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예쁘게 봐주세요, 학교에서 배웠어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26 00:00

새내기 레서피 / 박연준(오크 마운트) 파스타 피자 & 블루베리 케이크

지난 여름, 중고등부 하계 수련회 기금마련을 위한 성산교회 바자회에서 시작한 지 10분만에 매진되어버린 블루베리 머핀이 있었다. 쉬폰 케이크와 비스킷 등 모두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지만 분명 엄마가 만들어 준 것이려니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이 아니라 그 엄마 김현정씨 손을 끌고 행사장 한 켠으로 가서 레서피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있던 아들을 데려왔다.    

“정말 네가 만들었어? 혼자? 어떻게? 어디서 배웠어?”
놀라워서 묻는다는 게 다그치듯 되고 말았지만 이 녀석, 어른의 긴 질문에 ‘쉬워요’ 달랑 한마디 던지곤 휙 돌아서려는 순간 다시 잡았다.
“얘야…… 우리 아줌마들은 말이다. 쉽다면 어떻게 쉬운가를 알려줘야 한단다”

한국 나이로 치면 이제 14살 중학교 2학년이다. 그런데 ‘네’ ‘아니오’ 대답 대신 엄마께 여쭤 보고 대답하겠단다. 잘 생긴 녀석이 요리도 잘하고 게다가 예의까지 반듯하다.

▲ 연수, 연준, 해연 3남매. 서울에 계신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맏아들이 대표선수로 나섰다. 막내 해연이는 오빠 눈치보면서도 연신 돕겠다며 나서서 망쳐 놓곤 했지만, 그때마다 연준군은 아빠가 막내 딸 바라보듯 따뜻하게 다둑거리며 자상하게 챙기는 것이 참 기특해 보였다.

엄마 허락은 받아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더니, 화들짝 놀라며 꼭 자기가 받아야만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진지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연준이와 이후 나눈 대화는 이랬다. 
“우리 엄마는 집에서 그릇이나 그런 거 깨뜨리면 혼내지 않으세요.”
-흠, 아주 사랑이 많은 교육적인 훌륭한 엄마군……
“그냥 각자의 용돈으로 ‘사 놓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에요.”
-돈도 너네가 내구?
“네. 그리고 엄마 허락 없이 사용하다가 가구나 바닥에 흠집 내면, 원래대로 고쳐놔야 해요.”
-왜 그래야 된대?
“엄마 집이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꼭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렇게 ‘윤허’를 얻어 찾아간 ‘엄마 집’ 주방에는, 다닥다닥 별 스티커가 붙어 있는 종이 세 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연준이와 두 동생 연수, 해연이가 용돈을 벌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흔적이다. 곁에는 이런 내용이 또 붙어 있다.
‘쓰레기 버리는 일 별 1개,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기 별 1개, 하루 종일 TV시청하지 않은 날 별 1개, 책 1권 읽을 때마다 별 2개, 설거지 별 1개……’
좋은 일, 착한 일,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챙길 때마다 붙이는 별 1개의 가격은 25센트. 10달러라면 총 20개 항목이라는 이야기다. 
“햐~ 너네 참 돈 벌기 쉽네. 다 지켜서 돈 많이 벌어” 했더니, 돈 벌기가 쉽지 않아서 쓰는 것을 줄이기로 했단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펌킨 케잌’을 하려다가 통조림 값 아끼기 위해 엄마의 재료로 만드는 블루베리 케잌을 준비했다는 녀석. 귀여운 구두쇠다. 
세 아이들이 갑자기 ‘착한이’로 변하면, 필시 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긴 것이라 했다. 정해진 룰을 철저히 지키고 따라서 엄마는 그만큼 편해진다. 엄마 입장에서는 어차피 줘야 할 용돈이기에 손해 볼 것 없고, 아이들도 돈의 사용처를 일일이 엄마께 보고하지 않아도 되기에 ‘상호 대만족’인 셈. 게다가 어릴 때부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경말씀과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세상살이를 일찌감치 체득하게 하니 교육효과도 만점이라는 게 엄마 김현정씨의 말.
가족들을 위해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나만의 레서피’를 하기로 했다는 연준군의 ‘야심작’은 생각했던 것보다 재료 만지는 손이 섬세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또 맛있었다.
“먼저 고체를 채에 거르고, 액체를 섞은 다음, 고체를 액체에 붓습니다. 상태는 숟가락으로 떴을 때 고체가 흐르지 않는 정도로 반죽해 주시고……”
요리가 무슨 화학실험인가. 웃음을 참느라 애쓰며 ‘골고루 섞어서 골고루 뿌려야 한다’는 포인트를 빨리 받아 적지 않았다가 녀석에게 혼도 났다. 요리나 할 것이지 남의 취재 수첩은 왜 훔쳐보고 난리람. 모르긴 해도 이다음에 장가가면 가족에게 ‘깜빡’ 숨 넘어 갈 멋진 남편이 될게 틀림 없다. 서울에 계신 아빠처럼.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블루베리 케이크

■ 재료   밀가루 3컵(200ml 기준), 설탕 2컵, 올리브유 1컵, 계란 4개, 베이킹 파우터 2ts, 소금, 계피가루 3ts, 블루베리 1.5컵
① 밀가루는 베이킹 파우더와 계피가루, 소금을 넣고 채에 내린다.
② 계란, 올리브유, 설탕을 잘 섞어 놓는다.
③ 1과 2의 재료를 혼합해 반죽을 한 다음, 블루베리를 넣어 다시 섞는다.
④ 빵 틀에 컵을 놓고 반죽을 2/3의 양만큼만 채운다.
⑤ 예열된 오븐에 넣어 타이머를 15분에 맞춰 알람이 울리면 젓가락을 찔러 한번 확인 후 꺼낸다.

파스타 피자

■ 재료   오색 파스타 4컵, 계란 2개, 우유 1/4컵, 소금 1ts, 올리브유 1ts, 색깔 별 피망 각 1개씩, 토마토, 단 호박, 스파게티 소스, 스팸, 치즈 4컵
① 소금과 올리브유를 넣어 물을 끓인 다음 파스타를 15분 가량 삶는다.
② 준비된 야채와 재료는 모두 채 썰어 놓는다.
③ 파스타가 익으면 채에 받혀 물기를 제거하고 뜨거운 채 피자 팬에 쏟은 다음, 평평하게 펴 준다.
④ 우유와 계란을 잘 풀어 3의 파스타 위에 끼얹어 준다.
⑤ 밑 치즈를 솔솔 뿌린 다음 스파게티 소스를 골고루 펴 준다.
⑥ 그 위에 준비해 둔 야채와 스팸을 토핑한다.
⑦ 다시 속 재료가 보이지 않을 만큼 듬뿍 치즈를 올린다.
⑧ 400도에서 30분간 구워 낸다.

박연준 군의 한마디!

■ Cooking Point
① 어머님들! 반죽은 꼭 2/3컵만 채워야 예쁘게 볼록한 모양이 됩니다.
② 계란에 우유를 조금 섞어 저어서 골고루 뿌린 다음 구워내면, 파스타가 흩어지지 않아요.
③ 파스타를 삶을 때 짭짤해야 피자가 완성된 후 싱겁지 않아요.

■ Cooking Tip
① 빵 재료 밀가루는 호밀을 쓰면 영양만점이죠?
② 식성에 따라 빵의 올리브유는 조금 적게 해도 괜찮아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UBC 한·일 교환학생 축구경기 열려
◇ UBC 한일 교환학생 축구 경기가 끝난 후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축구경기는 교환학생들이 서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지난 27일 UBC내에 위치한 울프슨 필드(Wolfson field)에서는 한일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응원...
심리학
어떤 말을 해야 화가 풀릴까? 청소년들은 부모나 어른들과 사이가 서먹서먹한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은 그 이유 중 하나를 어른들의 독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이 어린 고등학생이란 이유 하나로 학생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쉽게...
경제야 놀~자 / 중고차 제값에 사고 팔려면...
한인 B씨는 최근 차를 팔려다가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매매에 흥정은 기본이라지만 상대방이 “기준가격에 맞춰 팔지 않고 같은 한국 사람끼리 폭리를 취한다”며 혼잣말처럼 “한국사람 조심해야 돼”라고 한 말을 기분 좋게 들을 수는 없었다. 지난 5년 간...
BC주민 지난해 술 소비액 맥주구입에 가장 많이 지출
BC주민들은 지난 해 1인당 694달러어치의 맥주, 포도주, 과일주를 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입액수 면에서 BC주의 1인당 연평균 술값은 뉴펀들랜드주(735달러), 퀘벡주(699달러)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지난해 캐나다인 1인당 평균 술 소비액수는 652달러로, BC주민들은...
BC주정부, 단체당 5만달러 지원
이민자나 캐나다 국내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기술인증(Foreign Credential Recognition: FCR) 정책마련과 관련해 BC주정부는 소규모 예산을 직능단체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BC주정부는 올해 6월 FCR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이를 통해 직능에...
버나비 킹스웨이에서
출동 중이던 연방경찰 순찰차가 31일 새벽 1시 55분 킹스웨이와 로얄 오크에서 승용차 측면을 들이받아 승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승객이 사망하고, 순찰차를 운전하던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이 사고에는 SUV 1대도 관련이 돼 있으나 이 차량의 사고...
한반도 정세와 경제환경 변화 세미나
지난 주 26일 UBC한국학연구소와 한국경제연구소 공동주최로 열린‘한반도 정세와 경제환경 변화 세미나’에서는 한미 양국 관계와 한미 FTA가 한국과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데이비드 스트롭 스탠퍼드대 교수와...
11월 3일 밴쿠버에서
차기 연방 총선에서 보수당 연방하원의원 후보(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포트무디 선거구)로 출마할 예정인 김연아(영어명 연아 마틴)씨를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11월 3일 오후 6시부터 밴쿠버 시내 플로아타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열린다. 후원의 밤 행사...
태공은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를 세운 성현이다.
알뜰 쇼핑 찬스 찬스! 찬스!! 찬스!!!
‘정품 25%할인, 클리어런스(clearance)코너 최고 80% 파격 할인’ 가구는 나무의 재질이 가격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다. 다음으로 디자인, 그리고 가공방법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나누어진다. 뛰어난 감각으로 디자인 한 가구라고 해도 나무가 단단하지 못하면,...
게이트웨이칼리지
게이트웨이 칼리지에서 간호조무사 과정을 공부 중인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밴쿠버 웨스트 브로드웨이에 자리잡고 있는 게이트웨이 칼리지(Gateway College)는 학생들에게 두 가지 직업에 대한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21년간 계속...
스콰미시 강
10월 한 달을 힘 좋은 첨(chum) 연어와 함께 보낸 꾼들도 요즘 들어 그다지 싱싱하지 않은 상태의 고기를 주로 잡게 되어 조금은
소호 사무실 임대업체 ‘APAC’ 김동현씨
인터넷 쇼핑몰, 무역업 등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창업자는, 먼저 연락처로 사용할 주소와 사무실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반도 바라보는 3국의 관점 달라
한반도 정세와 경제환경 변화 세미나는 한반도의 현황과 이를 보는 한국·미국·캐나다 3국의...
기업체 총 37만8700개…98%가 소기업 건축업 관련 고용 가장 많이 늘어나
BC주 내 기업체는 총 37만8700개로 이 중 98%는 직원 49명 이하인 소기업체인 것으로 집계됐다. BC주 통계청은 2001년부터 2006년 사이 5년간 BC주 내 소기업체 숫자가 11% 증가해 전국 평균(+3.6%)의 3배에 달하는 창업이 이뤄져 캐나다 국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BC주...
연말이 다가오면서 따듯한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여러 가지 목적으로 박애정신을 발휘하는 자선단체만 캐나다 전역에서 8만2000여개를 헤아린다. 하지만 일부 단체는 자선기관의 설립목적과는 달리 기부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토...
모로코 음식전문점‘르 마라케쉬’ LA MARRAKECH MOROCCAN BISTRO
모로코 음식 전문점 ‘르 마라케쉬’를 추천한 사람은 김은정씨. 이색적인 분위기와 우리 입맛에 맞는 이국 음식이
북미 아시아계 전문가연합, 아시아계 리더 3인 시상
활발한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와 전문 분야 발전에 기여도...
아시아계 지도자로 주목 받는 4인
북미주아시아계전문가연합(NAAAP: 냅)이 25일 개최한 ‘스포트라이트 온 리더십 셀레브레이션(Spot light on Leadership Celebration)은 수상자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는지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시아계 지도자로 주목 받는 네 사람의...
안전을 위해 꼭 챙겨야 할 할로윈의 규칙!
오는 31일 할로윈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날이 될 수 있지만 메트로 밴쿠버에서 사건 사고 신고가 매년 가장 빗발치는 날이다.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폭죽으로 인한 화상, 교통사고, 청소년들의 반달리즘(vandalism) 등 각종 안전 사고에 대한 준비와 주의가...
 1421  1422  1423  1424  1425  1426  1427  1428  1429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