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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밤' UBC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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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11-08 00:00

소설가 김영하씨 서하진씨 초청 UBC 학생 교민 등 100여명 참석

◇ UBC 아시안센터에서 개최된 ‘한국 문학의 밤’ 행사에서 소설가 김영하씨와 서하진씨가 작품 낭독 후 독자들과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풀턴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한국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교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UBC 아시아학과가 주최하고 국제교류진흥회가 후원한  ‘한국 문학의 밤’ 행사가 7일 저녁 UBC 아시안 센터(Asian Centre)에서 개최됐다.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취지로 199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2007년 ‘한국 문학의 밤’ 행사에는, 최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퀴즈 쇼’로 젊은이들의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소설가 김영하씨와 서하진씨가 초청됐다.

한국문학 번역전문가인 UBC 브루스 풀턴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문학의 밤에서 두 작가는, 영문번역판이 출간된 자신들의 소설 일부를 낭독한 후 UBC학생 및 참석자들과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당신의 나무’ 한 단원을 낭독한 김영하씨는 95년 단편소설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등단, 96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의 제국’, ‘오빠가 돌아왔다’, ‘검은 꽃’ 등 많은 소설집을 출간하고, ‘정형화 된 한국 고전소설의 흐름을 깨뜨리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사람’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선녀와 나뭇꾼’을 낭독한 서하진씨는 94년 ‘그림자 외출’이 현대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문학의 밤 행사에 초청된 김영하(오른쪽)와 서하진씨. 

이날 참석자들은 두 작가의 작품 낭독이 끝난 후, 김영하씨에게는 ‘주인공이 2인칭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점이 갖는 의미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영하씨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불상(佛像)과 나무의 공생을 예로 들며, “불상으로 인해 꺾여진 나무,나무로 인해 깨어진 불상은 서로를 파괴하면서도 그 파괴의 힘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건강해 보이는 세상 어떤 사랑도 어느 정도의 병적인 관계에 있음으로 해서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혼돈스러운 관계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 혼돈 속에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의 진정성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인칭 시점의 새로운 소설의 작가 해설

한편, 마치 한 컷의 영화에 여러 대의 카메라로 재빠르게 보여주고 침묵하는 식의 그의 문체와 화법 등, 그의 새로운 문학 범주를 접해 보지 못한 기성세대 가운데 2인칭 시점의 생소한 화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질문도 있었다. 스토리 전개 접근법으로 읽는 고전소설과 다른 ‘당신의 나무’를 두고, “‘플롯(plot)’이 약하다”고 하자, “플롯 하면 대한민국에서 저 입니다” 라는 재치 넘치는 농담으로 입을 연 그는 “끝까지 읽으면 알 수 있다”는 말로 탐독하지 않고 함부로 작가에게 던진 우문에 현답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밖에 많은 질문이 쏟아졌음에도 시종일관 부드러운 말투와 분명한 작품관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어 서하진씨의 ‘선녀와 나뭇꾼’ 낭독과 작가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주인공과 섬, 그리고 섬 가운데서도 ‘괌’이 작품 속에서 선택된 배경과 역할” 그리고 주인공이 집착하는 ‘집’이 갖는 의미를 해석해 달라”는 질문이었다.

‘괌’은 미국령이면서 미국과 다른 나라로 복합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며, 그동안 나뭇꾼이 항상 약자로 그려지게 된 것은 '나뭇꾼의 입장에서 읽어졌기 때문'이라고 서두를 시작했다. 그것은 곧 “문학은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틀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으며, 따라서 착한 이 콤플렉스에 ‘길들여 진 탓’이라고도 말했다. 이것은 여자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 본 것과 날개 옷까지 훔쳐 간 나무꾼의 ‘치사함’과 범죄 ‘행위’를 전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가리고 있었다는 것.

여성적 문체라는 건 남성독자의 편견

옷을 잃어버리고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서가 아닌, 여자도 사고와 선택의 자유로운 상황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 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설 속에서 ‘집’이 갖는 의미는, 가족이 함께 하는 ‘집’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집’의 복합적인 의미로 해석하라고 당부했다. 

◇소설가 김영하씨가 행사 후 참석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처음 떠나 올 때의 집과 다시 돌아간 집은 분명 다른 곳이라며, 선녀에게 다시 옷을 돌려준 후 자유로운 선택권이 주어진다해도 하늘로 돌아가진 않았을 것이라는 말로 결론을 독자들의 판단에 맡겼다. 

작품 속 주인공이 스스로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것에서 끝난 소설의 결말에 관한 내용에서는, 처음부터 자유를 박탈당한 여자가 ‘자살’을 선택하도록 의도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애를 낳아 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질문 하는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낸 그는, 94년 신인상을 수상한 후 96년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고 그 해 박사학위와 첫 아이를 낳아 현재 세 아이의 엄마라고 밝히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아이 셋을 낳은 여자는 물이 무릎이 아니라 목까지 차 올라도 어떻게든 살아나서 아이들을 위해 살게 되어 있다”는 말로 작가적인 의도가 자살이 아닌 ‘삶의 열망’이라는 반전을 꾀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김영하씨는 ‘세상의 모든 결혼에서 ‘납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며 ‘김영하 식’ 해설로 거들었다.

“여성작가이기에 여성들의 문제에 국한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소설을 끝까지 읽지도 않은 사람들이 갖는 편견"이라는 말로 일침을 놓았다. 여자이기에 더욱 남성과 함께 구성원이 되는 사회를 중요하게 바라보며 고민하는 내용을 담은 ‘홍길동’과 같은 작품을 전혀 읽지 않은 것에 대해서 행사가 끝난 후 조금은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행사가 끝난 후  대학생 손연주(SFU 3학년)양은 “새로운 소재로 신선한 소설 장르를 개척한 좋은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길 희망했다.

1999년부터 열리고 있는 ‘한국 문학의 밤’ 행사에는 그동안 최인호, 오정희, 공지영, 이인화, 최윤, 최수철 등 다수의 한국 문인들이 초청되어 밴쿠버를 방문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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