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김밥 꼬투리에서 꽃이 활짝 피어나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20 00:00

이선영 주부(밴쿠버 웨스트)의 ‘꼬투리 김밥’

“레서피요? 내일 전화하세요.”
밀알선교단체에서 주관하는 공연이 있던 순복음교회 주차장에서, 깜찍한 빨간 코트를 입은 한 여자가 종종걸음 치며 안으로 들어가다 말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 얼마 전까지 프레이저 밸리 한글학교 교사로 봉사하던 이선영씨였다.

동화구연가로 또 자신의 경험을 담은 ‘아름다운 희생’ 수필집을 낸 수필가로, 라디오 방송 DJ에 두 아이의 엄마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스케줄을 조금은 알고 있기에, ‘내일 전화하라’는 대답에 헷갈리는 건 오히려 부탁한 이쪽.

두 아이들과 이민을 온 지 5년 만에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 ‘아름다운 희생’수필집을 낸 이선영씨. 벌써 큰 딸이 올해 UBC에 입학했다.

내일 전화해서 약속을 잡자는 건지, 촬영을 하자는 건지……아니면 촬영이 아니라 단지 레서피를 알려달라는 걸로 착각한 게 아닐까 해서다. 실제 ‘동상이몽’의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처럼 쉽게 ‘그래, 언제든지 오세요’ 해서 카메라 챙겨 들고 달려갔더니, 인터넷에서 뽑은 레서피 2장, 친절히 컬러 프린트 해서 주요 부분에 형광 펜으로 밑줄까지 그어 놓은 레서피 건네주며 천진난만하게 웃던 귀여운 아줌마들. 결코 미워할 수 없어 둘이 마주보며 허드러지게 한판 웃으면서 스트레스 해소 몽땅 하긴 했지만, 그제서 부랴부랴 그 레서피 음식재료 사고 준비하느라 정신이 쏙 빠진 일. 그래서 하는 염려다.

에잇!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 출근과 동시에 9시 땡! 전화를 걸었다. 어젯밤 그 ‘솔’ 톤의 목소리로 역시 ‘오세요!’ 한다.
“저기…… 음식 재료가 있어야 할 텐데. 뭘 하실 건지…… 시장을 봐서 갈까요?”
“아뇨. 나 허리가 아파서 오실 때까지 누워 있을 테니까 얼른 오세요.”
재료 이야기는 싹둑 잘라먹고, 허리가 아파서 누워있기까지 한단다. 그러나 평소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책임감 강한 그녀가 실수할 리 만무하고, 만약 준비 되지 않았으면 집 근처 가까운 곳에 야채가게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선영 그녀를 몰라도 한참 몰라서 생긴 ‘지독한 오해’였다.

미션에서 살다가 얼마 전 밴쿠버 웨스트로 이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집안 정리도 채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조심스럽게 저택(?)의 벨을 눌렀다. 

양 볼에 볼우물을 만들며 환한 얼굴로 빼꼼히 문을 연 그녀, 경황이 없어서 집들이도 못했다는 집안이 훤하게 정리되어 있다. 마치 이사를 막 들어 온 집이 아니라, 집을 팔려고 내 놓기 위해 버릴 물건 몽땅 버린 다음 치워 놓은 그런 느낌. 휘~ 집안을 둘러보는 척 주방부터 살폈다.

햐! 식탁 위에 두꺼운 레서피 스크랩 북이 보인다. 드디?세 번째 프린트 된 레서피 받는 날이란 생각에 기운이 쭉 빠진다. 그런데 이 아줌마 남의 속타는 심정도 모르고 아침 겸 점심부터 대충 먹고 하더니 ‘대충’ 차린 식탁이 이렇다.

닭날개 조림, 폭립 오븐구이, 오징어 볶음, 연근 조림, 무말랭이 무침, 깍두기, 묵은 배추김치, 시금치 무침, 샐러드…… 

게다가 두 개의 대형 냉장고와 냉동고에는 무슨 요리를 주문해도 바로 꺼내기만 하면 될 야채와 고기가 그득하다. 만약 재료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해?시장 보러 야채가게까지 갈 것도 없다. 이 집 냉장고 문만 열면 가게고 정육점에 창고 문만 열면 식품 저장고다. 자그마한 그녀, 요리 욕심은 또 엄청 많아서 지난 여름 방학에 아이들과 한국가서 두 달 동안 정통일식요리 학원에서 칼질하며 보냈단다. 꼬투리 김밥에 주먹밥은 그녀에게 ‘장난’이란 걸 모르고 괜한 걱정한 게 억울하다. 

이날 도우미로 따라나선 ‘오븐구이 찰떡’ 레서피 주인공이었던 이미현씨가 혀를 내두른다. ‘꾼’은 ‘꾼’을 알아보는 법. 살림의 고수 두 여인들은 어느새 손발에 마음까지 맞은 듯, 이쪽에서 당근 볶으면 저쪽에서 지단 부치며 환상의 콤비가 되어 30분만에 재료 준비와 점심 식사, 커피타임까지 끝냈다. 그러더니 둘이 머리 맞대고 앉아 꼬투리 김밥 만들면서, 요리모임 하나도 뚝딱 만들어냈다. 이 요리모임, 밴쿠버 조선일보 레서피 지면을 장식했던 휘날리는 요리 솜씨의 달인 아줌마들이 뭉쳐, 서로의 집을 돌아가며 요리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고 이민생활 정보도 주고 받으며 즐거운 밴쿠버의 겨울을 신나게 보내자고 의기투합. 다섯 명이 출발이다. 조만간 그녀들의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피어날 것 같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꼬투리 김밥>

■재료 : 김, 계란, 당근, 시금치, 노란 무, 베이컨(주먹밥용)
① 김은 4등분으로 자르고, 김의 길이보다 1.5cm 여분을 남겨두고 자른다.
② 계란은 황백으로 나누어 지단을 만든다.
③ 당근은 살짝 참기름을 둘러 약한 불에 익힌다.
④ 시금치는 데쳐 참기름과 소금간을 해서 조물조물 무쳐 놓는다.
⑤ 모든 속 재료를 김의 길이보다 약 1cm 가량 길게 끝을 맞춰 자른다.
⑥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참깨, 검은깨, 참기름, 소금을 넣어 밑간 한다.
⑦ 김을 놓고 밥을 올린 다음 속 재료가 양쪽 끝으로 나오도록 김밥을 만든다.

<베이컨 주먹밥>

① 김밥을 싸고 남은 밥에 재료를 모두 다져 넣는다.
② 물을 끓여 베이컨을 데쳐 기름기와 소금간을 뺀다.
③ 주먹밥을 만들어 베이컨으로 돌돌 말아 준다.
④ 프라이팬을 달궈 베이컨 주먹밥을 살살 굴리며 모양을 굳힌다.

■ Cooking Point
① 김은 구멍이 나지 않고 까만 색깔이 선명한 좋은 김을 써야 만들기 쉬워요.
② 밥의 양을 적게 해야 하므로 속 재료의 간이 짜지 않도록 신경 쓰세요.
③ 베이컨은 끓는 물 속에서 하얀색으로 잘 익을 때까지 두세요.
■ Cooking Tip
① 김밥을 만들 때 베이컨만 있으면 별도의 재료준비가 필요 없어요.
② 주먹밥을 프라이팬에 굴릴 때 요지를 꽂아서 완성 후 빼내면 편해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BC주정부, 웰컴BC와 손잡고 추진
BC주정부의 액트나우BC가 웰컴BC와 손잡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의 건강한 생활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월리 오팔 복합문화부 장관은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건강한 커뮤니티를 이루는 필수요건”이라며 “건강한 생활습관...
‘Aldor Acres’ Pumpkin Patch
[펌킨 유-픽(U-Pick)과 동물농장] ◆ Pumpkin Patch 호박이 있어 더욱 풍성한 요즘, 아이들에게 호박은 죽, 떡의 재료가 아니다. 호박 밭에 널려 있는 키 만한 호박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이감으로 실컷 즐기는 것이 최상. ‘펌킨’농장 ‘Aldor Acres’는 바위덩이 만한...
이선영 주부(밴쿠버 웨스트)의 ‘꼬투리 김밥’
무슨 요리를 주문해도 바로 꺼내기만 하면 될...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환경오염문제에 대응하는 캐나다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토론토스타는 사설‘Lack of progress on environment’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BC주정부·한국무역협회, 교역확대 양해각서 교환
한국무역협회 이희범 회장과 콜린 한센 BC주 경제개발부 장관이 한국-BC주 간의 사업 및 투자기회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BC주정부가 상호 교역 확대를 위해 손을 잡았다. 한국무역협회 이희범 회장과 콜린...
수표 확인 시간 이용 사기
집을 찾는 사람뿐만 아니라 집을 임대하려고 내놓은 사람도 사기 피해를 입고 있다. 사기사건 신고센터 ‘폰 버스터스’는 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렌트 피해 사례를 공개하고 주의를 촉구했다. 코퀴틀람에 거주하는 오드리 소바니씨는 인터넷에 아보츠포드 소재...
알버타주 핵융합 발전 연구소 유치사업 개시
캐나다가 뒤늦게 핵융합(fusion)발전 연구소 유치사업에 뛰어들었다. 알버타 대학교 명예교수인 MIT출신 알렌 오펜버거 박사는 핵융합 기술 연구소를 알버타주에 건립하는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발전소 안에 작은 인공태양을 만들어내는 핵융합발전은...
이재연 기자의 취업 네트워크 BC하이드로 이연식씨
BC하이드로 버나비 지점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인 이연식씨는 동생 이정식씨와 함께...
미국 가족주의의 이면 조명한 벤 애플렉의 감독 데뷔작
영화배우 벤 애플렉의 감독 데뷔작인 ‘Gone Baby Gone’이 이번 주말 영화 팬들의 관심 속에 개봉된다. 벤 애플렉의 동생 커시 애플렉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미스틱 리버'의 원작 소설가 데니스 르헤인의 대표적인 소설 시리즈...
열대성 저기압 태풍 ‘링링’ 영향권
18일 오전 5시를 기해 밴쿠버 일대에 폭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캐나다 기상청은 최고 시속 70km의 강한 바람을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오늘 하루 지역에 따라 30~40mm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따라 관계 당국이 비상근무체제에...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만사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겠다'는 넋두리를 한번쯤은 뱉어 놓았을 터이지만
국악난타 주부동호회 ‘신명’
밴쿠버 최초의 국악난타 주부동호회 ‘신명’ 팀 회원들. 앞줄 중앙이 회장 민인가씨다. 현재 3기 회원을 모집중인 ‘신명’팀은 10명의 평범한 주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교민들에게 조금 낯설은 팀이지만, 그동안 11차례의 정기공연을 통해 노스밴쿠버...
노사, 고용 계약에 임시 합의
밴쿠버도서관과 파업 중인 노조가 18일 고용계약에 잠정 합의해 빠르면 다음 주 밴쿠버 시내 도서관들이 다시 문을 열 전망이다. 밴쿠버도서관 직원들을 대표하는 캐나다 공무원노조(CUPE) 391지부 대변인은 18일 “12주째 파업이 계속된 가운데 도서관과 고용계약에...
제 2외국어 학점 취득할 수 있는 ‘랭귀지 챌린지 시험’
대학가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고민거리가 있는 법. 그 중에 하나가 대학에서 요구하는 제2외국어다. 영어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제2외국어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대학에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렇다면 제2외국어라는...
세컨더리 깜짝정보
세컨더리 스쿨에서 부정행위(커닝)를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부정행위가 늘어나자 시험 중 칸막이를 사용하거나 감독을 엄하게 하는 학교와 교사들이 늘고 있지만, 계속 증가하는 부정행위를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 캐나다에 이민 또는 유학 온 지 얼마...
광양항 투자유치단, 밴쿠버에서 설명회
광양항 투자유치를 위해 이성웅 광양시장을 대표로 하는 10명의 투자유치단이 15일 밴쿠버 한인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캐나다 항만 관계자와 일부 사업가들을 초대해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부산에 이어 한국에서 2번째로 화물처리규모가 큰 광양항은 현재 3-1단계...
현금으로 계약금 챙긴 후 종적 감춰
써리관할 연방경찰(RCMP)은 주택임대 사기사건이 지역 내에서 발생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써리 154가(154th St.) 10478번지를 임대한다는 광고를 인터넷 사이트 ‘크레이그 리스트’에 게시해 최소한 5명으로부터 현금으로 계약금을...
4년 만에 처음 감소…10만명당 1.85건
지난해 캐나다 국내 살인 사건 발생률이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사건 발생률은 2005년까지 2년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총기류를 이용한 살인사건은 4년간 증가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캐나다 국내 경찰이 공식 수사한 살인사건은...
경찰 “난동부리며 계속 반항해 전기충격총 사용.. 갑자기 의식 잃고 숨져”
밴쿠버 국제공항에 입국한 폴란드 남성이 경찰의 전기충격총(테이저)을 맞고 숨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자 로버트 지칸스키(40세)씨는 13일 오후 캐나다 이민을 위해 밴쿠버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던 중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하다가 체포됐다....
노후 교량 교체·신규 교량 건설 시급
광역밴쿠버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 교통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겟 무빙 BC(Get Moving BC)’가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다리 건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겟 무빙 BC’는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광역밴쿠버 지역에서 강이 차지하는 비중에...
 1431  1432  1433  1434  1435  1436  1437  1438  1439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