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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가든에서 아름다움의 신비와 마주하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19 00:00

프랑스 '허보리텀'에 가보니

아이를 낳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들은 누구나 환경에 관심을 갖는다. 내 아이가 커 가면서 호흡할 공기, 내 아이가 마실 물이 걱정되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나비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기 시작한다. 나비뿐이랴 길가 곳곳에 피어 있던 민들레며 토끼풀도 보이지 않은 지 오래. 전세계 대표 식물성 브랜드 클라란스 파리 본사에서는 특별한 '가든'을 통해 선진 환경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행복플러스가 대한민국 단독으로 독점 취재했다.

▲ 허보리텀의 입구에 위치한 맨션. 13세기 초에 지어진 원래의 건물은 화재로 불타고 말았다.

두 팔로도 다 감싸안을 수 없을 듯 커다란 고목나무의 껍질에 손을 대본다. 촉촉한 물기가 느껴지는 건강한 외피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기보다 지금 그 상태로 충만하게 호흡하는 나무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새끼손가락 옆으로 무당벌레와 이름 모를 까만 벌레가 나무 껍질 위를 기어간다. 그 녀석들을 따라 하늘 향해 뻗은 가지 쪽으로 눈을 향하니 저마다 음성이 다른 새들이 화음을 맞춰 합창을 하는 중. 거칠 것 없이 뻗은 초록 벌판을 따라 그 노래가 싱그럽게 울려 퍼진다. 햇빛에 눈이 부셔 나무 밑둥 쪽으로 향하니 엄마의 품에 달라붙은 고물고물한 아이들처럼 거대 고목을 의지해 피어난 들꽃들과 푸른 식물들이 근처 강가까지 장엄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곳에는 또 얼마나 많은 식물과 나비와 벌을 비롯한 곤충, 동물이 살고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곳에 서 있는 이 한 사람의 인간까지! "실로 정원은 하나의 소우주(小宇宙)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곳은 프랑스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발 드 루와르(Val de Loire)에 위치한 허브의 가든 '허보리텀(L'Herboretum)'이다. 그런데 보기 좋도록 꾸며놓은 가든이 아니다. 다양한 생물들이 자연 상태 그대로 얽히고 설켜 살아가는 특별한 가든이다.

"인간에게 훼손과 착취를 당한 자연은 스스로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인다."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정상회의에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자연이 훼손되면 식물과 동물, 곤충도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고,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사람을 비롯해 수십 억 종의 생명들이 서로 교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촘촘한 지구 생태계 속에서 하나의 줄이 끊어지면 그 줄과 엮여 있는 다른 줄이 끊어지고, 그에 따라 연쇄적으로 다른 생명줄도 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을 유지하는 것은 인간에겐 생명보험과도 같다. 또 '생물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다. '개발'은 우리 삶에 필요한 것들을 채우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 따라서 개발을 아예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개발을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환경 오염이나 지구에 남아 있는 자원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 다양성'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허보리텀 안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먹거나 옷감을 짜고, 질병을 치유하거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인간의 삶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을 5개의 테마로 나눠 전시해놓은 가든들. '헬스 가든'에는 식물요법에 쓰이는 신비스러운 약용 식물들 200여 종이 심어져 있고, '뷰티 가든'에서는 스킨케어나 보디케어 제품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피부를 진정시키고 유연하게 하는 수레국화(cornflower)나 정화 효과가 있는 비누풀(soapwort), 살균 효과가 있는 세이지나 로즈메리 등이 대표적. '마법의 식물' 코너도 즐겁다. 젊은 여성들이 눈동자를 크게 해 사랑에 빠진 듯 보이려고 눈에 넣었다던 독초 '벨라도나'가 눈길을 끈다. 금속과 플라스틱, 디지털과 무형의 기술이 주는 편리함 속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인간과 식물간의 근원적인 생명의 끈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 ‘헬스’ ‘뷰티’ 등 5개의 테마 가든으로 조성된 가든의 일부.

허보리텀의 동·식물을 보존하고 에코 시스템을 유지하는 수고스러운 일은 두 프랑스 기업이 전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1970년대 창립돼 식물요법과 식물 테라피 등에 걸쳐 세계적인 업적을 쌓고 있는 앨반 뮬러(Alban Muller)사와 1954년 100% 식물성 오일을 창조해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인스티튜트로 출발한 클라란스가 그 주인공이다. 클라란스는 아예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연구팀(the Sustainable Development Team, 이하 SDT)'을 발족시켜, '식물과 함께, 여성과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기업 철학 아래 지난 20여 년에 걸쳐 진행됐던 환경 활동을 종합하고 앞으로의 환경 활동들을 더욱 역동적으로 추진하는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으로 클라란스는 1987년 프랑스 화장품 기업 최초로 동물 테스트를 금지하고, 1990년에는 '알프 액션'에 참여했다. '알프 액션'은 인류의 천연 자원인 알프스가 무차별적으로 개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알프스의 땅을 조금씩 사들이는 단체. 또 '클라란스맨 인바이런먼트 어워드(ClarinsMen Environment Award)'를 창설, 식물과 자연을 지키는 남성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클라란스는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130여 개 이상의 식물의 종류 가운데 1/3을 차지하는 야생 식물을 얻을 때도 '생물다양성 협약'과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의 원칙에 따르기 위해 신중을 기한다.

자연을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1997년부터 클라란스는 불우한 아이들을 돕는 여성들을 선정해 '모스트 다이내믹 우먼 어워드(Most Dynamic Woman Award)'를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이 특별한 이유는 한 번 상을 받은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매년 클라란스의 후원을 받게 된다는 점. 클라란스 코리아에서는 빈곤·불우 가정의 아동들을 돕는데 앞장 서고 있는 사단법인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의 강명순 목사에게 모스트 다이내믹 우먼 어워드를 시상하고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늘 6월 30일, 제 2회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 세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크리스티앙 쿠르텡 클라란스 회장은 ‘여성’ 이야기만 나오면 더욱 에너지가 넘친다.

허보리텀을 상징하는 식물은 장미과에 속하는 양지꽃속(Cinguefoil). 고대부터 약용으로 쓰이고 성공을 가져다주는 식물이라 여겨졌던 양지꽃속의 다섯 갈래 잎은 허보리텀의 상징적인 숫자가 됐다. 오감으로 식물을 느낄 수 있는 허보리텀에는 5개의 생태 가든과 5개의 테마 가든이 있으며, 다섯 곳의 오솔길과 5개의 낭만적이 다리를 따라가다 보면 생태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다섯 곳의 관찰 지역이 나온다. 크리스티앙 쿠르텡 클라란스 회장은 "신비스럽게도 우리의 피부도 5가지 중요한 기능을 하지요. 보습과 영양·산소 공급·재생·보호까지. 우리 피부도 자연의 일부며,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말해주는 사실이 아닐까요?"라며, 그래서 클라란스 SDT의 상징도 '다섯 손가락'이라고 전했다. 대표 식물 브랜드의 최고 경영자가 꼽는 놀라운 식물들은 뭘까. "단단히 여문, 씨앗이 꽉 찬 해바라기의 무게는 3㎏나 됩니다. 그런데 그걸 지탱하는 건 어른 손가락보다 얇은 줄기지요. 이 해바라기의 놀라운 성분을 이용해 클라란스는 넥 크림을 만들었습니다. 또 생명력이 강하고 공해에 잘 견뎌 도시 가로수로 많이 애용되는 은행나무에서는 여성의 피부를 지키는 공해방지 복합체가 추출되었고요." 늘 기발하고 거대하며 추진력이 강한 클라란스의 다음 아이디어는 뭘까 궁금해진다. 살짝 엿들으니 서서히 유리 소재로 제품 패키지를 바꿀 것이라는 것과 백화점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주는 가방 대신 고객들이 자전거를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유쾌한 답이 들려온다.

파리=글 옥지윤 기자 | 사진 X. Renauld, 클라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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