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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학생들이 지향하는 전문기술직(4)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06 00:00

국제원자재 가격 뛰면서 주가 상승하는‘지질학사’

초임 6만6114달러…일부 회사는 스톡옵션 제공
몸으로 뛰며 장기간 현장 근무…적성에 맞아야   

아마 가장 바람직한 직업은 자기의 취미와 업무가 맞아 떨어지는 경우일 것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은 경우에 따라서 고통이 될 수 있으며, 그러한 고통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무리 높다 해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끝없는 흥미를 느끼는 전공이 졸업 후 맡은 업무와 그대로 연결되고 또한 고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건 '꿈의 직장'(dream job)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홍콩에서 중 1때 이민 온 C군은 이과 지망생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처음엔 화학 또는 생물을 전공할까 했으나 연구 대상이 너무 미세하고 쪼잔하다고 느껴져 망설이던 중, 지질학이 우선 스케일 큰 학문이라는 데 매력을 느꼈다. 그는 지질학이 졸업 후의 취업률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라 지구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의 생성과정, 산맥의 기원, 그리고 대륙의 형성구조 등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막상 예과를 마치고 2학년에 들어가서야 지질학사(Geoscientist)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게 됐다. 국제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그간 침체된 국면의 캐나다 광산업이 사상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며 지질 탐사 요원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종전의 새내기 지질학사의 연봉이 단 2년 사이에 70%나 증가한 7만달러로 껑충 뛰는 '노다지' 대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야성미 넘치는 지질탐사요원의 수련과정

지질학과 3, 4년차는 여름 방학을 반납하고 현장실습에 임해야 한다. 졸업을 앞둔 그는 벌써 BC주 북부 테라스와 넬슨 지역에서 황금과 구리를 찾아내는 광맥탐사요원의 실습과정을 마쳤다. 광맥 시추 회사들은 대개 어느 지역에 어떤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따라서 매장량의 규모나 채광의 경제성은 현장에 출동, 시추하여 얻은 견본을 분석하여 판정하는 것이 바로 광맥 탐사요원들의 몫이다.

따라서 광맥 탐사요원들은 태산준령을 오르내리며 야영도 불사하는 야성적인 기질이 필수적이다. 부모 형제나 사랑하는 처자와 이별하여 낯설고 물 선 오지 산골의 열악한 생활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 나름대로의 ‘끼’가 있어야 해낼 수 있는 직업이다.

C군은 말한다. "중국사람들은 대개가 타향에서 혼자 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버님의 영향인지 몰라도 어릴 때부터 캠핑을 좋아했고 홍콩에 살 때도 등산을 무척 많이 다녀 이런 일이 적성에 맞는지도 모릅니다."

탐사요원들은 6주 연속 일하고 1주 쉬는 근무 방식을 취한다. 중고참이 되면 4주 근무 2주 휴가의 특전이 부여된다. 여름에 야외 현장 근무를 하고 겨울엔 사무실에서 시추샘플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질학과엔 아시아계 학생들이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다. 지질학과 60명 학생 중 자기 외에 대만계, 한국계, 일본계가 각 1명뿐이며 여학생이 무려 20명이 되나 아시아계는 단 한 명도 없다며 아쉬워한다. 지질학 1년차들의 정원이 이제 100명으로 증원된 것은 BC주 광산업계가 맞은 최대 호황을 그대로 반영하는데도 말이다.

지난 2년간의 현장실습으로 단련된 그는 옛날의 그가 아니라 야성미 넘치는 사나이로 거듭났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것은 실습을 통해 지질 탐사 업무가 체질에 맞는다는 얘기이며 하루 종일 책상머리에 앉아 근무하는 사무직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 고국인 중국에 돌아가 눈부신 발전에 동참하는 것이 꿈이다. 중국의 잠재적 광물 매장량이 거대하다고 보고 있는 그는 황하와 양자강의 남북을 넘나들고 저 멀리 고비 사막의 모래산맥을 종횡무진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연봉 플러스 알파의 광산업계 대우

BC주 총장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엔 입사 후 2년차가 받는 연봉이 6만6114달러라고 나와 있으나 C군은 이것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일부 광산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의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그의 1년 선배들이 받는 세금 공제 전 월급이 벌써 9000달러~1만달러에 육박하며, 고참이 될 경우 월수 2만달러는 기본이라고 지적한다. BC주 광산업협회의 공보이사인 지로드씨가 현재 업계의 지질학사 초임이 6만5000달러에서 8만5000달러이나 소장급이 되면 10만7000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귀띔은 C군의 주장이 ‘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로드씨에 의하면 연봉 외에 받는 보너스와 스톡옵션의 부수입은 별도라는 지적이고 만약에 운이 좋아 노다지 광맥을 발견하는 대박이 터지면 회사 주가가 10배로 뛸 수도 있는 지금은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실정이라 졸업이전에 스카우트해가는 기현상은 물론 입사 후 승진도 그만큼 빠르다고 부언한다.

후배들에게 주는 충고

지질 탐사 업무는 사무실이 아닌 야외근무인 까닭에 지질학에 대한 남다른 흥미를 가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탐사 시추업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때로는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사는 집시의 기질이 있어야 하고, 태산 준령을 기어 오르는 등산실력과 야영이라면 신바람이 나는 그런 끼가 있어야 한다고 C군은 주문한다. 한마디로 고생할 각오를 하고 덤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탐사시추업의 성격이 좀 야성적인 까닭에 위계질서 의식과 소위 '노가다' 기질이 강한 사람들과 근무하게 되므로 상명하복하는 직장분위기에 잘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단다. 광산업계의 현장근무는 인맥형성이 좌우하므로 3, 4학년 때의 여름방학 실습이 빼놓을 수 없는 군대 훈련소 과정이나 다름없다. 바로 여기가 인맥을 형성하는 현장이다. 대개 졸업하는 해 1월에 스카웃이 되면 2월과 3월은 견습생으로 일하며 3, 4월에 현장에 출동한다. 따라서 입사를 하기 전 각 회사와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개는 각 사의 웹사이트에 자기 이력서를 내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현장근무가 싫은 사람은 정부기관이나, 환경업무 또는 건축업에 종사할 수도 있어나 큰 돈을 만지고 견문을 넓힐 곳은 안락한 밴쿠버가 아니라 오지의 광산회사에 발을 들여 놓아야 승부가 빠르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 지질과학사 및 기사협회(Association of Professional Engineers and Geoscientists)가 주관하는 고시에 합격하면 전문 면허증이 부여된다. 이 면허증을 가져야 시추분석보고서에 서명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스릴만점, 광맥탐사 현장의 낭만과 애환

사람의 발길이 단 한번도 닿은 적이 없는 울창한 삼림을 뚫고 태산준령을 기어오르는 지질사는 등산화와 복장만큼은 최고급품을 자비로 장만한다. 나머지 숙식을 비롯한 모든 편의는 회사가 제공한다. 교통편도 회사 제공의 차량을 이용하고 때로는 비행기나 헬기를 타고 현장에 출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곰을 조우하는 일도 다반사며 시추하고 내려오다 무서운 폭우와 번개를 만날 수 있는 모험도 감내한다. 이런 까닭에 야외 극기 훈련을 포함한 야외 조난 구조 실습도 회사 주관 하에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지질학사는 과학자이기 이전에 등산가가 되어야 하고 어떤 악조건에도 대처할 수 있는 야성적인 기질을 가진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산행을 즐기며 나 자신 아웃도어맨으로 자부하고 있는 필자가 다시 태어나 공부한다면 나는 기꺼이 지질학을 전공하여 태산준령을 누비고 싶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를 누비고 싶은 욕심마저 없지 않아 있다. 대개의 지질학자들은 세계를 일주하는 로맨티스트들이라는 정평이 나있는 만큼, 스케일이 큰 공부로 대장부의 호연지기를 펼 수 있는 무대가 아닐까.

편안하고 쾌적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성과 야성을 겸비한 직업에 우리 교민 자녀들이 도전하는 것도 전혀 새로운 차원의 지평을 여는 일에 다름아닌 것이다.

정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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