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달콤 새콤 초간편’ 일식집 장아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1-25 00:00

"일하는 기러기 엄마는 절대 외롭지 않아요!" 메이플리지 김혜옥씨의 일식집 장아찌

“하우~, 다음에 정말 기가 막히게 족발 삶는 법 가르쳐 줄게요.”

이왕 지면에 등장할 거면 ‘기가 막힌 맛’의 메뉴로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는 야심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려다가 딱 걸린 김혜옥씨. 11살, 8살 두 아이 키우며 직장에 나가는 짬에 언제 느긋한 시간을 낼까. 기다리느라 세월 보내느니 거창한 레서피 대신 간단 맛 뵈기 레서피를 원한다고 했더니 정말 초 간편 레서피 두 개를 들고 나왔다.

밥+ 라면+ 빵,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맛깔스런 장아찌와 음료수 ‘셜리템플(Shirley Temple)’. 이 음료수는 만들기 레서피라고 할 것도 없지만, 기본적인 재료만 사다 놓으면 언제든 만들 수 있다. 이 나라 어린이들이 음식점에서 콜라 다음으로 주문하는 인기 짱 음료다.

◇ 한국에 남아 가족들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남편을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면서 즐겁고 씩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김혜옥씨. 족발과 간편 도시락 만들기 레서피가 많이 있지만 일을 하고 있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쉬는 휴일 다시 도시락 메뉴만 모아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은 필히 포토샵을 부탁했지만, 사진성형이 필요 없는 환한 미소가 예쁘기만 하다.

 그녀의 장아찌도 얼핏 “레서피라고 할 것도 없다”고 생각되지만, 정해진 분량을 넣고 만들어도 그 맛이 나지 않는 게 참 신기하다.

이유는 그녀도 모른다. 공식적인 레서피 알려주고 뒤에서 혼자 뭘 넣는 게 아닐가 싶지만, 아마도 졸아든 후의 농도일 것이라고 유추할 뿐 과학적인 설명이 불가하단다.

이런 게 바로 노하우다. 정해진 분량으레서피대로 따라 해보며 실패와 좌절을 딛고 완성되는 최종 완성품인 것이다. 따라서 장아찌 하나에도 노하우가 생겨야 한다. 우스워 보이는 레서피라고 얕잡아 보았다간 달거나 짜거나를 면치 못할 것.

김혜옥씨가 만든 새콤 달콤한 일식집 장아찌.

 어찌되었건 그녀의 장아찌는 짜지도 시지도 달지도 않으면서 무와 오이, 양파가 ‘아삭’거리는 것이 특징. 맨입에도 먹어도 좋을 상큼한 맛을 지녔다. 그러나 초보 주부에겐 그 어떤 이유보다 만들기가 너무너무 쉽다는 점. 재료비가 초저가라는 점이다. 특히 셜리템플은 오렌지 주스와 기본적인 재료만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몸에 나쁜 콜라 들이키는 아이들에게 탄산음료대신 먹이면 최고. 예전 우리 엄마들이 식혜를 만들어 먹이 듯, 이 나라 엄마들이 직접 제조(?)해 먹이는 음료수다.

복도 많은 그녀, 결혼 후 20여 년 남편 그늘을 벗어나 생활해 본 적이 없는 ‘화초 주부’로만 살다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 6년 전 밴쿠버로 왔다. 2년간 유학생 엄마로 살다가 이민을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기러기 엄마’다.
“남편 걱정? 평생 한 번도 아내를 걱정 시킨 적이 없어요. 해가 진 다음 남편이 어디 있나…… 궁금하게 만든 적이 없었거든요. 항상 일하는 시간과 가족과 지내는 시간을 정확히 구분지어 가족중심으로 생활하니까요.”
좋겠다. 남편 이야기에 갑자기 얼굴이 환해진 그녀, 뽀사시한 화색이 만면에 그득하다. 그 남편도 이 아내도 서로가 그렇게 24시간 언제 어디서 무얼 하는 지 다 알고 있단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고 있지만 마음이 함께 있으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지 일일이 보고하지 않아도 서로 느낌으로 교감한다는 것. 한 20년 세월 보낸 부부라 그럴 수도 있겠다 했더니 그 반대란다. 처음부터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20년 세월을 함께 보내며 편안히 나이들 수 있다는 것.
어느 쪽이 먼저이든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하랴. 이것이든 저것이든 젊은 날 사랑으로 달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편안한 친구로 변한 다음 나이 들면서 서로를 연민으로 애틋하게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행복한 부부가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 뒷바라지에만 매달리지 않고 ‘나’를 지킨다고 했다. 잠깐의 시간도 스스로에게 무료할 짬을 주지 않고, 토박이 동네사람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잡아주고, 먼저 미소 지으며 조금은 손해 보는 기분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그녀만의 즐거운 삶의 비결이다.

이런 그녀에게도 한때 살짝 우울한 날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살가운 남편의 보살핌이 갑자기 해체되어 아이들과 덩그러니 남았을 때, 세상만사 다 귀찮고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스스로 내린 명처방이 취업.

처녀적에도 일을 해 본적 없던 그녀, 결혼 18년 만에 출근을 하기로 덜컥 결정 해 놓고 “과연 잘 해 낼 수 있을까” 겁이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첫 직장에서 2년을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씩씩하게 일하고 무사무탈하다 못해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환하게 챙겨주며 살고 있다.

“우울한 기분 드시면 일을 해보세요. 정말 재미있어요. 가리지 말고 주어지는 무엇이든 이것 저것 경험해 보세요. 외국인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기분으로 활력이 생겨서 살 찔 틈이 없어요.”
그렇게 수 십 번 강조하지 않아도 ‘일이 재미 있어 죽겠다’는 건, 새털처럼 가벼운 걸음걸이가 말을 대신하고 있다.

“영어로 말하는 것 때문에 망설인다면 영원히 못하게 될 것”이라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그녀.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게 취업인터뷰가 아니라 ‘나만의 레서피’, 음식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을.

“아니 꼭 돈벌이 때문이 아니라 일을 하면 우울증이니 갱년기니 이런 걸 날려버릴 수 있어요.”
즐거운 일, 남이 좋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전달하고 싶어 하는 행복바이러스 같은 그녀. 사람 만나는 일이 그렇게 좋은 걸 참고 어떻게 십 수년 집안에서 살림만 하며 살았을까. 어릴 때부터 명랑하고 싹싹하단 소릴 들으며 자랐지만, 자신의 내면에 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줄 스스로도 몰랐단다.

요리에는 아직도 자신이 없지만 사람들이 ‘식당 하나 내 보라’고 칭찬하는 덕분에, 가끔 요리사가 된 듯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 재미에 푹 빠져 요리 솜씨가 부쩍 늘었다. 사람들의 칭찬에 부응하기 위해서 더 맛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발전하더라는 것.

“여자들이 그렇잖아요. 인사치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뿌듯한 거. 그래서 진짜 그 음식의 진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거…… 아이나 어른이나 칭찬은 사람을 성장시키더라구요.”
사람은 열 가지 재주보다 한 가지 복을 타고나야 행복하다더니, 그녀는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며 사는 지혜를 타고난 그 한가지 복이 열 가지 재주 부럽지 않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일식집 장아찌

■ 재료 무 큰 것 1개, 양파 1개, 일본오이 3개, 간장 1컵(400g 기준), 식초 1컵, 설탕 1컵, 월계수 잎

■ 만드는 방법

① 조선 무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다.
② 무와 양파를 한 입 먹기 크기로 납작하게 썬다.
③ 뜨거운 간장을 붓기 좋은 큰 그릇에 무와 양파를 담아 고루 섞어 준다.
④ 냄비에 분량의 간장, 식초, 설탕을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⑤ 4의 끓인 간장을 뜨거운 상태에서 3의 재료 위에 부어 준다.
⑥ 무게 감이 있는 접시 2개로 재료를 가라앉힌 다음, 식힌다.
⑦ 간장이 식으면 밀폐용기에 담고 월계수 잎을 띄워 둔다.
⑧ 다시 무게 감이 있는 접시 3개를 올려 재료가 뜨지 않도록 눌러두었다가, 3일 후 한번 더 끓여 부어 1주일간 숙성시킨 후 먹는다.

■ Cooking Point
① 소스는 펄펄 끓인 다음 뜨거울 때 바로 부어주세요.
② 설탕과 간장의 양은 식성에 따라 가감하세요.
③ 3일 후 간장소스를 끓여 같은 방법으로 부어 준 다음, 두 번 정도 더 하면 맛이 깊어져요.

■ Cooking Tips
① 매운 맛을 즐기고 싶은 분은 칠리나 매운 고추를 첨가해도 좋아요.
② 매운 재료를 사용할 때는 3일 간격으로 3회 정도 끓이면 매운맛이 적당해져서 매콤하게 맛있어요.
③ 매운 맛이 강할 때는 설탕을 조금 더 첨가하면 좋아요.

김혜옥 주부의 +1 아이디어
어린이들에게 인기 짱! ‘셜리템플(Shirley Temple)’

■ 재료 오렌지 주스, Ginger ale, Grenadine(슈퍼스토어에서 구입가능) 오렌지주스
오렌지주스 1 : Ginger ale 2 : Grenadine 1/2을 넣고 혼합한 다음, 얼음을 띄우면 끝.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