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고 잘하는 비교과 활동 꾸준히
가족이 함게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인정받고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높은 미국 명문 보딩스쿨에 합격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과정이 필요할까. 올해 세인트 폴스 스쿨(St. Paul's School)과 하커데이 스쿨(Hockaday School)에 각각 합격한 이지수(16·캐나다 밴쿠버 소재 '웨스트 포인트 그레이 아카데미' 9학년)양과 김예지(14·대청중2)양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세인트 폴스 스쿨에 합격한 이지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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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쓴 영문 판타지 소설을 들고 있는 이지수양.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
그녀는 캐나다 공립학교에 처음 입학했지만 한국 학생들이 너무 많아 영어를 쓸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 달 만에 인근 사립학교로 전학, 스스로 낯선 세상과 부딪쳤다. 이양은 "보딩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독립심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슨 교재로 공부할지, 시간을 어떻게 배분해 공부계획을 세울 것인지, 부모님과 떨어져도 잘 지낼 수 있는 생활의식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낯 모르는 외국인 친구와 잘 사귈 수 있어야 하고 리더십도 필요하다. 한국학생들은 교과성적은 높지만 사교성이나 비교과 활동이 지지부진해 명문사학이나 아이비리그에 낙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양은 "많은 교과 및 비교과 활동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선 주위 사람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중학교 재학시절, 밴쿠버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했고 학교행사 때 피아노 반주를 도맡거나 주니어 헤럴드 기자, '사랑의 집짓기' 같은 활동을 꾸준히 해 교사와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이영경씨는 "비교과 활동은 자신이 평소부터 관심 있고 잘하는 분야를 선택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영어실력은 어떻게 쌓았을까. 이양은 특이하게도 7세부터 문법책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성문기초영어를 5번 통독한 뒤 한 단계 높은 수준인 성문기본영어를 독파했고 이어 중학교와 고교 영어교과서를 차례로 공부했다. 회화보다는 문법과 독해 위주의 교과 중심 선행학습이었다. 이양의 아버지 이은홍(46)씨는 "남들이 회화 중심의 말하고 듣기 연습에 치중할 때, 딸은 말을 구성하는 단어와 어구, 문장의 '틀'을 익혔던 것이 주효했다"고 소개했다. 이렇다 보니 본토 친구들보다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게 됐다. 이양은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열심히 읽었고 초등학교 때 판타지 소설을 직접 쓸 정도로 상상력을 키웠다. 나중에는 소설을 영어로 옮겨 쓰면서 영작실력도 키웠다.
하커데이 스쿨에 합격한 김예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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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커데이스쿨 합격한 김예지양.이구희 객원기자 |
김양의 영어실력 배경에는 아버지의 든든한 가르침이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하루 1시간씩 딸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영어에 능통하거나 유학경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김씨는 "회사일로 바빴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직접 가르쳤다"고 했다. 그는 매일 영어 테이프를 들려주고 큰 소리로 따라 하게 했다. 딸이 5학년이 될 때까지 '아빠표 영어공부'는 계속됐다.
김씨는 또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원서를 사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책 선택을 맡기면 재미 위주의 놀이책만 고르기 때문에 부모가 직접 원서를 3~5권 고른 뒤 그 가운데 보고 싶은 책을 택하라고 권했다.
김양은 "매일 영어 테이프를 듣고 크게 따라 말하기를 연습하고 영어책을 매주 3~5권씩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되더라"고 했다. 2005년 아버지가 중국지사로 발령이 나면서 북경 순의국제학교(ISB)에 1년간 다녔다. 국제학교라서 영어로 수업이 진행됐지만 그동안 공부해 온 영어만으로도 불편이 없었다고 한다.
명문 보딩스쿨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교과성적 외에 과외활동에도 충실해야 한다. 평소 플루트에 관심이 많아 본격적으로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점수따기식 과외활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플루트를 불었다. 지난해에는 전국 단위의 콩쿠르에 출전, 우수상을 탔다.
김양의 가족은 매년 초 연간 학습계획표를 세운다. 두루뭉술한 계획표가 아니다. 몇 월에는 무슨 시험을 치르고, 언제 무슨 학원엘 다녀 어떤 공부를 하며, 무슨 대회에 참가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 때문에 동생 정균(12·대치초6)군도 올해 명문 주니어 보딩스쿨인 이글브룩(Eagle brook)에 합격했다.
김양은 "하커데이 스쿨에 합격한 것은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아이비리그 로스쿨에 진학, 국제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씨는 "보딩스쿨에 대해 막연한 동경만 갖지 말고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노력한다면 누구나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zes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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