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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콩삼, 그 맛 알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14 00:00

‘김콩삼’이 있는 한식당‘토담’

등잔 밑이 어둡다. 때론 눈 아래 담긴 마음을 보기가 힘든 것처럼 가까이 있는 집을 보지 못해 놓칠 때가 종종 있다.  한식당 토담이 그렇다.  혹시 뱃고동이라고 말하면 좀 기억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코퀴틀람 한인타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3년 전 뱃고동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 집은, 얼마 전 주인이 바뀌어 토담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고, 점심 메뉴로 잔치국수와 청국장 구수한 냄새로 50미터 이내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 이야기 나누기 좋은 방이 있어
저녁엔 ‘김콩삼’과 쭈꾸미볶음이 맛있고 낮에는 청국장과 잔치국수가 맛있다며 삼겹살 근처만 얼씬해도 몸집이 옆으로 자라나는(?) 새싹 같은 사람을 유혹한 주인공은 ‘밴쿠버청소년오케스트라’ 지휘자 박혜정씨. 
낮엔 수다 고픈 여자들끼리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밤에는 술 고픈 남정네들이 삼겹살 누릇누릇 구워가며 마음 터놓기에 ‘딱’ 좋은 방이 여럿 있다고도 했다.
한아름마트 옆이라는 것 외,  ‘뱃고동’이 ‘토담’으로 바뀌었다는 최신정보를 쏙 빼놓는 바람에,   ‘뱃고동’ 옆에 ‘토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뱃고동’부터 한참 찾아 헤맸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 자리에 그 집이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토담’에게 자리 물려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뱃고동’만 찾았으니 있을 턱이 없었다.

■ 방 이용은 예약 필수
‘토담’의 따끈한 방은 연말이라는 특수 때문인지 초저녁부터 만원사례. 테이블도 빈자리가 없어 먹고 있는 사람 찍어 눈치 줘서 내 쫓다시피 보내고 나서야 겨우 한자리 차지할 수 있었다.
앉자 마자 득달같이 달려 온 직원이 컵 가득 채워놓은 따끈따끈한 보리차가 구수하게 코끝에 퍼지면서, 이 방 저 방에서 삼겹살 굽는 냄새까지 더해져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메뉴판이고 뭐고 볼 새도 없이 삼겹살 고파 진 뇌가 혈당을 쭈욱 떨어뜨리는 통에 일단 삼겹살부터……
남 먹는 것 쳐다보는 인간들이 제일 ‘추잡스럽다’는 명언을 너무너무 잘 알고 있지만, 창호지 바른 문짝 하나 사이에 두고 테이블에 앉은 손님 아랑곳 하지 않고 제각각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방안메뉴가 또 궁금했다. 방문이 열릴 때 마다, 음식이 들어갈 때마다 길게 고개를 빼고 귀를 쫑긋 세웠다.
‘김콩삼’, ‘불타는 쭈꾸미’, ‘불타는 닭갈비’…… 
불타는 메뉴 주문이 많은 걸로 보아, 한국인의 입맛에는 역시 매운 맛. 얼른 이것저것 불타는 메뉴에 갈비 생갈비까지 주문했다.

◇ 김콩삼, 우설구이, 갈비 같은 육류외에도 토담의 점심 메뉴 잔치 국수와 청국장은 집에서 먹는 맛처럼 담백하고 구수하다. 삼겹살에 나오는 파채가 심심한 것도 소금섭취를 고려해 주방에서 된장과 다른 소스를 많이 곁들여 먹도록 배려 한 것이다.

■ 삼겹살, 묵은지, 콩나물의 궁합
생갈비니 양념갈비니 어떤 맛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만인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삼겹살에 콩나물과 묵은 김치가 나오는 ‘김콩삼’이  ‘토담’의 대표메뉴.  주인공이 삼겹살이라고 딸려 나오는 묵은지와 콩나물 무침의 맛을 또 무시하면 절대 안 되는 게 또 이 메뉴.
사람에게도 ‘첫 인상’이 있듯, 콩나물, 묵은지에   동그랗게 말린 삼겹살이 나왔을 뿐인데, 색깔이 맑고 도톰한 삼겹살이 깔끔해 보여 ‘첫 인상’이 좋다.  
묵은지는 최소한 4개월을 숙성시켜 손님상에 내 놓지만 군내 하나 나지 않는 것이, 문을 연지 몇 달 만에 참 용케도 터득했다.  홍어와 막걸리가 나오는 홍탁삼합에도 나오는 이 묵은지는 김치를 잘 담그고 못 담그고의 문제가 아니라, 군내가 나지 않아야 하고, 시큼하되 눈살이 찡그려지는 신맛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 또 씹었을 때 배춧잎에서 김칫국물이 촉촉히 배어 나와 홍어든 삼겹살이든 입안에서 어우러져 궁합을 ‘철썩’ 맞출 때 그 맛에 미식가들이 ‘뿅’가는 것이다. 이 묵은지와 함께 나오는 음식들은 한번 맛 들이면 반드시 중독성이 있을 만큼 그 맛이 독특하고 강한 법. 

■ 숨은 메뉴 찾기, 우설(牛舌)구이
이 집 메뉴판 구석에서 “나를 선택해주기만 하면 ‘맛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며, 칼을 갈고 있는 외로운 메뉴는 없을까. 해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구석구석 뒤졌다. 그래서 찾아 낸 메뉴가 ‘우설(牛舌)구이’. 원래 일본 사람들이 ‘환장’하며 찾는 이 우설이 메뉴판 저 구석에 숨어 있었다. 
 결이 일정하게 잘라진 납작한 우설이 한 접시 나왔다. 뜨거워진 불판 위에 우설을 얹기가 무섭게 갈색으로 변했다. 살짝 익은 우설 한 점을 참기름소금에 찍어 꼭꼭 씹었더니, 고기가 아니라 질 좋은 새송이 버섯처럼 쫄깃거리기도 하고 지방이나 힘줄이 없어 담백한 것이 정말 맛있다.
솔직히 이 집 우설이라 맛있는 것만은 아니다. 근육으로만 이루어 진 그 부위가 원래 이런 맛을 지니고 있다.
양이 큰 손님은 이 한 접시로 배부를 기대는 금물이다. 맛이 있는 만큼 한 접시의 양은 많지 않다는 말이다.  39.99달러 이동갈비 광고보고  1세트 시켜 장정 4명이 저녁으로 먹은 후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며 인터넷을 시끌벅적하게 했던 어이없는 사태가 또 벌어질까 염려해서다.  장정들이 1세트를 시켜 먹었다면, 간에 기별은커녕 위액만 분비시켜 배고픔이 커지기만 했을 터. 그 불만(?) 백 번 이해하고 남음이 있지만 아무리 싼 집도 가격대비 평균 양에서 웃도는 것일 뿐, 무한 리필이 아니라는 사실. 세상 모든 것에는 가격대비 기본 양과 질적인 기준이 있는 법.

■ 도가니 무침, 불타는 쭈꾸미
갖은 야채에 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쭈꾸미 볶음, 이것이 ‘불타는……’ 어쩌고 대표메뉴로 봐도 좋겠다.  뜨겁게 달궈진 돌판에서 사지를 틀며 익어가는 쭈꾸미에 양념이 잘 배어들어 맛있게 익었다. 단 맛이 강한 편이긴 하지만  ‘불타는 쭈꾸미’는 정말 입술에 불을 지른다. 눈물 찔끔 콧물 찔끔 대면서도 화끈해서 좋다.
이 집의 맛은 대체적으로 약간 싱거운 듯, 강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첫 맛에 ‘아 맛있다’는 느낌보다 ‘먹으면 먹을수록 정이 가는 음식’에 가깝다.  그래서 강한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첫 맛이 ‘심심’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수저를 놓으면 진짜 제 맛을 놓치게 된다.
특히 짠 음식은 어른들에게 해롭고, 화학 조미료는 아이들에게 해롭고, 야채면 야채 해물이면 해물의 원래 그 맛을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는 아줌마가 만들어 내는 음식이란 걸 알고 나면, 매출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의지를 지키며 손님들 생각하는 그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장사가 아니라 이건 숫제 손님들의 ‘엄마’로 영양사라는 게 맞겠다.  도가니 무침이 오돌 거리는 덩어리로 나오지 않고 얇게 편으로 저며 새콤달콤하게 나오는 것도 그렇다. 원래 도가니무침의 맛을 몰라서가 아니라 외국인들도 먹을 수 있는 양념과 맛으로 약간 퓨전화 시켰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11:30 am ~ 10:00 pm
*주소   329 North Rd., Coquitlam
*문의   604-939-5515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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