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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백·이바지 음식도 시대를 따라가야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4-03 00:00

특별한 과거, 이 분야 전문가 전 폐백·이바지 음식 전문점 ‘사임당’대표 김순옥씨
결혼식이 끝난 신부가 신랑의 시부모나 시댁 어른들에게 드리는 첫 인사가 폐백(幣帛). 이때 신부의 부모는 대추와 산적, 폐백엿, 페백 닭 등 정성껏 마련한 특별한 음식을 마련, 절을 한다. 시집을 간 집안에 ‘이바지하다’는 것에서 유래 한 이바지 음식은, 원래 시댁 사당에 제를 올리기 위해 마련해 가던 음식. 그러던 것이 오늘날에는 사돈과의 정을 나누는 인사의 의미를 갖게 된 것으로, 정성스럽게 평생 시부모님을 편안하게 모시겠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김순옥씨는 서울 서초동에서 ‘사임당’ 폐백, 이바지 음식대행 전문점을 운영하던 폐백(幣帛), 이바지 요리전문가.

◇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이나 음식선물 하기를 즐기는 김순옥씨. 2003년 이민 후 떡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는‘시루떡 인절미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 폐백은 친정어머니의 정성

폐백, 이바지 음식, 과일조각, 선물포장, 리본공예, 코사지 공예, 한지 공예…… 손끝으로 만드는 많은 부문에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김순옥씨. 그 많은 전문가 타이틀 중에서도 그가 개인적으로 아끼는 건 13년 세월을 동고동락한 폐백, 이바지 음식 전문가라는 타이틀이다. 이렇게 애정이 좀 각별할 수 밖에 없는 데는 이 일이 까다롭고 어렵기도 하거니와 딸을 시집 보낼 나이의 ‘어머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친정 어머니의 솜씨를 가늠하던 이바지 음식

“친정엄마의 솜씨를 보면 그 딸의 요리솜씨를 안다고 하죠. 예전 폐백, 이바지 음식은 친정 집의 얼굴이면서 그 어머니의 솜씨자랑 같은 것이었죠. 그래서 신부 어머니는 딸을 떠나 보내는 서운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정성에 정성을 쏟아 음식을 장만했었지요. 또 시댁에서 좋은 첫 인상으로 편안한 시집살이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친정 어머니의 간절함이 담겼다고도 볼 수 있구요.”
그러나 대행업체에 비치된 팜플릿 모델 사진을 보고 주문하면 기계로 찍어 낸 듯 천편일률적인 폐백음식을 만들어 시댁으로 직접 배달해주는 요즘, 친정 집 얼굴이니 친정 어머니의 음식솜씨니 하는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 더구나 엄마를 대신해 신부가 직접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이바지 음식 주문이 가능해 진 요즘 ‘구입금액이 곧 친정엄마의 솜씨와 정성’이라는 농담도 있다. 김씨는 결혼식이 간소화되고 겉치레를 위한 허례허식이 사라진 시대 흐름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폐백, 이바지 음식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 폐백 전문상가에서 10년

김순옥씨가 폐백(幣帛), 이바지 음식을 시작한 것은 13년 전. 폐백, 이바지음식과 함께 과일 조각, 회갑연, 돌잔치 등 우리 전통행사 상차림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어머니 폐백’에 취업을 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그가 일을 했던 부산 중앙상가는 폐백, 이바지, 회갑연, 돌잔치 등 전통행사 음식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입주해 있는 전문상가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모든 행사 음식을 이곳에서 배웠다.
이후 서울 서초동에서 ‘사임당’을 차린 것은 96년. 잠실 올림픽 파크텔 결혼식장과 서초동 팔레스 호텔 예식장결혼식장 폐백실을 맡아 한때 강남에서 손꼽히던 실력있는 전문업체로 성장시켰다. 
“너무 많은 분들의 행사를 해드려서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정재계에서 이름 있는 어느 분의 자제 결혼식 폐백을 대행해 드렸는데, 아기를 낳아 또 백일 잔치 돌잔치를 마련해 주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순옥씨는 폐백 음식 차림에 들어가는 떡 외에도 행사의 특성에 맞춰 천연재료를 이용해 동물, 꽃 등을 응용한 디자인의 독특한 떡을 만든다.

 

 ■ 폐백음식, 이바지 음식 까다로워

“폐백음식이나 이바지 음식은 회갑연 돌잔치에 비해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갑니다. 정말 친정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들지 않으면 금방 티가 나고 특히 오징어나 육포를 오려 만들 때 엄마의 그런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망쳐버리거나 예쁜 조각이 나오기 어렵죠.”
깨끗하고 굵은 대추를 양푼에 담고 술을 뿌려서 섞어 따뜻한 곳에서 10시간을 불린 후 대추의 빛깔이 진해지고 말랑해 지면, 찜 솥에 쪄서 잘게 다진 다음 다시 꿀을 섞어 대추모양을 만들어 중앙에 잣을 박아 완성 하는 폐백대추 하나를 만드는데도 족히 이틀은 걸린다.
“기울이는 정성에 비해 오히려 주문하는 것이 저렴한 편이죠. 또 폐백 식은 지방의 풍습과 집안의 가풍(家風)에 따라 차림이 다르고 메뉴도 복잡해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요리에 관심이 많지 않으면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 가운데 배우려 드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현실은 시대의 흐름이라 받아들여야죠.”
김씨는 지금처럼 수요가 줄어들면 언젠가 우리 결혼식에서 폐백문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 형식 치우치지 않고 본래 의미 되살리길

폐백은 신부가 시부모와 시댁 식구들에게 처음 인사 드리는 예이므로 시댁 어른을 존중하고 시댁 식구들과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의식이 폐백의 참된 의미. 따라서 너무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이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시댁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는 폐백이 요즘은 친정부모들께도 함께 드리고 있어 사실상 전통 혼례가 일반적이던 시대처럼 친정 어머니가 직접 싸준 폐백 음식을 차려놓고 폐백을 드리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몇 가지 음식을 마련하더라도 정성이 깃든 음식을 마련해 본래 폐백의 의미는 살려나갔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죠.”
음식 대신 조형물을 차려놓고 폐백을 드리는 것을 두고 형식에만 치우친 모습이 안타까운 김씨는 무엇보다 결혼을 축복하고 양가 부모님께 감사가 넘치는 모습으로 폐백의 의미를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 폐백 음식 외 수공예 전문가

현재 밴쿠버 떡집에서 행사떡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김씨는 전통행사 음식뿐 아니라 수박이나 사과 등 과일로 동물과 식물을 조각해내는 과일조각 전문가이기도 하다. 폐백 등 행사를 진행하며 점점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겨 과일조각, 선물 포장, 코사지 등 행사관련 여러 분야를 배워 문화센터 강의를 할 만큼 전문가 수준으로 발돋움 했다.  
차마 먹기가 아깝다며 주머니에 넣어가느라 바쁜 사람들을 보면서 같은 재료와 선물을 잘 포장해서 정성을 들이면 수 십 배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에 스스로 너무 즐거워 배웠다는 김씨. 그렇게 한가지 씩 추가해서 배우기 시작한 것이 선물포장과 과일조각 외 한지 공예와 십자수, 스킬 자수, 뜨개질, 코사지 등 20여가지. 손으로 작업하는 일이라면 배우지 않은 것이 없다. 또 그 모두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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