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해외에서 우리글 쓰기 쉽지 않아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20 00:00

한국수자원공사후원 시화전 참가한 시인 이하린

2008년은 UN이 정한 ‘물의 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의 해’를 맞아 새한국문학회 주관으로 지하철 시화전을 열고 있다. 물이 주는 소중함이나 물에 관한 이미지를 가진 다양한 작품들이 대중과 호흡하는 지하철 공간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6월말까지 이어지는 시화전에는 도종환, 김남조, 정지용시인의 작품도 보인다. 특히, 밴쿠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이하린의 작품 ‘여름 비’가 반갑다. 이하린 시인과 3년 만에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여름비

한철 환하던 수국들이
머리를 맞대며 수근거리고

햇빛 쏟아지던 길 지우려
앳된 빗방울들은
부지런히 몸을 섞어 날을 세웠다

꽃 떨어진다

그 하이얀 얼굴
눈물로 난도질 당하고는
겹겹이 아득하던 속내를 풀어놓으며
바닥을 뒹군다.

몸살같던 여름이 환히 씻긴다

 

이색적인 시화전이다. 시화전에 대해 설명해달라.

“한국 수자원공사는 물의 해를 맞이하여 새한국문학회 주관, 서울 메트로(구 서울지하철공사)의 후원으로 지하철 시화전을 열게 됐습니다. 서울 지하철 주요노선 각 승강장에 물에 관련된 시들을 선별하여 6월말까지 전시하게 됩니다. 전시가 끝난 후에는 모든 작품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됩니다. 제 작품 ‘여름 비’는 3호선 충무로 역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여름 비’ 작품 해설을 한다면?

“의도치 않았던 낙화라는 결과를 여름 비는 이루어냅니다. 낙화는 결국 헤어짐이지요.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지 가슴에 생채기를 남깁니다. 꽃 진 자리의 흔적을 더운 대지의 호흡과 함께 씻어내는 여름 비는 상처의 치유와 회복의 의미를 지닙니다.”

제 34회 ‘한국문인’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이후 3년이 지났다. 당시 황금찬, 구인환 시인은 이하린의 언어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시인의 작품 활동에 달라진 점이 있나?

“한때 써야 하는 글(보여져야 하는 글)과, 쓰고 싶은 글 사이에서 혼란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말을 건네고자 시작한 글쓰기가 나만의 언어로 남아 내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6개월 이상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행복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서 먼저 소통되는 글, 나를 살리는 글, 삶에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글쓰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내 안의 것들을 뛰어넘어 진짜 세상으로 가는 통로를 찾게 되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좋아하는 애송시는 어떤 것이 있나?

“이시영 시인의 ‘그리움’이란 시를 좋아합니다. 글을 쓰다 지칠 때면 한번씩 꺼내어 보며 저도 즐거운 노래를 부르듯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책 뒤편에 이런 글을 적어두었습니다. 이 도도한 의미 과잉의 시대에 나는 내 시가 그것에 편승하지 않고 그냥 잔잔한 물결 무늬이기를 바랐다. 내 마음의 결이 그대에게 닿아 낮은 잎새처럼 조금 살랑거리다 마는. 참다운 노래는 그것을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 적는 일.”

올해로 한국현대시 100년을 맞았다. 문학, 특히 시의 지평은 나이테만큼 넓어졌을까?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시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시에 있어 뚜렷한 쟁점이 없고 시인의 사회적 역할도 대폭 축소되었다고 느낍니다. 대중에게 다가가려던 시인들의 노력은 가끔 너무 천박해진다는 비난을 받았고 정통문학을 고수하려던 시인들의 행보는 참담할 정도로 독자들에게 외면당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시집이 시중서점에 자리하고 있는 세계에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혼돈과 진통 속에서 한국현대시는 끝없이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인 함민복은 '긍정적인 밥'에서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라고 노래했는데…

“시가 아니어도 눈만 뜨면 읽어야 할 것, 읽을 것이 너무나 많은 시대에 시는 당연히 그 우선순위를 쉽사리 넘겨줍니다. 모든 것이 경제가치로 환원되는 세상에 돈 안 되는 시인을 직업이라 말하기도 어줍잖은 시대입니다. 한때 시를 배운 선생님께도 아직 젊으니 돈이 되는 소설 쪽으로 한번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슬픈(?) 제안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쓰지 않고는 살수 없어 그 길을 가는 사람들 그들의 이름이 시인입니다.”

밴쿠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고 시작활동을 하고 있다. 느끼고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해외에서 우리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문단의 흐름에 발맞추어 감각을 익히기에도 숨이 가쁘고 모국어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문화적 자극이 결핍되어있는 환경에서 오는 둔탁한 손끝도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반면 다른 환경에서 다른 시각의 글들을 써낼 수 있다는 요소도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다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여전히 닮아있고 그 안에서 시인은 더욱 깊어질 수도 있겠지요.”

이하린 시인은 경희대 불어불문과를 졸업했다. 2005년 한국문인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정회원이다. 공저로는 한국대표시선집, ‘칸나가 붉게 피는 이유’가 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우리이웃]“태권도는 삶을 사는 방법” 할 립스콤씨
태권도를 27년간 해오며 BC주에서 태권도 알리기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태권도 6단이 된...
캐롤 제임스 BC신민당 대표 한인 간담회
BC신민당(BCNDP) 캐롤 제임스(James) 대표는 26일 오후 2시 한인 언론인을 초청해 1시간 가량...
애플이 삼성과 미국 내 특허 분쟁에서 사실상 승소하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24일(현지시각)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이 벌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의 배심원단은 애플이 문제를 제기한 자사 귀속의 특허 기술...
보호관찰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성폭력 사범에 대해 연방경찰(RCMP)이 공개수배에 나섰다. 연방경찰은 “용의자와는 3월 말 연락이 끊겼다”면서 “그를 검거하기 위해 현재 두 건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고 밝혔다. 용의자는 짧은 빨간 머리를 하고 있는 26세...
경제 민주화·성장 정체로 유통업 위기 커지며 경쟁 심화신세계, 인천점 입점 건물 롯데가 인수 계약하자 충격서울 강남점 건물 급히 샀다 부채 비율 급격히 늘어…재벌 빵집 논란도 늑장 대응. 롯데와 달리 고발까지 당해작년 12월 16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일자리 5만9000개 창출, 향후 전망도 밝은 편”
고용시장에서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일자리 5만9000개가 증가했다.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전일제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업률은 전달 대비 0.2% 낮아진 7.2%를 기록했다.BC주의 지표는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밴쿠버 시경(VPD)은 1일 웨스트 7번 애비뉴(West 7th Ave.)와 라치가(Larch St.) 인근에서 2건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여성은 28세로 오전 2시 15분경 웨스트 7번 애비뉴 2400번지 대에서 성추행당했다. 용의자는 홀로 귀가하던...
법원, 캠비 상점 주에 60만 달러 배상판결
캐나다 라인 건설 때문에 사업상 손해를 보았다며 보상을 청구한 캠비가(Cambie St.) 가게 주인에게 BC주 대법원은 60만 달러를 손해 배상하라고 27일 판결했다. 캠비가에서 가게를 운영해온 수잔 헤이스(Heyes)씨는 소장을 통해 “전철 공사 탓에 차량과 고객 동선이...
"직접대화에 북(北) 호응땐 급진전 가능성" 대표부 설치·정상회담 등 관계개선 전망도美 강력한 '검증' 앞세워 北核 해결 쉽잖아오바마 시대의 美·北 국내 전문가들 진단 정치권에서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정책들을...
Delinquency ‘연체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신용카드 대금(credit card balances) 결제일(payment due date)을 지켜야 신용을 쌓을 수 있겠지요. 요즘 캐나다에서는 빚을 완전히 갚는(pay off debts)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연체율도 많이 내려갔다고 합니다.연체율은 the percentage of unpaid debt로 표현될 수...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완패한 삼성이 우군이었던 구글에 ‘배신’을 당했다. 구글은 27일(현지 시간) 미국 IT전문 인터넷 신문 더버지(the verge)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 중에서 특허 침해가 인정된 부분은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의 핵심(core)과...
캐나다 식품 검역기관(CFIA)은 프레쉬 익스프레스(Fresh Express)가 생산하는 상추 샐러드 제품에 '이-콜리 박테리아(E.coli O157:H7 Bacteria)'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14일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검역기관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프레쉬 익스프레스가...
학부생에게 연구기회 제공하는 대회 열려
재 캐나다 한인 과학 기술자 협회(이하 AKCSE) UBC •SFU 학생부에서 캐나다 동포 사회에 과학 의식을 고취 시키고 한인 학생들의 이공계 분야 진출을 돕는다는 협회 본래의 취지에 입각하여 오는 3월 19일 ‘제 1회 Research Competition for Undergraduate Students’을 개최한다....
캐나다 커피&티 쇼가 15일과 16일에 걸쳐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카페 운영자, 레스토랑 사업가, 배급처 등 커피와 티가 관련된 사업체가 모여 함께 새로운 상품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내년 6월에 열리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온십 대회에...
여섯번째 세계 챔피언 타이틀 도전
다섯번의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SFU 파이프 밴드가 여섯번째 세계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 7일 스코틀랜드의 개슬로우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SFU파이프 밴드는 오는 15일에 열리는 세계...
“펄프 공장 폐쇄 등이 주 원인”
BC주의 산업부문 전기수요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경기침체가 가시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9월 30일 기준, BC 하이드로(Hydro: 수자원전력공사)의 3개월간 순이익은 1억2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500만달러 줄었다. 밥 엘튼(Elton) BC...
‘강진의 생활 건강체조교실’ -20대 같은 40대를 살아가는 주부들의 생활체조 모임
◇ 두 아이 출산 후 시작한 운동으로 생활체조, 요가, 라틴댄스, 키즈요가, 태보 등 생활체조 전문트레이너가 된 강진씨는 체육 전공자 못지 않은 유연함을 자랑한다. 실제로 보통 사람들보다 통통한 체형에 가까운 강씨가 이끄는 ‘강진...
한국수자원공사후원 시화전 참가한 시인 이하린
2008년은 UN이 정한 ‘물의 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의 해’를 맞아 새한국문학회 주관으로 지하철 시화전을 열고 있다. 물이 주는 소중함이나 물에 관한 이미지를 가진 다양한 작품들이 대중과 호흡하는 지하철 공간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6월말까지...
이것 없이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이들에게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전화기. 자신이 원하는 가격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플랜이 나오면서 많은 소비자들은 자기에게 이득이 되고 더 좋아보이는 플랜을 제공하는 회사의...
편하게 학점 취득하는 세컨더리 온라인 코스
대부분의 세컨더리 학생들은 자신의 학년보다 한 학년 위의 과목들을 듣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년마다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들이 있기 때문에 써머스쿨을 듣지 않는 이상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써머스쿨도 반년 동안 듣는 수업을 한달 안에...
 1791  1792  1793  1794  1795  1796  1797  1798  1799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