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내 맘대로 만든 요리, 맛있다는 손님들께 땡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2-15 00:00

박창숙씨(포트코퀴틀람) 해물볶음우동 & 연어야채말이

박창숙 주부를 추천한 사람은 ‘삼순이 우동’ 레서피를 소개 했던 삼순이 아빠 이연수씨. 삼순이는 이연수씨의 꽃미남 쌍둥이 아들 형제보다 서열이 높은 그 집 X개 이름이다.

그녀의 남편과 딱 한번 들이닥쳐 한눈에 그녀의 번득이는 조리 센스를 알아차린 그의 수첩에 슬그머니 이름 올려진 죄로 꼼짝없이 레서피 지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녀를 찾아갈 땐 부언중언 필요 없이 “잠시 후 뵙겠습니다” 한마디만 던지고 “아무 때나 찾아 가도 좋다”고 했다.

언제 어느 때 손님이 들이닥쳐도 간단히 한 상을 차려 낼 수 있는 주부는 그리 흔치 않다. 우선 냉장고에 웬만큼 ‘끼리끼리’ 구색 맞는 재료가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재료가 있다 해도 재빨리 재료의 조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메뉴가 머리 속에서 떠올라야 하는 법. 그래서 번개요리 잘하는 주부의 아이큐 지수가 꽤 높다는 ‘믿거나 말거나’ 통계가 있다.

▲ 사진 찍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며 카메라 앞에서 몹시 민망해 하던 박창숙 주부. 레서피도 없고 제목도 없는 요리라며 만든 볶음우동과 연어야채말이, 특히 소스가 환상적이라는 칭찬에 겨우 마음을 놓고“에이,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들 둘이 대학생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 깜짝 놀랄만한 젊음의 비결은 항상 즐겁게 사는 것, 가족들의 중심이 되는 엄마의 역할, 주부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것. 

 예전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면, 재료를 꼼꼼히 기억해 두었다가 돌아 오는 길에 구입해서 독학으로 익힌 요리가 한 둘이 아니란다. 이 볶음 우동도 토론토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을 데려다 주던 길에 토론토 시내 어느 일식집에서 먹었던 메뉴.

아들 둘이 대학생이 되고 난 후부터 남편과 네 식구가 오붓하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어 요리하는 횟수가 줄어 들긴 했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할 시간이 없을 뿐, 각자 친구와 지인들을 ‘떼’로 데리고 오는 통에 냉장고는 늘 꽉꽉 채워 놓아야 한다.

가족들의 활동시간이 달라지면서 그녀 또한 득도하고 깨달은 바가 있다. 결코 가족들이 원한 것도 아닌데 아들과 남편을 기다리며 때를 놓치면 ‘나만 손해’라는 것. 괜히 함께 먹어주려고(?) 기다렸다가 배고파서 허겁지겁 소나기 밥을 먹고 나서 살 찔까봐 후회하는 일은 없다.

“요리 레서피 없어요. 그냥…… 내 맘대로 만들어요. 우리 냉장고 안에 대충 어떤 재료가 들어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머리 속에서 집합시킨 다음, 마음대로 만든다는 요리. 그래서 그녀의 요리는 같은 메뉴라 해도 똑같은 맛의 음식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 특징이란다.
골프를 치고 난 뒤 남편이 ‘딱! 차 한 잔’이라며 예고 없이 지인들을 앞장세워 들이닥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일품 요리를 만들어 내는 그녀. 추천인 이연수씨도 그렇게 초대되었던 손님 중 한 사람이었다.

처음 차 한잔을 빌미로 시작된 남자들의 모임이 대부분은 술 한잔으로 바뀌고, 술자리는 다시 식사로 이어지기 마련. 전화 한 통이면 자장면, 짬뽕, 탕수육에 팔보채, 별도의 야식메뉴까지 30분 이내 배달되고, 문만 열면 24시간 원하는 재료 마음껏 골라올 수도 있는 한국도 아닌 이곳에서 유독 우리나라 남자들의 이 문화는 영 바뀔 기미가 없고 이럴 때마다 주부들은 참으로 당황스럽다.

▲박창숙씨가  만든 해물볶음우동(오른쪽)과 연어야채말이.

 흔히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하는 인사는 정말 많이 차려놓은 사람이 하는 겸손을 가장한 인사. 정말 차린 것 없는 상차림 앞에서 주부들은 차마 이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날 손님들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주부들이 당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렇게 순간의 분위기에 휩쓸려 몰려 온 사 람들 틈에 꼭 다음 기회에 다시 초대할 수 없는 사람이 한둘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그 날 그 모습이 ‘나와 우리집’의 평가기준이 되어버리는 주부들의 자존심 상함을 남자들은 ‘철들 때까지’도 모를 것. 만약 세 번 이상 남편의 일방적인 예고 없는 초대손님을 맞이하고도 대판 부부싸움 하지 않는 집이 있다면, 그 남편 능력 ‘참 대단하다’고 높이 평가해도 좋을 듯.

그러나 박창숙. 그녀처럼 냉장고 안의 모든 요리를 한 순간에 ‘쫘르르~’ 조합해서 일품요리 척 만들어 내는 사람에겐 또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오히려 그녀의 노련한 센스가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손님이 찾아 오면 우선 냉장고 안의 모든 야채와 생선, 해물, 소스를 머리 속에 ‘쭈욱’ 펼친 다음, 야채, 생선, 육류 가운데 “어떤 재료를 주재료로 할 것인가” 메인 메뉴의 ‘노선’부터 결정한다.
“메뉴 가짓수를 많이 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요. 냉장고 재료들 중에 딱 한가지 먹을 만한 메인 메뉴를 푸짐하게 만들고 그 메뉴와 어울릴 만한 샐러드나 디저트를 함께 내놓는 방법을 생각해요. 냉장고에 순간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그 맛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못 만들어요.”

그녀의 요리는 그래서 레서피도 없고 같은 맛도 없다. 무언가 조금은 다르다. 손님의 숫자와 시간에 따라 고기와 야채, 생선 가운데 재료의 양과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녀의 노하우이며 재주.

이 점을 간파한 사람들이 무시로 그녀의 집을 쳐들어와도 ‘겁나지 않았다’는 그녀가 요즘 슬슬 ‘꾀’가 난단다. 아무래도 나이 탓인 것 같다고 웃었지만, 얼굴, 몸매 어디에도 ‘나이테(주름)’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그녀의 집안에 사시사철 음식재료가 냉장고에 준비되어 있는 건, 마켓이 집에서 떨어져 있기도 하고, 아버지 못지 않게 가정적이고 자상한 대학생인 두 아들이 시도 때도 없이 엄마의 음식솜씨를 믿고 친구를 ‘떼’로 몰고 오기 때문이다. 방학이 되면 날마다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사는 통에 그녀는 아들의 전속 24시간 대기조 요리사다. 특히 토론토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 아들이 돌아 오는 방학이면 집안은 가족들보다 ‘객’의 숫자가 더 많아, 엄마 박창숙씨는 방학이 무섭다고.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해물볶음우동 >

■ 재료 우동 생면 2개, 굴 소소 2ts, 빨강 노랑 피망, 양파, 샐러리, 팽이버섯,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파, 해물, 다진 마늘 2ts, 올리브유 2ts, 참기름 1ts, 깨소금 1ts

■ 만드는 순서

① 야채는 모두 같은 길이로 썰고 해물은 레몬즙을 뿌려 두고, 생면 우동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건진다.
②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는다.
③ 마늘 향이 나면 해물을 넣어 볶는다.
④ 3의 재료에 피망과 야채, 버섯을 넣어 재빨리 볶는다.
⑤ 야채가 살짝 익으면 굴 소스를 넣어 한번 더 볶아 간을 배어들게 한다.
⑥ 삶아 둔 우동 생면을 넣어 볶은 다음, 참기름을 넣고 굴 소스로 간을 맞춘다.

<연어야채말이>

■ 재료 슬라이스 연어, 오이, 당근, 빨강 노랑 파프리카, 케일 잎,
소스 마요네즈 3TS, 레몬즙 3ts, 랠리쉬 1ts, 할리피노 1개, 후추

■ 만드는 순서

① 오이, 당근, 파프리카를 연어 두께에 맞춰 썰어, 연어를 펴 놓고 야채를 가지런히 놓는다.
② 손끝에 힘을 주고 꼭꼭 당기는 느낌으로 말아 준다.
③ 마요네즈와 레몬즙, 랠리쉬, 할리피노, 후추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 Cooking Point
① 별도의 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해물에서 나온 물을 이용해 조리하세요.
② 굴 소스로 간을 맞추세요.
③ 우동이 불지 않도록 센 불에 재빨리 볶아 내세요.
④ 재료를 준비해 두고 상에 내기 직전 요리해야 맛있어요.

■ Cooking Tip
① 냉장고에 보관 중인 모든 야채와 해물을 이용하세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액션 스릴러 ‘밴티지 포인트’
22일 개봉하는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는 미국 대통령 저격 사건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목격자의 시점에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액션 스릴러. 스페인 마요르 광장을 배경으로 대통령이 10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격을 당하면서 이를 목격한 8인의...
BCIT 버나비캠퍼스 주차장에서 21일 오후 12시16분경 카재킹(Carjacking) 미수 사건이 발생해 주의가 촉구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30대로 추정되는 백인 용의자는 차 안에 있던 피해자에게 접근해 자동차 열쇠를 요구했다. 용의자는 피해자에게 열쇠를 받아 차량에...
BC주민 10명중 6명(58%)은 환경친화의류를 살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환경친화 의류(eco-friendly clothing)란 유기농(organic) 방식으로 키워낸 동식물에서 채집한 면, 비단, 양모, 삼베 등 천연섬유로 만든 옷을 뜻한다. 예를 들어 면을 얻기 위해 목화를 재배할...
이정숙씨 (코퀴틀람) '발칙한 탕수육'
녹말가루가 꽃처럼 피어나게 튀기던 그녀의...
“건물 낡아 5년 후에는 옮길 예정”
BC주정부는 버나비 윌링던가(Willingdon Ave.)가 BCIT 버나비 캠퍼스 건너편에 30개 침상을 갖춘 정신병동을 올해 7월까지 개설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버나비 정신보건원(Burnaby Centre for Mental Health)로 명명된 정신병원은 일단 개설 후 계속 규모를 늘려 내년까지 100개...
정부 지원 프로그램 활용하기 사업준비-자기개발에 유용한 스몰비즈니스 프로그램
스몰비즈니스BC(Small Business BC)는 BC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규모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보조 기관이다. 통계에
전세계 불우 어린이 돕는‘Free the Children’ 1995년 12세 소년이 설립… 세계적 자선단체로 성장
◇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손을 마주잡고 하나가 되어있다. 매일 배불리 먹고 따듯한 이불 속에서 자며 입을 옷이 수십 벌이나 되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빈곤국가들의 시민들은 당장 먹을 것도 없이 굶주리며 마실 물도 없어 목이 타...
숭례문 화재 2008.02.21 (목)
2008년 2월 10일, 조선시대 역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됐다. 다행히도 1층 내부는 별다른 손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수백 년의 역사가 담긴 국보를 그대로 복원하기는 어렵다는 여론의 반응이다. 사실 해외에서...
아카데믹‘표절’의 위험과 폐해 인식해야
인터넷이 발달하고 각종 매스컴이나 유용 사이트에서 정보공유가 쉬워짐에 따라 발생되는 기이한 현상중의 하나가 바로 남의 것을 쉽게 베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이른바 플레이져리즘(Plagiarism; 표절)의 위험성이다. 간단히 말해서, 보고서나 숙제를 쓰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새 봄을 시작하는 3월을 맞아 밴쿠버에서 세계 저명 인사들의 강연이 잇달아 열린다. 내달 5일 GM 플레이스에서 열리는 파워 위딘(The Power Within) 컨퍼런스에는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사진)를 비롯해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애거시(Andre Agassi), 여러...
4월 1일부터 3.6% 인상 적용
BC주 전기요금이 앞으로 2년간 14% 인상될 전망이다. BC하이드로는 댐과 송전소, 전력선을 개선하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향후 2년간 14% 인상안을 20일 BC공익설비위원회(BCUC)에 제출했다. BCUC는 인상안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 후 인상 가부를 결정하게...
휘발유 등 화석연료 사용 부담 커져
BC주정부는 화석연료 사용을을 억제하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
북서노선·남동노선 2개안 놓고 공청회 2014년 완공 목표..올봄 노선 확정
BC주정부의 대중교통망 건설 예산 지원 발표(본지 1월 14일자 보도) 후 로히드 타운센터와 코퀴틀람 센터 구간을 연결하는 에버그린라인 경전철 사업이 2014년말 완공을 목표로 속력을 높이고 있다. 코퀴틀람시는 오는 27일 오후 4시부터 코퀴틀람 시청에서 오픈...
서부 지역에서 올들어 14명 참변
쿠트니와 알버타주 밴프 국립공원 경계지점에 위치한 그레이트 디바이드(Great Divide) 남쪽 치카디 밸리에서 백컨트리 스키를 타던 알버타주 캔모어 거주 여성이 19일 눈사태에 휩쓸려 숨졌다. 이 여성과 함께 스키를 타던 친구는 가슴까지 눈에 파묻힌 상태에서...
4년간 32% 증가
캐나다 청소년들의 총기사용 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 총기 관련 범죄 발생 보고서에 따르면, 총 8105명이 총기 범죄에 희생되거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총기 관련 범죄 중 3분의 2는 권총인...
부활절 기념 ‘코리아싱어즈’ 정기공연 부활절을 맞이하여 메시아의 고난과 부활을 기리는 ‘코리아싱어즈’의 음악회가 오는 3월 8일 써리 퍼시픽 아카데미 오디토리움에서 열린다. 코리아싱어즈는 이번 공연에서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기리는 ‘십자가상의...
천명편이 끝나고 순명편으로 들어가는 첫 구절에 나오는 이 문장은
어린이 충치 예방 2008.02.18 (월)
먼저, 박테리아(bacteria count)입니다. 충치는 입안에 상주하고 있는 세균(Strep-mutan·박테리아)이 치아에 부착된
공장형 세탁소 ‘Dual Mountain’대표 김주연씨
미국에서도 가장 경기를 덜 타는 업종 중 하나가 세탁업이라고 한다. 성공한 초기 이민자 가운데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세탁업. 현재 60대가 된 초기 이민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세탁업을 선택한 반면, 50대와 40대로 연령층이 낮아 질수록...
바람의 땅, 그리고 9일간의 트레킹
감동을 주는 산에는 어떤 구성요소들이 있을까? 우선 완만한 능선과 그 기슭에 만발한 야생화. 또는 에메랄드 빛 호수와 들녘을 감싸며 구비구비 흐르는 강물
 1401  1402  1403  1404  1405  1406  1407  1408  1409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