사람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읊은 불후의 장편 서사시의 그 구절을 기억하는가.

‘회모일소백미생(回眸一笑百媚生) 육궁분대무안색(六宮粉黛無顔色) 춘한사욕화청지(春寒賜浴華淸池) 온천수활세응지(溫泉水滑洗凝脂)... 눈을 돌려 한번 웃으면 온갖 매력이 생겨나니, 여섯 궁의 모든 미녀 당할 안색 하나 없네, 추운 초봄 화청지에 온천욕을 내리실제 옥같은 그 살결에 온천물이 미끄러졌으라'

필자는 장한가를 풀이하는 것이 아니다. 인공 조형물이나 조경물, 그 외 모든 것들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자연을 능가할 수 없다는 진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부차드 가든의 휘황찬란한 꽃밭보다는 인적없는 산행로에서 만난 야생화를 더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이 그간 산행을 열심히 다니며 쏟은 수십 만 방울의 땀방울 하나 하나가 쌓여서 이룩한 나의 체험 그 자체일 터이다. 당현종이 아무리 제왕의 권세를 누리며 최고의 미녀를 독차지하고 화청지에서 온천욕을 즐겼다 한들 나같이 별볼일없는 포의(布衣)가 그들이 역사의 뒷무대로 사라진 1400년 후에 즐기는 자연온천욕의 그 기분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장담한다. 이러한 온천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험한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는 좋은 사륜구동 차량에 어느 정도의 모험심이 따라야 하지만 그보다는 자연을 사랑하는 그 "끼"가 있어야 한다. 셰익스피어는 말하지 않았던가. '오직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차지할 수 있다'(None but the brave win the fair)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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