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마주 앉은 그가…누구라도 좋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04 00:00

잉글리시 베이 실비아 호텔 레스토랑

◇ 파란 담쟁이 넝쿨이 아름다운 실비아 호텔. 작은 문을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레스토랑이 있다.

◆ 아침바다…그리고 모닝커피

아침 햇살이 막 퍼지기 시작한 이른 아침의 잉글리쉬베이. 갈매기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바다 옆에 호젓하게 서 있는 실비아 호텔 레스토랑을 추천한 사람은 김회자(비전유학원 원장)씨다. 직업상 한국에서 온 손님들과 가벼운 아침 식사와 모닝커피를 즐기기 위해 일주일이면 두 세 번 이곳을 찾는다.

그는 “모닝 커피 한 잔에 샌드위치 한 조각만 먹어도 하루가 행복해 지는 레스토랑……”이라고 추천했다. 50여 년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외벽. 서로의 허리를 칭칭 휘감으며 10층 높이의 건물 옥상까지 덮어버린 담쟁이 넝쿨이 시작된 땅쪽 뿌리가 사람 허리만한 고목이다. 창문만 빼꼼히 남겨두고 숫제 건물을 꽁꽁 가두어 버린 담쟁이는, 밤새 바닷바람에 실려 온 수분을 머금고 한껏 살아 나 새파란 잎새를 꼿꼿하게 치켜세우고 있다.

◆ 이곳에서는 무념이 좋다

눈 앞에 펼쳐진 도심 빌딩과 오버랩 된 바다는 새벽이 쏟아 놓고 떠난 별빛을 뿌려 놓은 듯, 수면 위 잔물결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바다를 배경으로 창을 등지거나 혹은 옆으로 앉은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 향이 막 잠에서 깨어난 눈꺼풀을 다시 스르르 내려 감기게 하고, 맑은 공기 탓인지 커피 향이 유난히 예민하게 향기를 뿜으며 코끝을 간지럽힌다. 문득, 이곳에서는 특별히 배고픈 날이 아니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민보다 무념(無念)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먹는 건 먹는 것, 분위기는 분위기’. 애써 눈을 크게 뜨고 메뉴를 펼쳤다. 이곳에서 아침시간에는 메뉴 판을 굳이 펼칠 것도 없다. ‘실비아 스페셜’ 메뉴 하나면 끝. 하지만 새로운 곳을 찾았을 때 골라보는 재미를 느끼는 것도 즐거움. 잔뜩 배고픈 사람처럼 열심히 메뉴 판을 샅샅이 뒤지다가 역시 ‘실비아 스페셜’에 커피 하나를 시켰다. 여기에 호텔에서 직접 만든 신선한 요거트와 허니듀, 딸기, 포도가 함께 나오는 샐러드. 이것도 부족하다면 나머지는 잉글리쉬베이의 저 맑은 햇살과 바닷바람과 갈매기 울음 소리로 채우면 된다.

◆ 담쟁이 넝쿨 뒤덮인 유서 깊은 호텔

양심적인(?) 담쟁이들이 살짝 비켜 간 출입문을 들어서면 왼쪽은 객실 손님을 맞이하는 호텔 프론트데스크, 오른 쪽이 레스토랑이다. 입구부터 손님들의 손때 묻은 고풍스런 다크 브라운 컬러의 가구와 벽면에 장식된 낡은 액자 하나까지 호텔의 역사가 스며있다.

레스토랑을 향하기 전 뒤를 돌아보면 호텔 손님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다. 위를 보면 시계처럼 생긴 것이 있고, 이 재미있는 시계는 손님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마다 ‘째깍’거리며 재빨리 오르락 내리락 손님이 이용하는 층수를 표시해 주고 있다. 1958년 이 호텔이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이곳에 있었던 이 단순한 기계는 실비아 호텔의 50년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밴쿠버에서는 이 호텔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명품이다. 건물 내부 벽에는 크고 작은 흑백사진들이 걸려있다. 다운타운이 발전되기 이전 잉글리시 베이의 주변 풍경들이다. 사진 속 호텔 앞 바닷가는 수영을 즐기고 있는 인파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호텔은 그 너머 덩그러니 서 있다. 아파트와 건물이 빼곡한 주변은 달라졌지만, 사진 속의 호텔은 외벽 담쟁이들만 무성해 졌을 뿐 변한 게 없다.

◆ 편안한 오후의 휴식 같은 분위기

호텔 로비를 슬쩍 돌아보고 오른쪽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면, 검정색 옛날 공중전화가 걸려있다. 그 곁으로 전차를 타고 다운타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펜더거리 사진이 또 있다. 정면에 서서 이들의 눈빛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50년 전 다운타운 거리 그들 속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사람들의 눈빛이 진지하고 살아있는 게 재미있다.

햇살에 반사되는 유리 벽에 햇살에 반사되는 유리 벽에 눈부시는 세련된 호텔에 걸린 유채색 그림만 보던 현대인들에게는 마치 편안한 오후의 휴식 같은분위기가 있다.

◆ 바다를 바라보며 모닝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

아침 7시30분, 레스토랑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창가에서부터 앉는가 싶더니, 어느새 벽을 기대고 앉는 자리까지 가득 찼다. 대부분은 모닝 커피를 마시고 출근하려는 근처 직장인들과 노부부, 연인들이다.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배경으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실루엣이 심플한 프레임에 채운 사진처럼 평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모든 손님들이 최대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를 고려한 테이블 마다, 아침 식사를 기다리며 간간이 눈길을 주고받으며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그들 사이에서 자꾸만 눈이 가는 부부가 있었다. 젊어서부터 오랜 세월을 보낸 다음, 이제는 서로에게 친구가 된 노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운 주름. 유서 깊은 호텔의 다크브라운 톤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들에게 반한 카메라 앵글이 자꾸만 그쪽을 향한다.

뜻밖에 노부부는 한국을 잘 알고 있었다. 잼버리대회 참가를 했었다는 부부는 한국인이라는 말에 무조건 반가움을 표시한다. 카메라에 부부의 모습을 담고 내친 김에 짧은 호구조사도 했다. 다운타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부부는 대부분의 아침 잉글리시 베이 해변을 산책한 다음 이곳에서 모닝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이 호텔의 커피가 특별히 부드럽고 순한 맛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워낙 작은 것에도 크게 고마워하는 이 나라 사람들이기에 건성건성 대답을 하면서도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미안하게 술 맛이나 커피 맛이나 다 그렇다는 생각엔 변함없었지만,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더니 환하게 웃는다.

◆ 당신도 이런 친구가 있다면……

늦은 밤 잠자리에 들었다가 문득 생각나 불쑥 전화 걸어, 다음날 아침 일찍 만나자고 해도 이유 묻지 않고 ‘그래’ 대답부터 해 줄 사람. 혹여 ‘왜’라고 이유를 묻는다면 ‘그냥’ 한마디면 끝날 사람. 만나서 묻지도 않고 ‘커피 두 잔’ 시키며 바라보면 고개 끄덕여 줄 사람. 찻잔 들고 눈길이 바다에만 빠져있어도 이해해 줄 사람. 그러다가 한 모금씩 넘기는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마다 ‘꼴깍’ 소리가 들려도 부끄럽지 않을 사람. 딱히 할말 없어 1분 이상 침묵해도 멋쩍어 하지 않아도 좋을 사람. 가끔 혼자 찾아와 햇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 날이 있다는 고백에도 ‘미쳤군’ 비웃지 않을 사람…… 이런 친구와 아침 일찍 찾는다면, 1.75달러로 달콤한 우정을 쌓기에 더 없이 좋을 곳이다.

◆ 아침, 점심엔 식사… 저녁은 칵테일 바

레스토랑은 오전 7시30분부터 문을 연다. 오믈렛과 감자튀김, 샌드위치 두 개, 부드러운 커피와 우유가 딸려 나오는 식사 메뉴와 부드러운 양송이, 야채 죽과 샐러드 등 모든 아침 메뉴는 7달러에서 10달러 선을 넘지 않는다. 전망 좋은 시내 호텔 아침식사 가격으로는 저렴한 편이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브런치는 2시까지. 일요일은 브런치가 없고, 저녁 시간은 예약만 받는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주소 1154 Gilford St. Vancouver
*전화 (604) 681-9321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순진무구 청년의 거침없는 모험담 ‘스타더스트’
환상·마법·로맨스에 경쾌한 유머와 반전 “당신이 꿈꾸고 있는 별의 의미는?” 보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들이 있다. 제목 그대로 별을 찾는 판타지, ‘스타더스트’(Stardust)도 그런 경우다. ‘반지의 제왕’ ‘캐리비안의 해적’ ‘해리포터’ 시리즈...
월급 vs. 배당... 2007.08.10 (금)
월급 vs. 배당, 자영업자에겐 무엇이 유리할까?
주식회사를 설립해서 비즈니스를 할 때 중요한 장점 중의 하나가 가족끼리 소득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점이며, 소득을 어떻게 분산시키는가에 따라 세금을 더 절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주에는 자영업자가 알아두면 유용한 월급과 배당소득에 대해...
8월 1일 저녁 러시아워에 미국 미네아폴리스의 미시시피강을 지나는 고속도로 교량이 붕괴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승용차와 트럭, 스쿨버스 등 상당수의 차량이 강물 속으로 떨어졌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시의 미시시피강을...
김현정 주부 / 버나비 메트로타운 거주
“남의 레서피보고 따라 만들면 ‘나만의 레서피’ 아닌데...
올 여름에 가보자 / 선샤인 코스트
전세계에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란 지명을 가진 곳 중은 호주, 남아공, 영국, 뉴질랜드, 그리고 캐나다에 5군데가 있다. 선샤인 코스트란 지명 자체가 모두 볕이 좋고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에 붙는 이름인데, BC주의 선샤인 코스트도 바다를 좋아하는...
지상세미나 / 액세스 저스티스, 무료 법률 상담 클리닉 운영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액세스 저스티스(Access Justice)는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주 31일 액세스 저스티스 주최로 열린 한인들을 위한 무료 법률 강좌에서 다뤄진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12일 밤 9시경 가장 잘 보여
12일 밤하늘에는 유성우(流星雨)가 내릴 전망이다. 매년 나타나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관찰하기 위해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은 캐나다와 미국 국경에 인접한 앨더글로브 레이크 지역공원(Aldergrove Lake)내 앨더글로브 보울에 12일 오후 7시30분부터 11시 사이 모일...
캐나다의 세일 기간은 ‘3大 4小’ 리듬을 알아야 싸게 사는 방법 보여
가게들을 무심하게 보면 아무 때나 할인판매중인 것 같지만 사실은 큰 폭으로 가격을 할인해주는 기간과 상품은 항상 따로 있다. 그리고 이 기간은 매년 일정한 리듬을 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시기의 예로 8월초 입추가 지난 현재 캐나다 소매상점들은 두 가지를...
밴쿠버 프라이드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2007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8월 5일 오후 다운타운 퍼시픽 스트릿에서 열렸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시행되는 이 축제에는 올해 38만여명이 넘는 관중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엄미선...
95년 가을 밴쿠버 한인신용조합 별실인 모임방을 빌려 필자가 감히 정통한학 연찬을 목표로 송산서당(松山書堂)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마르셰, 마르셰, 마르셰!! 롱페, 롱페, 롱페!! 팡트!
전 펜싱국가대표 국중금씨는 검을 놓은 지 오래 되었지만 요즘 다시 밴쿠버가정문화원에서교민들을 지도하며 다시 선수시절로 돌아간 기분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마르셰는 전진(前進), 롬페는 후진(後進), 팡트는 찌르기란 뜻이다. 밴쿠버 교민들의 교양...
밴쿠버 프라이드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2007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8월 5일 오후 다운타운 퍼시픽 스트릿에서 열렸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시행되는 이 축제에는 올해 38만여명이 넘는 관중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엄미선...
Kids Help Phone Line 어린이·청소년에게 24시간 무료 상담 제공
◇ 혼자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거나 말 못할 고민이 있을 때는 꾸중이나 조언보다, 그냥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격려해 줄 사람이 더 절실하다.‘Kids Help Phone Line’은 고민이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24시간 상담을 제공해주고 있다. 누구나...
내몽고 음식 2007.08.09 (목)
중국문화 엿보기
부슬부슬 비가 자주 오는 밴쿠버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라면이 생각나는 날 먹으면 좋은 따뜻한 국물이 있는 몽골리안 음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주에는 독특한 몽고 음식을 소개한다. 내몽고 자치구 내몽고 자치구는 중국에 속해 있지만 정치적 자치권은...
밴쿠버 사무실 공실률 2.5%... 도심 임대료 5.26% 올라
캐나다 서부지역에서는 사무실 공간이 부족한 반면 동부지역에서는 사무실이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등 경제수치의 서고동저(西高東低) 상황이 사무실 공실률에도 반영되고 있다. 콜리어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밴쿠버시내 사무실...
캐나다의 세일 기간은 ‘3大 4小’ 리듬을 알아야 싸게 사는 방법 보여
가게들을 무심하게 보면 아무 때나 할인판매중인 것 같지만 사실은 큰 폭으로 가격을 할인해주는 기간과 상품은 항상 따로 있다. 그리고 이 기간은 매년 일정한 리듬을 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시기의 예로 8월초 입추가 지난 현재 캐나다 소매상점들은 두 가지를...
“무사고 운전자 보험료 인하 검토”
ICBC는 7일 올해 상반기 2억5600만달러 흑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ICBC 폴 테일러CEO는 지난해 상반기 1억1000만달러 흑자에 이어 올해 2배에 가까운 흑자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 “BC주 경기상승에 따라 기존 가입자들 중에 보상 조건을 높여 보험료를 더 많이 낸...
밴쿠버 아일랜드 빅토리아에서 6일 새벽 화재로 빅토리아대학교(UVic)에 재학중이던 여학생 2명이 사망했다. 빅토리아 시경은 브렌다 재클린 아이니스(21세)와 첼시 엘리자베스 로빈슨(22세)씨가 거주지인 듀플렉스에서 화재로 인해 발생한 연기를 들이마시고...
2명 숨지고 6명 부상
9일 새벽 밴쿠버에 있는 한 중국 식당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건은 9일 새벽 4시 30분경 밴쿠버 이스트 브로드웨이에 있는 포춘 해피니스 레스토랑(Fortune Happiness Restaurant)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복면을 한 범인 2명은...
화려한 포장(2) 2007.08.08 (수)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박사학위 신드롬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아무개 목사라고 부르기보다는 하나같이 아무개 박사라고 불러야 체면이 세워지는 사회가 한국 사회인 것 같다. 요새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려면 반드시...
 1441  1442  1443  1444  1445  1446  1447  1448  1449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