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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폰 케이크의 핵심은 거품입니다”-녹차 쉬폰 케이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04 00:00

이미경 주부(아보츠포드 거주)

◇  손끝에서 조미료가 나오는 주부가 있다면 이미경씨도 그렇지 않을까. 오랜 요리 경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요리도 예술적 감성이 풍부할수록, 감각적일수록 잘할 수 있는 작품에 가까운 것. 그녀는 편안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요리를 할 때는 섬세하다 못해 정교한 손놀림을 보여 줘 놀라웠다. 순박하고 편안한 인상인 그녀는 아보츠포드로 이사오는 기러기 엄마들의 도우미를 자청하고 있어 하루 24시간이 짧다.

깔끔쟁이 요리사 부산댁 이미경씨를 추천한 사람은 조각보 공예가 김효주씨. 추천인은 ‘요리 잘 하는 주부’라는 한마디 달랑 던져 놓고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요리 잘 하는 주부’ 정도로 생각하고 아보츠포드 그녀의 집에서 만난 이미경씨. 알고 보니 이민 전 부산에서 7년 동안 요리강좌를 하던 진짜 요리사다.

어쩐지! 어쩐지! 촬영하기 딱 좋게 손질해 둔 재료의 진열과 정확히 계량화해 둔 레서피, 한번에 2중으로 내릴 수 있는 일본산 밀가루 거름 채와 조리기구들 하며, 완성된 케이크까지 일렬로 줄 세워 둔 솜씨가 사진촬영에 익숙한 요리사의 진행 스타일을 그대로 쏙 빼닮아 있어 놀라긴 했다. 
세상에 이렇게 억울할 데가… 한식 메뉴 가운데 콕 찍어서 주문메뉴 레서피를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그녀가 아침에 전화로 “뭐 해드릴까요?” 할 때만 해도 ‘아무거나 해주세요’ 했던 게 후회막급이다. 하긴 ‘3x3’ 즉, ‘삼 세판’의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 한국인들의 미덕. 그럼 두 번의 기회가 더 있다…고 믿자.

여름 햇살을 받아 물오른 보랏빛 수국이 진한 향내를 뿜으며 한창인 그녀의 집은 아보츠포드 산 아래 조용한 동네다. 거실문을 살그머니 열었더니 낯선 방문객의 침입에 놀란 그 집 고양이 ‘오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본다.

결혼 전 밥 한번 해보지 않고 시집가서 요리강사가 되었다는 그녀. 대학 때는 학보사 기자로 글발 휘날리던 손으로 익숙하게 계란 거품을 만들고, 또 체에 밀가루 내려 거품 한 점 죽이지 않고 반죽한 다음 빵 틀에 쏟았다. 10분도 채 될까 말까 하는 시간이었다. 세상에! 입안에서 살살 녹는 쉬폰 케이크 레서피가 이렇게 쉽다니! 감탄 감탄.

그러나 사무실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으니 세상에! 세상에! 열심히 받아 적은 노트를 봐도 기억이 깜깜하다. 또 레서피 대로 한다 해도 실크처럼 보들보들 야들야들 입안에서 녹아 내리는 그 솜씨를 흉내내기란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이 한마디를 덧붙여 면피를 하기로 했다.

“독자 여러분! 한두 번 실패 하더라도 꼭 ‘삼 세판! 해보시길.”

어릴 때 그녀의 친정 엄마는 해마다 직접 담근 젓갈로 가을이면 400포기의 김장을 담고, 손님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전형적인 종갓집 맏며느리에 가까웠다. 그런 엄마의 일복에 질려 지금도 김장을 담그지 않는 그녀. 하지만 그 엄마의 솜씨가 어디로 갈까. 케이크와 함께 먹으라며 꺼낸 열무김치가 뚜껑도 열기 전 발그레 곰삭은 색깔만으로 군침이 넘어간다. 케이크 잔뜩 집어먹어 볼록해 진 배가 민망스럽지만 ‘열무 국수’ 타령을 했다. 아니 열무김치가 국수 타령을 하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결론은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열무국수를 먹었다는 사실.

재빨리 작은 냄비 두 개에 물을 올려 하나는 육수, 하나는 국수를 끓인 그녀. 먼저 찬물에 육수를 살짝 식혀 얼음을 띄우더니 열무김치 국물을 절반씩 배합했다. 파 쏭쏭 썰어 얹어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내 놓은 열무국수는 선홍색 고운 빛깔의 국물에 녹색 선명하게 잘 익은 열무가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그 맛, 농담이라도 ‘기자 먹성이 좋아서’라는 말은 마시길. 두 그릇을 해치우고서야 억지로 수저를 놓은 그 맛은 글로서 표현 불가하다. 아니! 이런 국수 하나만 들고 나서도 밴쿠버 음식점을 평정할 것만 같은데…… 했더니, 그렇지않아도 머지않아 우리 전통 한식 메뉴로 음식점을 낼 생각도 있단다.

처음 그녀를 추천 받아 통화를 하면서부터 집에서 만날 스케줄 잡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이민 온 기러기 엄마들의 손발이 되어 아보츠포드 뒷길에서 무료 자동차 연수도 하고, 마켓 안내에 재래시장 쇼핑 안내에 조기유학 온 아이들의 학교입학을 위한 통역으로도 따라 나선다. 한밤중이라도 누군가 아프다면 병원으로 데려가고, 심지어 하수도만 막혀도 불러대지만 기꺼이 달려간다. 누구처럼 홈스테이 학생을 유치할 목적의 상술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작정 그녀가 천사표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저도 한때 기러기 엄마였어요. 아무 것도 모르던 저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 주신 많은 분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때 저와 똑같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지요. 누군가에게 신세 진 것 갚으러 갈 때 그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워요? 개구리 되었다고 올챙이적 시절을 잊으면 사람의 도리가 아니죠.”

백 번 옳은 말씀. 그런데…… 생 감자 갈아 넣어 빨간 할로피노 고추로 깔끔하게 담은 열무김치 레서피는 언제쯤 다시 해주실런지.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계란 4개, 설탕 80g, 샐러드유 50cc, 우유 50cc, 바닐라 에센스 1/2ts, 박력분 100g, 녹차가루 1/2ts,
*장식용 생크림 : 생크림 300~400cc, 설탕 3ts.
■ 밑 준비
계량을 하기 전 오븐을 화씨 350도 예열

■ 만드는 법
① 깊은 볼에 계란을 노른자 흰자 나누어 놓은 다음, 먼저 노른자에 설탕 40g을 넣고 연미색이 나도록 거품기를 이용해 거품을 낸다.
② 샐러드유, 우유, 바닐라 에센스를 잘 섞어 1의 노른자에 섞어 준다.
③ 비닐 봉지에 박력분과 녹차가루를 넣고 흔들어 잘 섞어 준 다음 2의 재료 위에 체로 곱게 내린다.
④ 계란 흰자에 나머지 설탕을 넣고 전기 거품기를 사용해서 거품을 낸다. 이때 거품은 거품기를 들었을 때 삼각 뿔이 끝에 매달리면 완성.
⑤ 4의 흰자 거품을 3의 밀가루에 넣고 거품기로 고루 섞어 주고, 나머지 거품도 고무주걱으로 넣어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섞어 준다.
⑥ 틀에 반죽을 넣고 표면을 편 다음 오븐 온도 350도에서 25분~30분간 굽는다.
⑦ 이쑤시개로 표면 깊이 찔러 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꺼내서 병에 거꾸로 꽂아 식힌다.
⑧ 완전히 식으면 칼이나 스페튤러를 이용해서 가장자리를 먼저 돌려 틀로부터 빵을 분리한 다음 뒤집어 꺼낸다.
⑨ 생크림에 설탕 3ts을 넣어 80%정도 거품을 낸 생크림으로 빵의 표면을 장식하고, 녹차가루를 뿌려 깔끔하게 장식한다.

이미경 주부의 한마디!

■ 조리 포인트
① 계란 거품을 낼 때 삼각뿔이 되도록 만들어 주세요.
②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뤄주세요.
③ 샐러드유 대신 버터를 넣으면 무겁고 잘 부풀지 않습니다.
■ Cooking Tip
① 과일을 넣어 만들 때는 우유 대신 오렌지 주스를 넣어주세요.
② 딸기를 넣으면 딸기케이크가 되고, 이때 딸기잼을 조금 넣어도 좋습니다.
③ 설탕을 비롯해 기본 레서피에서 ± 10~15g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④ 녹차 대신 초콜릿, 블루베리, 커피를 넣을 수 있고, 커피는 진하게 녹여서 사용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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