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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8-01-29 00:00

하늘은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莊子曰 若人作不善得顯名者 人雖不害 天必戮之

莊子왈(장자왈) 若人(약인)이 作不善(작불선)하여 得顯名者(득현명자)는 人雖不害(인수불해)나 天必戮之(천필륙지)니라.
(직역) 장자가 말하길, 만약 사람이 선하지 못한 일을 하여 이름을 날리는 자는 사람들이 비록 그를 해하지 못하지만 하늘은 그를 반드시 죽이고야 만다고 하였다.

동양에서 하늘(天)은 자고로 함축된 의미가 풍성한 개념이다. 그 하나는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초월자(Transcedence)로서의 하늘이요, 또 하나는 우리 인간 세상 안에 들어와 존재하는 내존자(Immanence)로서의 하늘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통섭한다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한 모든 종교의 골간이다. 비구름을 내려 농사짓고 수확하는 일을 '주재'하고 백성들의 시시콜콜한 잘잘못은 물론 절대 권력자의 허물까지 '심판'하는 것이 하늘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들이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화를 입는다는 믿음이 길흉화복 또는 주역에서 말하는 길흉회린(吉凶悔吝)인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개인적 이해관계나 이기심이 개입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주관적 개념이다.

그런데 사람은 홀로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人間)이라는 문제가 있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間)가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함께 사는 것이 소위 ‘인’(仁)이라는 덕목이다. 이것은 곧 하늘이 사람 안에 들어와 내재한 덕성임과 동시에 사람이 달성해야 할 지고의 가치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문율을 무시하고 남을 짓밟으며 못된 짓을 일삼아 일약 출세하여 거들먹거리는 권력자나, 세도가, 폭군, 독재자는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이런 사람치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손해를 끼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하늘을 향해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넋두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넋두리 속엔 하늘이 반드시 그를 심판하여 징치(懲治)할 것이란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닐까. 바로 이것이 '역사적 심판의 하늘'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굴러간다. 막말로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이 오는' 것이 바로 역사일지도 모른다. 특히 중국인들은 역사를 종교에 가까울 정도로 신봉한다. 그들이 엄청난 분량의 역사서를 국가정책으로 편찬한 것은 거의 집착(obsession)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들은 역사의 심판이 곧 하느님이 하는 일로 믿었던 것이다. 기독교도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 종교라 할만하다. 하느님이 인간의 역사를 시작하고 인간의 역사를 완성해 준다는 믿음이 아니던가. 백성들 위에서 군림하는 동서 고금의 영웅호걸치고 역사의 심판을 받지 않은 자 하나도 없다. 그것은 역사라는 하늘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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