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40리 산행길에 느끼는바 있어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06 00:00

 

산행 에티켓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산다는 것은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개체 생명체들과 관계를 이루며 살아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사람과 사람의 ‘사이’ 즉 사이 ‘간’(間)을 배제한 절대적 개체의 ‘인’(人)이란 있을 수 없다는 뜻인 인간(人間)이란 철학적 명제로 귀결된다. 사람다운 사람이란 결국 나만 존재하고 나만 잘 살면 그뿐이라는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이롭게 해주는 이타적인 사람인 것이다. 공자의 중심 사상인 ‘인’(仁)이란 글자를 파자(破字)해 봐도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으로 풀이되니 그 심오한 철학적 의미가 절로 드러난다. 공맹이 주장한 유도란 이러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여하히 할 것이냐를 고민한 결과로 얻은 것이 바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며 맨 가운데 위치한 글자인 “예”(禮)는 한마디로 말해 “사회적 질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심미적 개념이다. 예절, 예의에 어긋난다는 말은 바로 마땅히 지켜야 할 질서를 지키지 않고 제 멋대로 개판치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 사서삼경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산을 가면서 지켜야 할 질서인 ‘산행지례’(山行之禮)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수십명이 떼를 지어 가는 그룹산행을 가든 혈혈단신으로 올라가는 단독산행을 가든 거기엔 분명히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여기서 내가 언급한 에티켓이란 산행중 동료 산행인들과 지켜야할 예의 범절이 아닌 대자연과 산행인 사이의 관계를 정립함이며 지켜야 할 질서이다. 산을 오래 다니다 보면 야생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이름 모를 풀 한포기, 야생화 한 송이가 그렇게 귀엽고 아름다울 수가 없는 경지에 자기도 모르게 진입하고 만다. 아니 정말 산을 아는 사람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은 물론이요 신비함까지 느껴지면서… 자연과 내가 한 몸이라는 소위 물아일체(物我一體)를 한번쯤은 체험하게 된다. 더러는 청초한 풀꽃 한송이에 비해 내가 얼마나 비열하고 추한 인생을 살아 왔는가라는 황연대오(恍然大悟)의 순간도 없잖아 있는 것이다.
어느 산정상 초원에 위치한 주립공원의 안내 입간판에 쓰여있길 ‘모진 북풍한설과 눈사태를 이겨내고 한 송이 야생화를 피우기 위해서 25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흐른다’는 설명을 읽은 사람치고  초원을 짓밟을 사람은 없는 것이다. 필자로선 초원사이에 만든 좁은 오솔길이 황송하게 너무 넓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가 되었다고나 할까. 대자연이 아무리 무지막지하게 험준하고 거칠지라도 산이라는 대자연이 싣고 있는 모든 생태계(ecosystem)는 참으로 연약하고 미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대자연에 난입한 인간의 무지로 인해 미묘한 균형이 깨어진 생태계가 정상을 회복하는데는 수 십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누가 자연을 훼손할 수 있겠는가. 어디 그뿐이랴. 청정무비의 옹달샘이 흘러가고 청초하기 이를데 없는 산자락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친 쓰레기 부스러기와 깨어진 유리병을 볼때 심미적 분노를 느끼지 않을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필자가 가장 꼴불견이며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끼는 것은 산자락에 버려진 허연 화장지를 목도할 때이다. 볼일은 봤으면 구덩이를 적어도 30센티 이상 파고 완벽하게 처리하며, 소변은 적어도 흐르는 물에서 25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해결하라는 것이 엄연한 하이커들의 불문율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지켜야할 예의는 보이는데서 하는 것이지만 대자연과 인간사이에 지켜야할 예의는 보이지 않는데서 지키는 불문율이니 그 자율성의 격조와 깊이를 우리는 인지해야한다. 산행중 필자는 이러한 취지에서 게시된 영문 캣치프레이즈를 늘 의미심장하게 감상한다. “싸가지고 들어간 것은 그대로 싸가지고 나오라”(Pack it in. Pack it out).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Don’t leave anything behind but your foot prints). “추억만 가져가지 그외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Don’t take out anything but your memory).
정말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냉소적인 경구에 훈도되기 이전에 자신을 삼가는 품격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한 품격은 몰지각하게 바위나 나무에 ‘잘난 자기 이름’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대자연을 새기는 일이다. 문득 중용 제 1 장의 그 구절이 머리를 스친다. ‘숨은 것 보다 더 잘 보이는 것은 없고, 작은 것 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 그래서 군자는 그 홀로 있음을 삼가야 하는 것이다.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 그렇다 산행 에티켓은 바로 군자의 도리에 다름아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서글픈 노동절 2007.09.07 (금)
지난 9월 3일은 노동절이다. 근로자를 위한 기쁜 이날, 아직도 캐나다 전역에서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극빈근로자들이 있다. 진보적 성향의 일간지 토론토 스타는 사설‘No celebration for working poor’를 싣고 노동현실을 개탄했다....
새로운 병원 건설 서둘러야
블랙 프레스가 입수한 주정부의 프레이저 보건국(Fraser Health Authority) 리포트에 따르면, 써리를 비롯한...
각 지역 하치장에 쓰레기 넘쳐나 ‘조기 폐쇄’ 중
7주째 밴쿠버시청 파업으로 인해 밴쿠버시 거주자들의 쓰레기 처리가 큰 문제가 되고...
인터넷이용 가상학습은 7일부터 무료
BC주민중 고등학교 과정을 수료하고자 하는 성인들은 무료로 교육 혜택을...
밴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캐나다 연방정부소유 빌딩에 중국계 연방하원의원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제이슨 캐니 복합문화부장관이 7일 발표했다. 밴쿠버시 버라드가(Burrard St.) 401번 지에 위치한 연방정부 건물은 더글라스 융(Douglas Jung) 빌딩으로 불리게됐다....
거래량도 늘어
8월 주택시장은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쉼표’ 없는 상승행진을...
회전구이가 담백하고 맛있는 집 ‘먹자골’
우리가 날마다 먹고, 끼니 때마다 먹고, 사이사이 또 먹는데도 질리지 않는 음식 재료가 있다면, 쌀 그리고 고기가 아닐까. 질렸다 싶어도 양념에 따라 또 불의 세기나 숯의 재료, 구워내는 방법만 바꿔도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고기. 시시각각 천차만별로 변덕을...
주말에 근교 가족나들이 여기 어때? - Tantalus View Chalet
밴쿠버는 어딜 가나 집을 나서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휴식의 보고(寶庫)다. 아무 준비 없이 돗자리 하나만 들고 가도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어주는 숲과 계곡, 강과 바다가 있다. 이렇듯 좋은 환경을 몰아 준 밴쿠버를 즐기지 않고 있다면 억울한 일. 누군가...
The truth about Camp Korea 2007
by Yonah Martin There are some secrets that must be shared. It is the truth about the real cost and the real value of Camp Korea which took place August 29-31, 2007 in Belcarra, BC. On paper, the final budget of Camp Korea 2007 is approximately $22, 000. Other than the $90 camper fee, the generous support of the sponsors - which includes Sharons...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산다는 것은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개체 생명체들과 관계를 이루며 살아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한인여성 최초 최연소 CPGA 애나 김
◇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집 근처 동네를 달리며 다리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애나 김은, 단신의 동양인 선수라는 단점으로 인해 불리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내년쯤 골프학과에 진학해 골프지도자가 될 꿈을 가지고 있다. ◆ 오빠를 따라 간...
9월 8일부터 15일 전후 일제히 개학
9월 개학 시즌을 맞아 밴쿠버 각 한국어 학교들이 2007~2008학년도 신입생 등록 접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세부터 26세 사이의 지역사회 청년 대상
◇ ‘Youth Now’프로그램을 수료한 젊은이들. 리치몬드 시의 ‘Volunteer Richmond Information Services’ 에서는 새로운 미래의 리더 양성을 위해, 지난 2년간 청년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왔다. ‘Youth Now’ 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19세부터 26세...
오랜 여름방학을 뒤로 하고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캠퍼스를 오가는 많은 분주한 발걸음들이 새로운 활력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의 설레고 떨리는 눈동자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임을 느끼게 된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CWF보고서 84년 실업률 14%에서 현재 4% 대
캐나다웨스트재단(CWF)은 올해 BC주 경제가 3.1% 성장하고 내년도에 3.2% 성 장을
어느 교회 장로님들이 새로 부임한 “젊은” 당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하게 되였다. 장로님들이 자신들의 담임 목사의 온갖 종류의 많은 책들에 감탄하면서 “그래 우리 목사님의 깊이 있는 설교가 이렇게 많은 책에서 나온 것이었구나…” 하면서 서로 말을 하고...
Fraser River 연어낚시(2) - Peg Leg
올해 8월 중순 프레이저 강에서 필자가 잡은 스프링 연어와 함께 포즈를 취한 필자의 둘째 아들. 8월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연어낚시 시즌이 시작되었다. 원래 연어낚시를 즐겨오던 꾼들은 물론이고 지난 4주간 필자가 주최한 연어낚시 교실을 다녀간 꾼들도...
리무진 서비스‘ZNZ’ 황명일 씨
한인 교민으로는 최초로 리무진 서비스 업을 시작한 황명일씨. 창업을 하면서 관련 정보가 없어 가장 어려움을 겪은 그는 그러나 창업
이미경 주부(아보츠포드 거주)
깔끔쟁이 요리사 부산댁 이미경씨를 추천한 사람은 조각보 공예가 김효주씨. 추천인은 ‘요리 잘 하는 주부’라는 한마디 달랑 던져 놓고
‘굴맛이 꿀맛’ 2007.09.04 (화)
굴 요리 전문점 ‘야야스 오이스터 바 (YaYa's Oyster Bar)’
9월, 드디어 끝자리에 ‘R’이 들어간 ‘굴 철’이다. 이 ‘R’자가 들어가지 않은 달은 굴의 유독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예부터 이 시기에는 굴을 먹지 않았다. 그러나 굴 요리 전문점의 굴은 독성이 없는 달에 채취해 철저한 관리와 엄격한 검사를 거쳐 들어오는...
 1431  1432  1433  1434  1435  1436  1437  1438  1439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