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무대 위에 서면 주인공의 삶 속으로 빠져들죠”-남주연양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23 00:00

◆한국무용 춤사위에 빠져 시작

강렬한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텅 빈 듯 조용한 공간에 음악이 흘러나오고, ‘찰그랑 챙챙’ 검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쇳소리에 음악이 흡수되며 쌍검을 휘두르는 무용수들의 손끝에서 쌍검무의 화려함이 살아난다. 소리와 울림, 몸짓은 이내 동심원처럼 일정하게 리듬을 타며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 들고, 춤을 추는 그들의 어깨가 들썩거릴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면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춤 사위에 빠져드는 관객들. 그들은 무용수들과 함께 시대를 거슬러 올라 간다. ‘징 하게 배우기 어렵다’는 한국무용, 특히 쌍검무의 마력이다.

화려하지도 현란하지도 않은 춤사위가 오히려 강렬하게 빠져들게 하는 쌍검무는 전쟁터에 남편을 보낸 여인이 기다림의 한과 외로움을 달래며 추었던 춤이다. 밴쿠버 한국무용단(단장 정혜승)의 정기공연 ‘황진이’의 무대에서 쌍검무를 펼쳐 보이는 그들 속에 남주연양이 있었다.

◆상고북을 보고 재즈댄스 버리고 시작

젖살이 남은 뽀얀 뺨에 여드름이 송글송글 솟아 오른 남주연양이 처음 한국무용을 시작한 것은 밴쿠버로 이민을 오고 난 이후.
“재즈댄스를 하고 싶어서 찾아갔다가 상고북을 보고 ‘아, 저거다’ 싶었어요. 손 몇 번 올렸다 내렸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너무 단순한 춤이 제가 알고 있던 한국무용의 전부였어요. 그런데 온몸으로 표현하는 상고북 춤을 보면서 무언가에 홀리듯 엄마를 졸라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햇수로 5년을 넘었다. 밴쿠버한국무용단 단원으로 무대에 오른 정기공연 외에도 100회 넘는 공연을 했다.
“한국무용이 단순하다고 하지만, 발레처럼 춤을 추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무대에 설 기회가 많고,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수 만가지 얼굴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발레보다 좋은 것 같아요.” 
중학생이 되어서 처음 시작한 한국무용이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주연양에게 잘 맞았던 듯,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주연양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한국무용에서 머물러 있다.

◆태평무와 쌍검무 좋아해

남양은 한국무용 중에서도 태평무와 쌍검무를 좋아하고, 예쁘게 추는 춤보다 ‘멋’있게 추는 춤을 좋아한다. 재즈 댄스를 배우기 위해 무용학원을 찾았다가 상고북 춤에 반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조용하게 춤 사위를 보여주는 춤보다 강렬한 소리와 온 몸으로 추는 것이 멋있었기 때문이다.
“전통무용의 기본적인 틀에 바탕을 둔 창작무용에 비중을 두겠지만요, 저는 삶 속에서 소재를 찾아내어 태평무나 쌍검무 같은 춤으로 재탄생 시켜 창작해 놓은 선생님들의 춤 사위가 좋아요.”
한국무용가 김소희씨는 ‘예술은 모방이 아니다. 스승을 따라 하면 원숭이지 예술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스승으로부터 독립하지 않고 그의 춤사위를 ‘따라 한다’는 것을 바꾸어 말한다면 전통을 잇는 것. 이와 함께 자신의 ‘춤 길’을 찾아낸다는 말은 창작과 전통 ‘모두’를 갖고 싶은 차세대 춤꾼의 당연한 욕심,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UBC에서 언어학 공부할 예정

이제 열 여덟 살. 밴쿠버에 살고 있는 주연양으로서는 책에서 접해 본 역사 속의 인물 황진이가 살던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주인공의 삶 속에서 춤을 추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표현하기엔 버거울 터. 그러나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황진이를 공연할 때 마음을 비우고 그 시대로 돌아가 황진이가 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음악이 나오고 춤이 시작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시대로 돌아가게 돼요.”
 ‘승무’가 ‘하늘과 내통하는 장삼자락의 춤’이라 평했던 것처럼, 무대에 서면 삶의 체험 없이 이런 영감을 떠올리는 특별함이 ‘타고난 춤꾼’이라는 소릴 듣게 되는 일면이다.
“한국에 잠시 다니러 가서 무용학원을 다닌 친구가 한국에서 한국무용을 하는 학생들은 무용학원에서 하루 종일 산대요. 그에 비하면 우리는 평소에 공부하고 정해진 연습시간에 순수하고 좋은 친구들과 만나게 되니까 오히려 춤을 좋아하게 되고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고상한 춤을 추기 위해 팝송이나 힙합을 거부하지 않고, ‘추는 춤 말고 추어지는 춤’을 추길 원한다고 했다. 진학을 하기 위해 무용학원에서 24시간 해야 하는 고난과 같은 무용이 아니라, 좋아서 하기 때문에 한국무용은 주연양에게 세상에서 가장 신나고 즐거운 ‘놀이’에 가깝다. 

◆어릴 때 꿈은 탤런트

“힘들 때요? 공연 앞두고 하루 여덟 시간씩 연습할 때는 힘들죠. 하지만 공연 끝나고 무대인사를 할 땐 가슴이 뿌듯해요. 제가 무용 하는 걸 엄마가 무척 좋아해요. 아마 대리 만족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다운 솔직함과 순수함이 귀여운 주연양의 어머니는 극단 ‘한우리’에서 현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남선호씨. 엄마의 ‘끼’를 이어받은 주연양의 어릴 때 꿈도 탤런트나 연예인이었다. 그러다 최근 영어, 일어, 중국어를 공부한 다음, 다국적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전공을 언어학으로 선택했다.

내년 1월 대학에 입학하고 난 뒤, 교환학생으로 한국으로 건너 가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를 가장 먼저 완벽하게 마스터할 생각이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수속기간은 2년 이상 걸려
캐나다 전문인력이민의 추세가 ‘선취업 후이민’ 형태로 변하고 있다. 최주찬 웨스트캔 이민컨설팅 대표는 “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1년간 주한 캐나다 대사관을 통해 모두 503건의 전문인력이민 신청서가 심사됐다”면서 “약 76%인 386건이 승인되고 117건은...
한국인들이 반한 생갈비 맛 ‘로얄 서울관’
예로부터 신선로와 탕류, 너비아니 구이와 같은 고급 일품요리에 길들여지며 지순한 세월을 살아 온 우리 한국인들의 입맛을 따라 올 민족이 또 있을까. 쇠고기를 단순히 소금 후추 등 밑간 해서 소스에 찍어 먹는 서양사람들이 아무런 재료 가미하지 않고...
PNE(Pacific National Exhibition) 축제 1
8월 18일부터 9월3일까지 열리는 PNE(Pacific National Exhibition)축제는 조용한 밴쿠버에서 보기 드물게 ‘보고 즐기고 놀 거리’가 풍성한 대표적인 행사다.  밴쿠버시는 이 행사를 위해 400만달러를 투입했다.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밴쿠버시의 가장 큰 가족놀이...
북미 정상회담장 시위 관련 노조 대표 주장
퀘벡주 경찰이 폭력시위를 조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20일 퀘벡주 몽테벨로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장 앞에서 벌어진 시위와 관련해 시위를 주도한 통신·에너지·제지 노조는 당시 시위대 앞에 서서 검은 옷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밴쿠버 시청은 23일 “내근직 공무원을 대표하는 캐나다공무원노조(CUPE) 15지부에 5년 계약에 봉급 17.5% 인상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15지부는 시청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가 이뤄지길...
이미현 주부 (밴쿠버 웨스트 거주)
처녀시절 결혼하면 “하다가 하다가 정말 먹고...
필자는 자동차 여행을 좋아한다. 북미지역은 비행기로 날아가 둘러보는 것보다 아예 집에서부터
◆한국무용 춤사위에 빠져 시작 강렬한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텅 빈 듯 조용한 공간에 음악이 흘러나오고, ‘찰그랑 챙챙’ 검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쇳소리에 음악이 흡수되며 쌍검을 휘두르는 무용수들의 손끝에서 쌍검무의 화려함이 살아난다. 소리와 울림,...
‘Back To School’ 이렇게 준비하자
개학을 2주 앞에 둔 현재, 이제 학교에 가야 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교육관계자들과 청소년 전문가들의
각양각색 자원봉사, 목적 따라 선택 가능
여름방학도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캠퍼스로 돌아가기 위한 새 학기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학기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으로 충만하다면, 공부만이 아닌 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희망하는 직업에 대한 정보도 미리 얻고 잊지 못할...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수년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한 미국인 교수가 최근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이 아닌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한 영자신문에 기고했다. 그는 자신이 은행에서 외국인으로서 차별 받았던 일화를 이야기하며 한국은...
BC아동병원, 비만치료 프로그램 제공
최근 20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난 비만아동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캐나다 연방정부가 운동 프로그램에 대한 세금 공제 제도를 내놓으며 아동 비만에 대한 문제를 사회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2005년에 나온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어린이 3명 중 1명이...
英 이코노미스트지 선정…토론토 5위
밴쿠버가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world’s most liveable city) 1위에 올랐다. 토론토는 5위로 평가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 132개 도시가 조사대상이 된 이번 리포트에서 밴쿠버가 범죄율과 테러 위험이 낮으며 교통 및...
BC주, WCI온실가스 배출 목표 발표
BC주정부는 북미지역 서부 8개주가 참여한 서부기후협약(Western Climate Initiative, 이하 WCI)에 참여해 BC주 내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 배출수준보다 15% 줄이기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고든 캠벨 주수상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다른 파트너들과...
SFU 리어 교수 “당뇨 심장질환 유발”
허리와 배에 속살이 찐 밴쿠버 거주 아시아계 주민들이 비만관련 심장질환과 성인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SFU 신체운동학(Kinesiology)과 스콧 리어 교수는 연구원들과 3년간 과체중 상태의 중국계와 인도계 캐나다인들을 대상으로...
트랜스링크, 버스 추가 투입·노선 조정
대중교통 이용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 개학 이후 출퇴근 시간대에 운행되는 버스가 크게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밴쿠버의 교통망을 관장하고 있는 트랜스링크는 22일 “작년에 비해 대중교통 이용률이 4.8~5% 정도 늘어났다”며, 방학 및...
BC주 주민 가장 활동적인 삶
캐나다 주민의 약 절반 정도는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하루 30분도 걷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캐나다인의 육체적 활동량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30분 미만 걷는 12세 이상의 캐나다인은 전체 48%에 해당하는 1270만명에...
로저스 무선통신, 새 서비스 선보여
로저스 무선통신(Rogers Wireless)이 핸드폰 하나로 2개의 번호를 함께 쓸 수 있는 ‘한 전화 두 번호’ 세컨드 보이스 라인 서비스(SVLS)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사적인 전화와 업무에 관련된 전화를 핸드폰 하나로 받을...
코퀴틀람관할 연방경찰(RCMP) 최근 코퀴틀람 시내 여러 상점과 호텔을 대상으로 강도행각을 벌인 남녀 강도 2명을 수배했다. 경찰은 사진에 나온 용의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35세로 추정되는 남성 용의자는 키 175cm가량으로 오른쪽...
개학 시즌 교통 단속
연방경찰(RCMP)은 오는 9월 4일부터 개학과 동시에 ‘스쿨 존’내에서 과속 및 위험 운전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학교 인근 스쿨 존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4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규정속도인 시속 30km 미만으로 운행해야 한다. 경찰은 “인도와...
 1441  1442  1443  1444  1445  1446  1447  1448  1449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