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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삭파삭 '발칙한' 탕수육 하나면 가족외식 뚝!"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2-22 00:00

이정숙씨 (코퀴틀람) '발칙한 탕수육'

“밴쿠버 아줌마들은 김치도 슈퍼에서 사다 먹는데 무슨 요리를 할까”.

재작년 ‘나만의 레서피’를 처음 시작할 즈음 누군가 그랬다. 한국슈퍼 냉장고 안에 줄지어 선 김치통이 빠른 시간 내 모두 팔려나간다는 점, 게다가 여기 저기에서 ‘가정용’ 김치를 판매한다는 광고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는 확실한 물증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복잡한 레서피는 가라!’ 고 소리치며 보통 주부들의 기를 팍팍 살려주기 위해 등장한 ‘나만의 레서피’가 벌써 횟수로 59회. 남편과 외국인들이 등장한 횟수까지 합치면 70회를 앞두고 있다.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 진갑 다 지난 칠순의 연륜이다. 시작할 때 취재원 고갈로 금세 문 닫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날이 갈수록 보석 같은 주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흐뭇 흐뭇하다.

59회 ‘나만의 레서피’ 주인공은 이정숙씨. 팥빙수 안에 들어 있는 ‘찹쌀떡’ 먹기 위해 빙수를 시킨다는 큰 아들의 카페 ‘보란드시’의 그 찹쌀떡이 그녀의 작품. 떡을 잘 먹지 않는 신세대들 사이에서도 팥빙수보다 그 안의 떡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언젠가, 꼭 그 레서피를 부탁하려고 벼르고 있었지만, 그녀도 지난해 킹스웨이 선상에 한식당을 열어 영업을 시작한 터라 그저 눈치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카페 메뉴들과 찹쌀떡을 밤이든 새벽이든 짬나는 대로 해치운다니, 가정을 팽개치고 그 집에서 숙식하며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해서 해를 넘기고 새해 벽두에 그 집 아들 카페에 들렀다가 ‘딱’ 걸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록 빈말로 하는 ‘덕담’이라 해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 이런 인사 나누는 인연이 어디 보통 인연이냐고 살갑게 안기며 들이댄 요청. 더욱이 빙수 속에 든 찹쌀떡 조각을 쫄깃쫄깃 씹으며 집요하게 붙는 기자를 결코 뿌리칠 만큼 강한 그녀가 아니란 것쯤 일찌감치 간파하고 있었다. 결국 가게가 쉬는 날을 D-day로 잡고 메뉴는 ‘찹쌀떡’으로 정했다.

이정숙 주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요리가 아닐까. 찹쌀떡과 부추만두는 탕수육 레서피를 꼼꼼히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음기회로 밀려나야 했다. 요리에 관한 한 그녀의 말 한마디, 손끝 하나의 움직임도 놓칠 수 없는 교재였다. 몇 해전 기러기 엄마들과 싱글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요리강좌를 해주기도 했던 그녀는 섬세하고 꼼꼼한 설명으로 음식점보다 밴쿠버에 요리학원이나 하나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딱 하루 쉬는 휴일에 또 요리를 시킨다는 것이 못내 미안하지만, 그쪽 사정 이해하며 부드럽게 일을 할 처지가 아니다. 독해야 하느니…… 다부지게 밀어붙여 잡은 약속.

약속한 날 아침 일찍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렇게 아침 일찍 취재원이 거는 전화는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날짜를 미루거나 남편 핑계로 빠져나가려는 ‘슬픈 소식’이 대부분이다.

“약속하고 나서 내내 생각해 봤는데요……. “
헉, 역시 그 말을 하려는 듯 해 기운이 쏙 빠졌다.
“찹쌀떡은 너무너무 쉬워요. 누구든지 10분이면 할 수 있는데 어차피 레서피를 보여드리려면 좀 더 요리다운 요리로 저만의 방법으로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서피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찹쌀떡은 그냥 알려드리고, 탕수육하고 부추만두를 준비해도 되나 해서요~”

“암…… 되고 말고요……”
친절한 정숙씨! 세상에 이렇게 고맙고 반가운 전화를. 평소 ‘끽끽’대던 자동차 뒷바퀴 마저 상큼 발랄 가볍게 움직이며 스르르 구르듯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봄 햇살이 화사하게 거실을 가득 채운 그녀의 집. 벨을 누르자 요리할 때마다 그녀의 도우미이자 가장 열렬 ‘왕 팬’인 그녀 남편이 반가운 얼굴로 문을 열었다.

파삭파삭한 튀김 맛이 살아있는 이정숙씨의 탕수육

사실 그녀를 요리 ‘꾼’으로 추천한 사람도 그녀의 남편. 대학동문 모임에서 ‘모든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자랑한 것이 기자의 레이더 망에 포착된 것.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이제 반 요리전문가가 된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눈빛만 보고도 치우고 버리고 닦아야 할 시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척척 돕는다. 그러면서도 아내 중심 반경 45도를 벗어나지 않는 그 눈길. 스탠드 조명을 모두 켜서 실내를 더 환하게 밝혔다가 다시 블라인드를 내려 창밖 빛을 차단해 아늑한 모드로 조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다시 카메라가 조리대를 향하면 자잘한 재료 찌꺼기를 재빨리 치워주는 자상함…… 기자의 순조로운 촬영을 위한 배려 같은 그 모든 행위가 사실은 ‘아내가 예쁘게 찍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 돌아서서 씨익 웃게 만들던 그. 오늘처럼 아내가 요리를 하는 날, 그 메뉴의 재료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마켓, 그곳에서 또 아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재료의 성질까지 꿰고 있 다. 어떻게 수십 년 살고도 ‘처음처럼’ 한결 같은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끼리 궁합 딱 맞춰 놓으셨는지 하나님의 그 솜씨가 참으로 놀랍다.

마치 ‘단 한가지 비법’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는 말 같지만, 실제로 만드는 과정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아 노트에 메모까지 했건만 하루 지나 펼쳐보니 까만 글씨만 잔뜩 있다. 이래서 ‘복잡한 레서피’가 밉다. 녹말가루가 꽃처럼 피어나게 튀기던 그녀의 오차 없이 정확한 솜씨로 만든 탕수육. “별로 어렵지 않은데……” 라며 보여주는 그녀의 암팡진 손끝이 부럽고도 무섭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이렇게 만드세요  

■ 재료 돼지고기 등심 400g, 녹말가루 400g, 식용유, 계란 흰자 1ts, 후추, 소금, 간장 약간(밑간용)

소스: 물 2컵(200ml), 설탕 8TS(밥 스푼을 기준으로 해도 된다), 식초 6TS, 간장 2.5TS, 녹말가루 1TS 야채: 피망, 양파, 석이버섯, 당근 조금씩 준비

사전준비: 녹말가루에 24시간 동안 물을 부어 놓는다.

■ 만드는 순서

① 돼지고기는 손가락 2마디 길이로 납작하게 썰어, 간장, 후추, 소금으로 밑간 한 후 계란 흰자를 1ts 넣는다.
② 1의 재료를 꼭꼭 주물러 재료끼리 어울리도록 만든다.
③ 녹말가루의 물을 쏟고 단단해 진 녹말가루를 손으로 떼어 낸다
④ 두 손으로 녹말가루를 비벼서 2의 고기에 넣는다.
⑤ 고기와 녹말이 섞이도록 재료를 잘 치댄다.
⑥ 기름 온도를 185도에 놓고 뜨거워지면 5의 고기를 하나씩 떼어 넣는다.
⑦ 바닥에 가라앉는 고기가 없을 만큼의 양만 넣고 노릇해 질 때까지 계속 저어 1차 튀긴 후, 식으면 다시 한번 튀긴다.
⑧ 야채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뜨겁게 달궈지면 불을 끄고 남은 열기로 재빨리 숨만 죽이듯 볶아준다.

소스는 이렇게 만드세요

① 물, 설탕, 식초, 간장, 녹말가루를 넣어 잘 젓는다
② 냄비에 1의 재료를 3분의1만 붓고 걸죽해지면 다시 1/3, 1/3로 3회로 나누어 끓인다.
③ 끓인 소스의 농도를 가늠해서 마지막 재료에 녹말가루를 가감해 묽기를 조절한다.

 ■ Cooking Point

① 계란 흰자는 전분과 고기를 밀착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② 밑간 한 고기는 손으로 ‘박박’ 주무르고, 녹말가루를 넣은 다음에도 많이 주물러 주세요.
③ 녹말가루는 24시간 전 찬물을 부어 가라 앉힌 다음, 그릇의 물을 쏟아도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되었을 때 튀김 옷으로 사용합니다.
④ 소스는 3회~5회로 나누어 끓이고, 마지막 남은 재료에 전분을 넣어 농도를 조절하세요.
⑤ 1차 튀긴 후 수분이 나와서 고기가 눅눅해졌을 때 한번 더 튀겨야 겉은 파삭하고 속은 쫄깃합니다.

■ Cooking Tip

① 고기를 튀길 때는 튀김 사이사이로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계속 저어주면 ‘파삭’거림이 더 커져요.
② 탕수육은 고기를 넣고 10초 후 떠올라야 적절한 온도입니다.
③ 한꺼번에 고기를 너무 많이 넣으면 온도가 떨어지면서 재료가 기름을 많이 먹어 느끼해집니다.
④ 튀김 솥 아래로 가라앉지 않을 만큼의 재료만 넣어 튀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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