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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함과 진지함을 가진 노력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2-18 00:00

필자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 중 하나는 음악에 대한 진지하지 못한 가벼움이다. 음악이라는 것이 늘 무대에 서는 일이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와 조명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전문적인 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솔직히 어떤 연주나 음악이 좋았는지 알 수 없다. 다시 이야기하면, 철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그러다 보니 많은 연주자들이 실직적인 음악과 연주의 질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는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달콤한 유혹과 철저히 평가받지 못하는 허술한 환경을 바로 보지 못하고 스스로 대단한 연주자라고 착각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한계를 쉽게 엿볼 수 있다.

무엇이든지 어떤 한계를 극복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화려한 운동선수나 음악연주자를 보면서 그들이 타고났다 또는 그들은 천재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의 정경화씨 같은 연주자를 보고 천재라고 표현하지만, 화장실을 갈 때도 바이올린을 들고 갔다는 그녀의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들은 본 적이 없다. 또, 우리가 모짜르트를 말할 때 아마데우스같은 가볍고 천박한 영화를 이야기하며 그저 천재라고 말하지 그가 했던 많은 노력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런 판타지같은 생각은 솔직히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음악이 쉽지 않다. 한가지 간단한 느낌을 알고 내 것으로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필자는 지난 주에는 드러머 밀튼 랜달(Milton Randall)과 함께 워크숍을 했었다. 그는 노스 텍사즈 대학교(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석사과정 중 아프리카 가나에 가서 그곳에서 몇 년간 흑인음악을 체험하기 위해 거주할 정도로 아프리카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가 워크숍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했던 이야기는 음악이라는 것이 간단히 읽고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하고 또 음악이 무엇이 내게 말하고 있는가 또 나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밀튼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이러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 외에는 그다지 따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직접 흑인음악을 체험하고 배우기 위해 밀튼이 아프리카로 날아가 그쪽 음악인과 함께 생활하며 배웠던 그의 노력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성의없는 음악을 쉽게 볼 수 있다. 스스로 왜 음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을 앞두고 있는 연주자가 무책임하게 시간을 지키지 않아 관객이 기다리는 일 그리고 전문가가 아니면 모른다며 합주에 빠지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 웨스 몽고메리처럼 세상을 바꾼 기타리스트가 되길 원하고 세이지 오자와 같은 지휘자가 되길 원한다면 너무 한 것 아닌가?  실제로 세이지 오자와를 보자. 그의 훌륭한 지휘실력이 갑작스레 좋아졌겠는가. 나는 그가 악보를 보면서 지휘하는 적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 많은 양을 머리 속에 암기한 것은 물론 그가 선보이는 음악을 완전히 몸 속에 소화시킨 것이다. 또, 우리가 잘 아는 요요마 역시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그들은 모든 것을 몸 속에 완전히 스며들게 하면서 연주를 하는 것이다.

음악을 할 때 겸손함과 진지함을 가진 노력이 필요하다. 또 무슨 결론이 필요하겠는가?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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