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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지금] '부시 난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4-11-10 00:00

선거결과 실망한 미국 중산층 脫미국 시도 성향, 코드 비슷한 캐나다 이민 관심 높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후 미국 민주당을 지지했던 자유주의 성향의 중산층 일부에서 아예 미국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선거 후유증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20대의 한 청년이 선거 결과를 비관해 자살한데 이어 캐나다 밴쿠버와 인접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계절적 정서장애(SAD) 증세가 대선 후유증과 겹치면서 집단 우울증 증세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또, 부시 대통령 재선이 확정된 지난 3일 이후 캐나다 이민부 웹사이트 방문수가 웹 사이트 개설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등 미국인의 방문횟수가 선거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미국 중산층의 탈(脫) 미국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내놓고 있고 이민 관계자들은 부시의 재선 성공이 전세계적으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민 사업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며 표정관리하기에 바쁘다.

미국인들이 캐나다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밴쿠버의 한 이민변호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그는 “선거 결과에 불만족하는 일련의 미국인들이 캐나다 이민을 의뢰해 왔다”면서 “이들을 (우리는) ‘부시 난민(Bush refugees)’으로 부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또, “조만간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캐나다 이민 세미나를 열 예정”이라고 강조하고 부시 재선으로 인해 캐나다 이민을 신청하는 미국인이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反)부시 정서가 강했던 뉴욕주를 포함한 동부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캐나다 전국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선거결과에 불만 품은 미국인, 보다 나은 정부 찾아 북으로(Disaffected Americans look north to better government)’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올해 최대의 승부처로 떠올랐던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살고 있는 한 직장인의 말을 인용했다. 기사는 선거결과에 실망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캐나다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과연, 미국의 보수화에 반대하는 일부 중산층의 脫 미국화가 본격화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캐나다가 미국에 비해 세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동성 결혼, 대마초 문제 등에 있어 미국보다 개방적인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과 코드가 맞는 편이라고 풀이한다. 또, 미국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뉴질랜드 등 다른 영연방 국가와는 달리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의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가 확실하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부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이민자 중 미국 출신인 경우는 지난 1998년 4437명, 2001년 5604명에 이어 올해 1분기만 1828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가 급증했는데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기준으로 7000명 선을 훌쩍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한번쯤 이민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민을 신청하고 정착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언론보도이후 캐나다 이민부가 “이민 심사 절차는 미국인이라고 특별대우는 없다”며 원론수준에서 못을 박고 나선 점도 이례적이다. 토론토 주재 미 영사관이 추산하고 있는 캐나다 거주 미국인의 수는 100만명에 달하는데 주디 스그로 이민부 장관은 “미국인 이민 희망자들이 캐나다 내에서 직장을 구했더라도 캐나다 정부의 승인을 받은 후 취업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른 일반 이민 신청자와 동일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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