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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디자인은 ‘꿈’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2-08 00:00

전 ㈜ 화동양행 ‘이베레떼’ 수석디자이너 현 ‘금부보석공예’ 대표 강희원씨

◇ 그의 디자인은 독창적이면서도 튀지 않는 기품 있는 화려함을 추구한다. 긴 세월 매달린 일에 진력이 나서라도 가끔은 트렌드에 쉽게 편승할 만도 할 텐데, 단순히 판매하는 주얼리 숍이 아닌, 섬세한 세공으로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싶은 욕심에 요즘도 밤을 꼬박 지새우기 일쑤.

 뭉툭한 금속을 깎고 녹여 꿈을 표현하는 보석 디자인.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액세서리를 ‘보석(寶石)’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멋쟁이 일수록 화려한 옷보다 심플한 의상에 작은 보석 액세서리 하나로 포인트를 살려 스타일을 완전 변신하는 패션을 추구한다. 그래서 진정한 멋쟁이는 작은 액세서리도 놓치는 법이 없다.

코퀴틀람센터 해더슨 몰에서 ‘금부(Gumbu)’ 보석전문점을 열어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제작한 주얼리를 전시 판매하고 있는 강희원씨는, 서울산업대학교 금속공예과 재학 시절 참가한 ‘De Beers Diamonds Internaional Awards’에서 ‘다이아몬드 국제대상’을 수상, 세계 보석디자이너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인 최초로 그가 대상을 차지한 이 대회는 그가 수상한 다음해  ‘베르사체’가 입상했을 만큼 50년 전통의 보석디자인대회로 그 권위가 세계최고로 꼽힌다. 따라서 이 대회 입상은 세계 모든 보석디자이너들의 꿈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어깨너머로 배운 보석세공

“더 늦기 전에 세계적인 브랜드와 어깨를 겨루어보고 싶은 생각에 영어권에서 준비하는 경유지로 선택한 곳이 밴쿠버였습니다. 그런데 밴쿠버가 좋아져 눌러 앉아 버렸습니다. 하하하……”
강희원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형이 운영하던 공방을 찾았다가 처음 보석세공 하는 모습을 본 이후, ‘친구를 만난다’는 핑계로 드나들며 어깨너머로 보석공예란 걸 배우게 되었다. 그 매력에 빠져들어 일을 도와주며 금속공예를 배우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훗날 직업이 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그는 대학을 영문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보석세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타고난 감각으로 정규수업보다 보석세공에 더 매달려 얼마 후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고 프리랜서디자이너로 활동을 할 만큼의 실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보석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서울산업대학교 금속공학과에 입학한 것은 군 제대 후 91년. 그의 나이 26세 때 였다.
“금속의 성질과 특성을 구체적으로 공부해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이론에 창의적인 디자인을 접목해서 ‘강희원만 만들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개발해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세계대회에서 한국인 최초 대상의 영예

◇ 그는 1994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De Beers Diamonds Internaional Awards’에서 한국인 최초로 ‘다이아몬드 국제대상’을 수상했다.

 학교를 포기하고 재 입학하며 보석세공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대학 4학년이 되던 해 기어코 일을 냈다. 한국적인 전통기법과 서구의 기법을 접목해서 디자인한 그의 작품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De Beers Diamonds Internaional Awards’에서 한국인 최초로 ‘다이아몬드 국제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 1994년 1월의 일이었다.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일은 ‘한국 보석공예디자인의 위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평가 받으며, MBC 뉴스데스크 9시 뉴스와 로이터 통신, 스타 TV 등 국내외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했다. 엘르(ELLE) 한국판은 그를 5월의 ‘엘르 맨(ELLE MAN)’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세계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 위해 이민

그의 첫 직장은 (주)고려아연 계열사의 ‘이베레떼’. 보석 가운데서도 고가의 보석디자인을 맡아 1년 동안 많은 디자인을 보석시장에 내 놓았다.
“1개의 디자인으로 수 백 개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것을 저가품이라고 한다면, 1개의 디자인으로 1개의 제품만 생산해서 판매하는 단일제품을 고가품으로 구분할 수 있죠. 그렇다고 단순히 디자인만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3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싼 금속에 끼우진 않기 때문에 단일 제품은 보석자체가 비싼 것을 사용하죠. 그래서 기업 내에서 디자이너들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죠.”
두 번째 적을 둔 곳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보석가공생산기업인 (주)화동양행. ‘골든 듀’ 수석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겼다. 서서히 보석디자이너로 자신감이 생긴 그는 세계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었다. 목표는 미국뉴욕. 
“물론 전혀 부담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죠. 하지만 창의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세계 글로벌 브랜드들과 유명 디자이너들의 디자인과 경쟁해 보고 싶은 꿈이 있죠.”
그 꿈의 행방은 지금도 그의 가슴속에서 간혹(?) 꿈틀대지만, ‘서두르지 않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그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고객들과 직접 만나며 살아가는 밴쿠버의 생활이 ‘무지’ 행복하다고.

■금부라인, 금부기법

그의 제품, 일명 ‘금부라인’의 세공기법은 금부기법. 금부란 용융점(鎔融點)이 낮은 금속을 높은 금속에 붙이는 ‘땜질’이 아닌, 순 금박을 은의 표면 위에 부착하는 금속 접합 기법 중 하나로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기법이다. 그의 작업실 겸 매장의 간판이 ‘금부(Gumbu)’가 된 것도 이런 연유다. 
금과 은을 이용해 금속의 투박한 듯 그러나 화려하고 기품이 깃든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 ‘금부라인’은 만들어 내기 바쁘게 주인을 찾아간다.
“한 디자인으로 한 제품만 생산하는 ‘금부라인’은 몇 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문해 놓고 기다리다 가져가는 편이라 그런 거죠.”
우리 전통기법과 서양의 기법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금부’ 세공기법으로 만든 그의 제품은, 현재 매장을 열기 전 밴쿠버 웨스트 4번가에 위치한 ‘Object Design Gallery’ 내에서 이미 중국인들 사이에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세상에서 나 혼자만 가진, 단 하나뿐인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고 보석에서는 특히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민족도시인 밴쿠버에서는 피부색에 따라 다른 색상과 보석을 조화해서 만드는 것도 중요하죠.”

■꿈은 이루어졌다

그의 소박한 꿈은 우선 “처음으로 중국인 상가에서 단독으로 문을 연 매장에서 제품력으로 살아남는 것”. 문을 연지 이제 6개월 남짓한 이곳에서도 최근 중국인 고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그 꿈은 이미 이루어진 듯하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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