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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3-27 00:00

이현욱 소장의 용인 죽전동 ‘모바일 홈’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집을 만났다. 알록달록 뾰족한 지붕에 넓은 마당, 이런 풍경에 걸맞은 귀여운 꼬마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마당을 휙 지나간다. 그런데 예쁘기만 할 것 같은 이 집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마치 레고 조각을 맞추듯 스틸하우스를 몇 개씩 이어 붙였다는 사실. 이사를 가도 다시 조립해 집을 지을 수 있고, 필요하면 옆에 작은 집을 이어 붙일 수도 있다. 그림 같던 집도 몇 년 후면 폐자재의 원흉이 되는 요즘, 골격은 물론 마감재까지 재활용할 수 있으니 이만큼 자연을 속 깊이 배려하는 친환경 주택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친환경 주택을 말할 때 흔히 꼽는 조건들이 있다. 주변 자연경관은 좋은지, 자재가 흙이나 나무 같은 종류인지, 주택구조가 자연과 소통을 우선시하는지 등에 대한 점검 순위 말이다. 그런데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자리한 ‘모바일 홈(mobile home)’을 발견하면서 친환경 주택에 대한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어졌다. 주택 폐자재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이 그것이다.

그림 같은 집이 이동을 한다?

“한번은 유명인사가 건축설계를 의뢰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현장에 가봤더니 2년도 안 된 너무나 근사한 벽돌집이 있더군요. 잘 지어진 231㎡의 주택을 헐고 다시 지어달라고 하는데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죠. 아무리 친환경으로 지어도 몇 년 후면 쓰레기로 변할 수밖에 없는 주택시장의 흐름도 문제고요. 그 해결책으로 선택한 시스템이 바로 모바일 홈이에요.”


‘모바일 홈’이란 이동이 가능한 스틸하우스를 뼈대로 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마감재로 만든 주택이다. 분해와 조립이 가능해 이사를 해도 다시 활용할 수 있어 폐자재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여기에 효율적인 주택설계가 더해지면 에너지와 비용을 최소한으로 끌어내릴 수 있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요즘은 주택을 지을 때 아예 나중을 고려해 넓게 짓는 편이죠. 자연히 에너지 낭비가 심하고요. 그런데 모바일 홈은 가정 형편과 조건에 따른 맞춤식 설계가 가능하죠. 신혼부부라면 66㎡의 아담한 집에서 출발해 아이가 태어나면 공부방이나 작업방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러다 자녀가 결혼을 하면 다시 없앨 수도 있고요. 공간이동이 자유로우니 생활패턴에 따른 덧셈과 뺄셈이 가능한 셈이죠.”

집이란 과시욕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알뜰한 생활터전이란 게 이 소장의 철학. 지금은 철 골조 회사에 스틸하우스를 의뢰하지만 이후 모바일 홈 시스템이 정착되면 전문 공장까지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러면 렌터카처럼 집도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 지을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가족 요구에 따른 맞춤형 공간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한 죽전동의 모바일 홈은 330㎡ 대지면적에 66㎡와 33㎡ 크기의 집 두 채로 이뤄져 있다. 가족들의 주요 생활공간인 66㎡의 하우스는 부부 침실과 거실, 주방이 있는 2층 공간과 천창이 드리워진 아이방을 유리 통로로 연결시켰다. 33㎡의 하우스는 융자금을 갚기 위한 알토란 같은 공간. 독채로 이뤄져 있어 월세를 줄 계획이다.

모바일 홈의 뼈대는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한 3×6m와 3×3m의 스틸하우스를 연결해 만들었다. 여기에 외부 마감을 적삼목, 타일 등으로 꾸며 번듯한 집으로 탄생시켰다. 공시기간은 단 3주. 당초 예상한 시간은 일주일 미만이었지만 ‘첫 작품’인 만큼 예상외로 마감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집과 마당 사이에 놓인 나무 데크와 하얀색 담장, 대문 등의 공사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설계도는 아내 김지영 씨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반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요구사항이란 올해로 여섯 살이 된 아들 한세와 9개월에 접어든 딸 은세의 성장 터전이 될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말한다.

“방은 적어도 두 칸 정도 있어야 하고, 거실과 주방이 이어진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했죠.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집보다 마당이 넓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한세를 위한 최고의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싶었거든요.”

이 부부가 모바일 홈에서 가장 뿌듯해하는 공간은 바로 마당. 한세는 물론 주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내 집 드나들듯이 놀러 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옆집 아주머니는 벌써부터 여름이 오면 마당에서 물놀이를 하자고 얘기할 정도란다.

“요즘은 비싼 놀이공원에 가도 모래밭이 없잖아요. 그런데 바로 앞마당에 모래밭이 있으니까 봄부터 가을까지는 종일 그곳에서 놀아요. 놀러온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죠(웃음).”

거품은 빼고, 실용을 더하다

이 소장의 모바일 홈은 참으로 아기자기하다. 어린 자녀를 둔 30대 부부의 행복한 삶이 그대로 배어 있다고나 할까. 특히 이 소장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스틸하우스에 유리지붕을 달고 주방에 2층 계단을 만들어 포인트를 줬다.

요즘은 몇 년 단위로 주거문화가 변하고 있잖아요. 거실이 서재로 바뀌는 것처럼요. 주택도 마찬가지예요. 옛날엔 소파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식탁이 중요하죠. 아내가 오랜 시간 머물고,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공간이니까요.”

그래서인지 모바일 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거실과 주방이 연결된 공간. 특히 침실로 이어지는 2층 계단과 유리창으로 마감한 사선 지붕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기에 동화적 색감을 자랑하는 외관도 빠질 수 없다. 1.2cm 두께의 얇은 타일과 적삼목을 붙였는데 이는 이사를 하면 다시 떼었다가 붙일 수 있는 마감재다. 이 소장이 캐나다에 출장 갔을 때 자주 봤던 알록달록한 집들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반면 내부는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했다. 우아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보다는 젊은 부부답게 톡톡 튀는 감각이 주를 이룬다. 실용성을 강조한 집의 특징을 반영하듯 조립이 가능한 중저가의 이케아 제품들이 유독 많다. 거실에 놓인 빨간색 크리판 소파, 2층 계단에 달린 물결무늬 조명, 아이방 통로에 자리한 그네까지 튀는 감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완단계가 남아 있기에 아직까지 모바일 홈은 ‘현재진행형’이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 소장은 “앞으로 모바일 홈 5호까지는 지어야 완벽한 주거공간이 탄생될 것 같다”고 말한다. 우선 1호는 자신이고, 2호와 3호까지는 주변 지인들을 낙점해 놓은 상태라고. 그러면서 슬쩍 “4호 안 하실래요?”라고 묻는다.

하루에도 아름다운 산천 곳곳에서 허물어지는 주택들이 참으로 많다. 그리고 그 주택들의 이름은 멋진 ‘전원주택’에서 흉물스러운 ‘쓰레기’로 변해버린다. 이런 시류 속에서 자연의 속살까지 걱정하는 이 소장의 모바일 홈 1호는 전원주택에 대한 새로운 시도이자 제안이다.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홈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인간은 물론 자연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조선 기획 문영애 기자 | 진행 박지현(프리랜서) | 사진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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