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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21 00:00

박 무씨 전, 한국, 미국, 캐나다 여자국가대표 배구팀 감독 현, 캐나다 ‘High Performance’팀 감독

◇ 소설가가 꿈이었던 박무 감독은 고려대학교시절 시를 써서 교내 신문에 발표하기도 했다. 2003년 밴쿠버에서 각분야에 공헌한 사람을 뽑아 전적을 남기는‘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른 한국인이기도 하다. 교민자녀들 가운데 소질이 있는 16세~17세 자녀들도 이 나라 배구협회를 통해 등록하면 선수로 활동할 수 있고, 국가대표선수 등의 꿈을 키울 수 있다.

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아낌없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자배구는 세계 최하위 팀이었다. 64년 동경올림픽에서도 꼴찌를 면치 못한 여자배구는 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와 함께 4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선수들은 공항에서부터 시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오픈 카를 타고 시가행진을 펼쳤다. 온 국민들에게 이 감격적인 올림픽 본선 첫 진출이라는 큰 기쁨을 안겨 준 감독이 바로 박 무씨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현재 미국 대학배구 최강팀으로 자리잡은‘페퍼다인 대학교(Pepper Dine University)’배구팀을 창설하고, 미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쳐 캐나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밴쿠버조선일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배구로 시작한 인터뷰 배구로 끝나

“허허~ 이 커피 공짜에요?”
아침 일찍 만난 박감독은 첫 인사를 그렇게 시작했다. 날카로운 서브와 리시브를 날리며 코트를 뛰던 선수시절과 순간 순간 번득이는 판단력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승리가 수없이 많을 텐데도, 가능한 짧은 답변과 축소형으로 대답하고 싶어 했다. 
과거 선수로 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코트를 누비던 시절 그의 화려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스스로를 드러내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은 듯 짙은 커피 향이 실내에 퍼져 엷은 향으로 바뀔 무렵까지 말이 없었다. 느리게 입을 뗀 이후 2시간의 인터뷰는 배구이야기로만 채워졌다. 
제일은행 여자배구팀 감독시절 선수로 뛰던 부인과 멕시코 올림픽 이후 기쁨을 함께하며 사랑을 키웠던 연애담으로 겨우 말머리를 돌렸는가 싶으면, 이야기는 어느새 배구로 돌아와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부인이 속해 있던 제일은행 배구팀은 그의 첫 제자들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기에, 부인이야기가 곧 배구이야기일 수 밖에 없을 듯. 

◆ 부산고 시절, 전국대회 우승 휩쓸던 스타

부산고등학교에서 배구를 시작한 박감독은 50년대 말 60년대 초, 우리나라 전국 배구대회의 우승기를 휩쓸던 스타 선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 배구팀 창단과 함께 고려대학교로 진학한 그는 재학 중 실업 팀으로 이적했다.
“그 유명한 ‘고연전’이 그때도 고려대와 연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최대의 축제이면서 관심사였죠. 명목은 스포츠 제전이라고 하지만 학교의 명예가 걸린 이 행사에 출전하는 스포츠 팀에 재정을 몰아 줄 수 밖에 없었고, 신생 배구팀에 지원할 여력이 없었던 거죠.”
그의 선수생활은 한국전력 배구팀에서 활약한 것이 마지막. 갑자기 수술을 받게 된 선배를 대신 임시를 전제로 지휘봉을 넘겨 받은 것이 감독으로 첫 시작이었다. 이 팀이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해 첫 본선진출을 이끌어 내며 그는 감독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한다. 멕시코 올림픽은 우리나라 배구계에 한 획을 긋는 대회이기도 했고, 그의 인생에도 중대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 온 멕시코 올림픽

◇ 한국팀과 친선경기 중인 캐나다 국가대표팀 선수들.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LA를 경유하게 되어 ‘산타 모니카’ 비치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의 훈련모습을 지켜보던 한 미국인이 ‘멕시코 대회가 끝나면 미국으로 오지 않겠느냐’고 제의하며 명함을 건네주더군요.”
그러나 박감독은 우리나라가 꼴찌라도 면해주길 간절히 기다리는 박정희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안기고 싶은 생각이 전부였다. 한창 올림픽이 진행중인 경기장 관중석에 다시 나타난 그 사람은 ‘파커 레크레이션센터’ 디렉터였다.
귀국 후 대표팀 훈련에 몰두하고 있던 어느 날 미국에서 보내 온 편지 한 통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파커 레크레이션센터 디렉터가 보낸 편지였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장학금과 생활비, 기타 모든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은 ‘페퍼다인 대학교(Pepper Dine University)’ 에 배구팀을 만들어 주는 것. 견문도 넓힐 겸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당시 박감독이 만든 ‘Pepper Dine’은 현재 미국 ‘NCOA’ 1위 팀으로 미국 내 대학배구 부동의 최강팀이다. 이후 대표팀과 대학 여자 팀, 남자 팀을 동시에 맡아 시간을 분, 초로 쪼개며 뛰어다니던 시절, 미국 여자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을 거두는 등 화려한 성적을 이끌어 냈다.
73년 우루과이 월드컵에서 캐나다 대표팀을 만나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준비하는 캐나다 대표팀 감독으로 오기 직전까지 그는 미국 배구계의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 현재 나에게 주어진 1초에 최선

“선거에서 2등은 패배와 같은 것처럼, 스포츠 감독에게도 오늘 이 순간만 있습니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에게 주어진 순간의 1초에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선수는 만족함을 얻을 수 있고 관객들은 승부와 관계없이 박수를 보내는 것입니다. 선수는 포기할 지언정 감독은 경기가 완전히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죠.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그것은 경기에서 지는 것보다 더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그의 말에는 백전노장으로서의 현실인식이 담겨있다. 이런 승부 근성이 완패를 거듭하며 올림픽 예선을 통과 해 본적이 없던 한국을 급성장시켰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서브와 리시브, 체력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정상으로 끌어올린 축이었다. 
현재 그는 캐나다 배구협회 소속으로  ‘High Performance’팀에서 16세부터 17세의 꿈나무팀 지도를 맡고 있다. 팀 운영과 관련해서 이 나라 협회로부터 모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는 팀이면서도 감독인 그는 정작 봉사직이라 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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