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무한한 가능성 가진 아이… 지켜보는 만큼 달라져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03 00:00

김연아 선수 어머니 박미희씨의 자녀 교육법

'은반 위의 요정'이라 불리는 김연아(18) 선수의 성공 뒤에는 어머니 박미희(49)씨의 헌신이 있었다. 박씨는 김양이 피겨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난 10여 년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24시간 내조'를 했다. 때로는 코치로, 친구로, 어머니로 1인 다(多)역을 하며 김연아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웠다. 피겨 지식이 전무했던 박씨가 준(準)전문가로 불리기까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낸 그녀의 부단한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김 선수와 함께 캐나다 전지훈련을 떠난 박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 7월 초, 박미희씨는 김연아양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운 노하우를 담은 자녀교육서 '아이의 재능에 날개를 달아라'를 출간한다.


아이의 미래는 아이가 말해준다

"아이의 재능은 어떻게 발견하셨어요?" 박씨가 수없이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는 김양이 7세 무렵, 취미 삼아 보라고 사준 피겨스케이팅 비디오를 보고 선수들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아이의 표정에 주목했다. 도저히 일곱살 철부지의 표정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지해 보였다. 박씨는 이를 예사롭게 넘기지 않았다.

한동안 아이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다 그것이 김양이 가진 재능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다음날 바로 아이를 스케이트장에 데려갔다. 박씨는 "아이들은 모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원석"이라며 "그 안에서 보석을 꺼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양이 레슨을 몇 개월 받았을 즈음, 박씨는 코치와의 성격 다툼으로 불가피하게 피겨를 그만두게 하고 발레 학원에 등록시켰다. 그러나 피겨를 배울 때보다 김양의 표정이 밝지 못한 것을 보고 생각을 다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내 전공(專攻)은 오직 '연아'

박씨는 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했다. 운동을 하거나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10년간 김양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빙판에서 자꾸 넘어지는 딸이 안쓰러워 넘어지지 않게 하려다 보니 넘어지는 원인을 분석하게 됐고, 그것이 자연히 동작이나 기술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박씨는 김양이 훈련 받는 동안 곁에서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는다. 대개 보호자로 따라온 엄마들이 아이가 레슨을 받는 동안 볼일을 보러 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양의 행동을 꼼꼼히 챙겨 포인트를 집어내거나 코치가 한 말을 기억해뒀다가 아이가 놓치는 것을 지적해줬다. "착지할 때 허리를 좀더 세워 봐, 아까 똑바로 세웠을 때 안 넘어졌지?" 하는 식이다. 그 한마디로 아이의 자세가 달라지고, 동작이 보완되는 모습을 보면서 '지켜보는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박씨는 "아이는 지켜보는 만큼 달라진다. 이는 비단 피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켜보면서 아이의 그릇된 습관을 부모가 잡아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자녀가 얼마만큼 발전하고 있고 어디가 막혔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성엄마는 제1의 조력자 

선수라면 한 번씩 슬럼프를 겪는다. 김양 역시 중1 올라갈 무렵 사춘기가 찾아와 괴롭혔다.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아온 김양은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경쟁상대가 없었기에 피겨에 대한 흥미도 차츰 잃어갔다. 그때 박씨는 국제대회에 출전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당시 한국의 피겨 위상은 하위권이었기에 연아가 대회에 나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며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대회라는 동기부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김양은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동경했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

그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기 위해 출전하고 온 다음에는 더 열심히 연습을 했다. 또한 웬만한 세계대회에선  떨지 않는 대범함도 기를 수 있었다.  김양이 연습을 게을리하거나 힘들어할 때마다 박씨는 그녀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그렇게 게으르다가 잠깐 반짝하는 운동 선수가 되면 어떻게 하니?"라고 자존심을 건드리면 김양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연습에 열을 올린다. 남에게 지고는 못사는 성격임을 간파한 덕분이다.

박씨는 "스트레스가 없어야 목표를 잘 이루는 아이, 약간의 부담이 있어야 잘 해내는 아이 등 아이들은 저마다 기질이 다르다"며 "부모는 자녀가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는지를 파악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극성엄마라는 말을 싫어하지 않는다. 자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절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모든 판단의 중심은 '연아'"라며 "아이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냉정한 행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미희씨가 강조하는 자녀 대화법

칭찬을 자주 하되, 객관적으로 하라

칭찬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서투르다. 이유를 정확히 말해야 한다. "내딸이 잘났다!" 가 아니라 "어떤 점 때문에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해야 한다.

반복은 금물,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라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지겹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은 더 빨리 싫증을 낸다. 표현을 달리하면 효과가 지속된다. 예컨대, "발 모아!"라는 말도 "두 발 붙여!" 또는 "발 떨어지지 않게!"라고 고쳐서 말해보자.

객관식 답을 주고 선택하게 하라

"이거 해!"라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이거 할래, 저거 할래?"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자녀에게도 선택권을 주자.

아이의 경험에서 사례를 들어라

과거의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하면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예컨대, "손끝 좀 나긋하게 해 " 가 아니라 "너 아까 손가락을 모으기도 하고, 펼치기도 하던데 둘째손가락만 살짝 올렸을 때가 가장 좋더라"라는 식이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G8 정상회담...온실가스 감축 진전 없을 듯
G8 정상들은 고유가, 식량위기 및 세계적 금융불안 상황에..
"필요시 외환보유고 동원할 것" 강력 경고 달러당 원화 환율 7.5원 급락… 1042.9원 환율상승 요인 여전… '과도한 개입' 비판도
7일 두 외환당국의 '입(口)'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날 오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환율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외환보유고를 동원할 것"이라며 강력한 환율 안정 의지를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때문에 두 기관이 동시에...
‘ARTS 2008’공모전 1위한 김상현군
9월 에밀리카(Emily Carr Institute of Art and Design)로 진학할 예정인 한인 학생 김상현군이 써리 아트갤러리(Surrey Art Gallery)가 주관하는 ‘ARTS 2008’ 공모전에서 회화부문 1위를 차지했다.  ‘ARTS 2008’ 공모전은 1974년부터 평균연령 35세 이상 60세까지 캐나다 전역에서...
소라그룹 권용운씨
밴쿠버 일대의 사무실을 보면 ‘관리회사’가 적지 않다. 이 가운데 밴쿠버시내 웨스트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소라(SORA)그룹은 40년 전 설립된 중간규모 개인재정관리회사로, 대를 이은 고객들이 많은 회사다. 이런 개인재정관리회사는 대중을 고객으로 하지는...
오터 마린 아웃보드(Otter Marine & Outboard) 송호인씨
2000년 이민 후 가구제조기업에서 근무한 송호인씨는 지난 5월 배, 보트 수리 수리전문 기업 ‘오터 마린 아웃보드(Otter Marine & Outboard)’에 입사했다.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이민 전 현대자동차 제
영화에 별 관심 없는 관객에게도 '수퍼 히어로'라는 조어가 익숙하게 되기까지, 정말 별별 초능력 영웅들이 스크린에 등장해왔다. 지구를 구하는 전통적인 영웅(수퍼맨)부터, 피자를 배달하는 아르바이트 거미인간(스파이더맨), 스스로를 성찰하는 우울한...
부 축적의 장애물 2008.07.04 (금)
부(富)를 축적하기 위한 과정에는 두 가지 장애가 있다. 첫째는 세금이고, 둘째는 인플레이션이다. 특히 요즘은 식품 물가상승으
스텔라 김씨의 두부과일양념구이
"요리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퓨전 페스티벌’ 18일~20일 홀랜드 공원 ‘2008 캐나다 문화의 수도 지정’ 기념
써리 사상 최대 규모가 될 대규모 복합 문화 행사 ‘퓨전 페스티벌(Fusion Festival)’이 7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써리 홀랜드 공원(Holland Park)에서 열린다. 써리시의 ‘2008 캐나다 문화의 수도(Cultural Capitals of Canada)’ 지정 기념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퓨전...
“출생 직후 문제 발견해야 평생 건강”
앞으로 BC주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출생 직후 19가지 검사를 받게 된다. 고든 캠벨 주수상은 3일 “평생 동안 건강문제가 되지 않도록 출생직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신생아들에 대한 검사 항목을 현재 6가지에서 19가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캠벨...
마약 거래 소탕
트랜스링크는 연방경찰(RCMP)과 함께 지난 6월2 3일까지 써리 센트럴역과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마약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2주간의 단속활동을 벌였다고 2일 발표했다. 연방경찰은 트랜짓 경찰(대중교통전담 경찰)과 함께 마약소지나 거래와 관련해 총 20건을...
김연아 선수 어머니 박미희씨의 자녀 교육법
'은반 위의 요정'이라 불리는 김연아(18) 선수의 성공 뒤에는 어머니 박미희(49)씨의 헌신이 있었다. 박씨는 김양이 피겨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난 10여 년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24시간 내조'
후배들에게 학습 노하우 전하는 '멘토' 선배들
▲ 멘토 선배로 활약중인 서울대 김동욱씨,고려대 이해황씨,서울사범대 설보연씨(왼쪽부터)사진=허재성기자 heochoto@chosun.com,조영희기자 remnant@chosun.com 때론 부모님의 백마디 말보다 선배의 한마디가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공부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꿈같은 파나마운하 크루즈(4) 허억(밴쿠버 문인협회 회원)
4월 25일, 오늘은 에메랄드와 커피 그리고 마약으로 유명한 남미의 콜롬비아를 향하여 항해하는 날이다. 이렇게 항해만 하는 날은 단체활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는 아내와 함께 둘이서 9시 반에 있는 파나마운하 설명회에 갔다. 수에즈운하를 건설한 불란서...
미착용 벌금 35달러
고유가로 인해 자전거 출퇴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밴쿠버 시경은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한 헬멧착용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탈 경우 벌금 35달러가 부과된다. 밴쿠버 시경은 지난해 800명에게 벌금을...
올 여름엔 그곳에 가고 싶다
북유럽에 캐나다관광상품을 홍보하는 데스티네이션 캐나다(Destination Canada)는 24일 캐나다 국내 10대 관광명소를 선정해 발표했다. 10위 안에 드는 명소 중 4곳은 밴쿠버 거주자라면 3박 4일에서 4박5일 일정이면 둘러볼 수 있는 곳들이다. 데스티네이션 캐나다의 어니...
캐나다 연방 탄생 141주년을 맞은 7월 1일, 오타와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날 밴쿠버 콜 하버, 포트 코퀴틀람 캐슬 파크 등에서는 수많은 인파들이 불꽃놀이를 즐겼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주민 60% ‘탄소세 반대’...내년 BC총선 이슈될 듯
7월 1일부터 탄소세가 부과되면서 BC 주요지역 기름값이...
빠르면 2010년부터...2012년에는 3살까지 확대
2010년에 4살이 되는 BC주 어린이들은 전일제 공립 유치원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있게 됐다. BC주 교육부는 아동조기교육청(ECLA)을 통해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일제 유치원 도입 가능성에 대한 컨설팅 작업을 시작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셜리 본드 BC교육부장관은...
'천둥' 공연 화보 2008.06.30 (월)
지난 27일 저녁, 뉴웨스트민스터 소재 매시극장(Massey Theatre)에서는 밴쿠버 국악 타악팀 ‘천둥’의 화려한 첫 공연이 펼쳐졌다. 한인 1.5세 대학생, 청년들로 구성된 ‘천둥’ 팀의 이날 공연은 음악과 노래, 춤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김성일 예술감독의...
 1381  1382  1383  1384  1385  1386  1387  1388  1389  1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