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파나마운하를 건너서 태평양으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10 00:00

꿈같은 파나마운하 크루즈(5) 허억(밴쿠버 문인협회 회원)

카르타헤나에서 파나마운하까지는 별로 멀지 않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내외는 웨이크업 콜(wakeup call)에 따라 5시에 일어나서 선크림을 얼굴과 팔 다리에 바르고 5시 45분에는 12층 전방 갑판에 올라갔다. 그러나 12층 갑판에는 시계(視界)를 가리는 물건이 있어서 불편하기에 11층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는데 한곳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비비고 들어갔다.
 
옆에 있는 아가씨는 자기 아버지를 위하여 아침 5시부터 나와 있었다고. 고맙다는 뜻으로 조금 이야기를 해보니 이 아가씨는 캘거리에서 왔고 그 아버지는 밴쿠버에서 왔는데 부모는 이혼해서 어머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던 중 아버지가 큰마음을 써서 딸과 함께 여행을 나온 것이다.
 
아직은 날이 밝기 전이라 반쪽 달이 아침하늘을 비치고 저 멀리 왼쪽 입구에는 전기 불을 켜 놓은 고층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6시 15분경 엷은 구름을 뚫고 아침햇살이 뻘겋게 떠오르고 있었다. 우리 배는 서서히 운하 쪽으로 운항을 계속했다.

7시 조금 전 파일럿 보트가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나서 돌을 양쪽으로 길게 쌓아 좁은 문을 만들어 놓은 방파제 안으로 우리 배를 인도했다. 우리는 리몬만(Limon Bay)안에 들어온 것이다. 우리 앞에는 작은 배 한 척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서서히 항진하고 있었다. 우리는 좁은 운하로 들어섰다. 운하의 양안은 파란 잔디가 심어 있고 운하 바른 쪽 잘 포장된 도로에는 간간이 소형 차량이 한가로이 달리고 있다.

7시 30분경 드디어 첫째 갑문인 가툰 갑문(Gatun Lock)에 도착했다. 운하는 2개의 항로(lane)로 되어 있는데 두 항로가 다 같은 방향으로 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러면 반대방향에서 오는 배는 어떻게 하나? 궁금한 마음을 참고 이것저것 관찰하기에 바쁘다. 우리 배는 좌측 항로를 따라 들어가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Holland America Line의 Westdam 유람선이 마침 우측 항로의 한 칸 앞에 들어가 있어서 갑문 운영을 관찰하기에 아주 좋았다.
 
배 안에는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도록 확성기 또는 TV를 통하여 운하에 대한 해설이 나온다. 이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여 주는 교통의 요새로서 전장 80km이며 횡단하는 시간은 약 9시간이다. 1914년 8월 15일 국제항로로서 문을 연 후 연간 약 1만5000대의 선박이 지나간다. 운하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칠레 다음으로 한국이다. 역시 무역 강국의 면모가 엿보여 우리 조국이 자랑스러웠다.

스에즈운하가 모래땅을 파서 만든 것에 반하여 이곳은 완전히 암반을 굴착하여 만든 공사였다. 다행히 대서양 쪽에는 커다란 가툰 호수(Gatun Lake)가 있고 태평양 쪽에는 비록 작지만 미라훌로어즈 호수(Miraflores Lake)가 있어서 이 두 호수를 연결하여 만들었다. 가툰 호수는 대서양보다 수면이 26m나 높고, 미라훌로어즈 호수는 그 높이가 가툰 호수와 태평양 중간에 있다.

우리가 도착한 가툰 수문은 3단계로 되어 있어서 태서양의 수면에서 세 번의 인상(引上)을 거쳐서 가툰 호수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물을 저장하는 수방(water chamber)은 생각했던 것처럼 크지 않았다. 넓이가 33.5m이고 길이가 305m이다. 따라서 지나갈 수 있는 배는 최대로 큰 것이 넓이 32.31m, 길이 294.13m 그리고 깊이 12.04m로 되어 있다.

배가 가까이 가면 터그 보트를 이용하여 첫째 수방에 밀어 넣고 두 쪽으로 된 갑문을 닫는다. 앞쪽의 수방은 배를 넣지 않고 물만 채워 두었다가 뒤쪽 수방에 배가 들어오면 그물을 중력(gravity)을 이용하여 아래쪽 수방으로 보낸다. 양쪽 수방의 수면의 높이가 같아지면 앞쪽 수방의 갑문을 열어 배가 앞으로 전진하게 한다. 배는 자체의 힘을 이용하여 전진하는 것이 아니고 배의 크기에 따라 4대 내지 8대의 전기 기관차(electric locomotive)가 배의 양쪽 전후에서 배에 줄을 매어 배의 위치를 안정시키고 또한 배를 끌어 다음 수방으로 옮긴다. 전기 기관차는 레일 위를 전후로 달리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의 실수로 우리 배는 한번 “쿵” 하고 콘크리트 벽에 부딪쳤다. 페인트 칠 정도의 작은 수리로 끝날 수 있는 피해라고 나중에 선장의 설명을 들었지만.

운하에서 이용되는 물은 모두 가툰 호수에서 내려오는 민물이다. 바닷물은 퍼올리기도 힘들거니와 장비의 부식 등 문제가 많다고 한다. 하나의 수방에 필요한 물은 약 2억 리터나 된다.

이와 같이 세 단계의 갑문을 통과하는데 약 두 시간이 걸려서 우리 배는 가툰 호수에 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는 자력으로 움직인다. 이 호수는 여기저기 섬들이 놓여있는 꽤 큰 호수로서 대서양 쪽으로 나가기 위한 여러 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좁은 수로를 통하여 두 대의 배가 반대방향으로 갈 때에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시간대를 정하여 일방통행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 배는 가툰 호수를 지나 다시 길고 좁은 수로에 접어들었다. 한참 가노라니 높은 돌산이 왼쪽으로 보인다. 그 돌산을 다이너마이트로 깨뜨려 실어 나르느라고 얼마나 애썼을까? 여기에서 나온 돌을 기차로 실어 날랐다면 지구를 4바퀴 돌 수 있는 막대한 양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장 좁고 난공사였던 게일라드 컷(Gaillard Cut)을 지나 태평양 쪽으로 첫 번째 있는 한 단계(one-step) 갑문인 페드로 미구엘 갑문(Pedro Miguel Locks)를 통과하여 가툰 호수보다 수면이 9m 낮은 미라훌로어즈 호수(Miraflores Lake)에 왔다. 그리고 이 작은 호수를 지나 두 단계(two-step)로 된 미라훌로어즈 갑문을 다시 통과한 후 다시 좁은 수로를 거쳐 태평양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마지막 두 단계의 갑문은 가장 높고 육중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태평양 쪽의 높은 파고를 견딜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갑문의 높이는 25m이고 문 하나의 무게가 730톤이나 된다고. 운하 사용료는 유람선의 경우 크기에 따라 5만 내지 6만 달러라고 한다.

이 운하는 1882년 불란서 사람 레셉스(Lesseps)가 수에즈 운하를 건설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해수면과 같은 높이의 운하를 구상하고 이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자금의 고갈, 학질과 황열병(yellow fever)의 창궐 및 굴착기술의 부족 등으로 1889년 파산되고 말았다.

1898년에 있었던 스페인-미국간의 전쟁으로 전함을 미국 서안에서 동안으로 보낼 때 남미의 첨단을 돌아서 1만3000마일을 항해하여야만 했던 미국은 운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미국은 처음 니카라과에 운하 건설을 계획하였으나 지진의 위험과 불란서 측이 파나마 철도를 포함한 모든 권리를 4000만달러에 팔겠다고 제안하여 파나마를 택하기로 했다. 당시 파나마는 콜롬비아의 일 개 주로 있었다. 1903년 미국은 계약금 1000만달러를 주고 매년 25만 달러를 지불한다는 계약서에 콜롬비아 정부와 서명을 하였다. 그러나 콜롬비아 의회는 이를 부결하였다. 이에 이 지역 사람들은 불란서와 미국의 도움으로 총궐기하여 1903년 11월 3일 독립을 선언했다. 이때에 미국은 현지에 전함을 파견하여 강력한 군사외교를 펼쳤다. 그리고 파나마의 독립을 보장하고 운하지역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파나마 측에서 받아냈다.

당시는 학질과 황열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다. 차가운 밤바람이라고 생각해서 밤에 밖에 나가는 것을 말렸다. 나중에 그 원인을 발견하고 모기의 퇴치와 위생시설을 크게 향상시켜 질병을 퇴치했다. 미국은 공사의 어려움과 그 지역 수자원의 관리를 위하여 갑문식으로 운하의 건설계획을 고치고 미 육군 공병 대령을 공사책임자로 명하여 일사불란하게 추진했다.

미국은 총 공사비 3억8000만달러를 들여서 1914년에 완공하여 그 해 8월 15일 정식으로 개항했다. 그리고 85년 간 이 운하를 운용한 후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에 넘겨주었다. 이 나라 역시 인구의 반 이상이 메스티조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의 화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로도 유명하다.

저녁에는 Nadeen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도계 캐나다 여인의 체면술을 구경했다. 관중 속에서 나간 여행객들이 체면에 걸려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또는 마이클 잭슨 등의 흉내를 정신 없이 내기도 하고 또 어떤 노인은 배꼽춤을 너무 잘 추어서 우리들의 배꼽이 째지도록 많이 웃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자기소개서에 ‘성의’를 담아라” <글 싣는 순서> 첫 번째 경력을 만들어라-캐나다 잡(job) 마켓에 대한 이해고용주 입맛에 맞는 이력서, 이렇게 작성하자보기 좋게 디자인하는 자기 소개서영어가 아닌 열정을 표현하는 인터뷰 캐나다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밴쿠버 조선일보 제6기 인턴기자
밴쿠버 조선일보는 2003년부터 인턴기자 제도를 도입해 매년 8월 선발하고 있다. 올해 본보는 제6기 인턴기자를 지난 7월31일까지 모집하고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을
캐나다 학제 시스템에 있어 각 학년별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이번 주에는 “Grade 7” 학생들이 접하게 될 커리큘럼 및 교사의 조언관련 정보와 “Grade 8~10” 학생들이 접하게 될 학교생활 및 학업과목에 관한 정보 입니다. 7학년  Secondary 진학을...
전세계에 4억 명, 캐나다에 500만 명 그리고 미국에 6000만 명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질환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풍, 즉 뇌졸중으로
“버스 노선 확대, 운행 간격 지금보다 현저히 줄일 계획”
고유가와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대중교통에 대한 관심이 그 여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BC Trans Link는 오는 9월부터 버스 노선을 대폭 확대하고 운행 간격을 지금보다 현저히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9월 1일 노동절을 기점으로 써리, 노쓰 버나비,...
“아내 살해하고, 딸은 중태 빠뜨려”
19일 오후 4시 40분경 써리 주택가(72nd Ave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피의자가 살해된 희생자의 남편인 것으로 밝혀져 캐나다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써리 관할 연방경찰(RCMP)에 따르면, 피의자는 53세의 써리 거주자로 이름은 하팔짓 샌드휴다. 피의자는...
“칠리왁에서 남성 1 명 사망, 경찰 의도적 살해로 추정”
19일 써리 총격사건의 충격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칠리왁에서도 총기 관련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광역 밴쿠버 일대가 더 이상 총기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또 한 차례 거세게 제기될 전망이다. 사건은 20일 오후 8시 30분경 칠리왁 Promontory Road...
2010년 동계올림픽 선수촌 녹색개발의 모델
현직 시장과 시의원들로 구성된 캐나다 지방자치제 연합(Federation of Canadian Municipalities: 이하 FCM) 대표단이 밴쿠버시를 방문해 19일 오전 11시 올림픽 선수촌 개발 현황 설명을 듣고 현장을 견학했다. 대표단에 참가한 시장들과 시의원들은 “밴쿠버 지역은 올림픽...
“한 명 사망, 한 명은 위독한 상태”
19일 오후 4시 40분경 써리의 한 주택가(72nd 애비뉴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랭리에서 일어난 총격사건 이후 불과 6일만이다. 현장에 출동한 써리 관할 연방경찰(RCMP)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한 명이 총격 이후 바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며...
불과 3일만에 두 번째 익사사고 희생자 발생
칠리왁 강에서 또 다른 익사사고가 발생해 이 인근을 찾는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사고는 지난 16일 오후 5시경에 일어났다. 물놀이 도중 17세 소녀가 같은 지역에서 목숨을 잃은 사고 이후, 불과 3일만이다. 희생자는 빅토리아 출신의 23세 여성으로,...
여러분들에게도 너무나도 친숙한 이름 ‘인텔(Intel)’. 반도체 회사로 세계 최고 기업이며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인텔을 모를리 없을
한국 야구가 베이징에서 또 다시 극일 드라마를 썼다.
세계선수권과 시드니 올림픽,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등 굵직한 대회마다 난적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한국 야구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이력서, 고용주 입맛에 맞게 작성하라” ISS 'Advanced job search program' <글 싣는 순서>첫 번째 경력을 만들어라-캐나다 잡(job) 마켓에 대한 이해고용주 입맛에 맞는 이력서, 이렇게 작성하자보기 좋게 디자인하는 자기 소개서영어가 아닌 열정을 표현하는 인터뷰...
ISS 'Advanced job search program'
ISS의 이력서 작성 담당 전문가는 “100통의 이력서를 보내면 대략 10군데에서 인터뷰 하자는 연락이 오는데, 이중에서 단 한곳만이 최종 합격증을 준다”고 말한다
Home Buyers Plan (HBP) 2008.08.15 (금)
HBP는 간단히 말하자면,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RRSP에 적립되어 있는 금액을
베이징 올림픽(2) 2008.08.15 (금)
그는 울고 있었다. 경기장에서 선수의 눈물을 보는 일은 흔치 않다. 남자는 일생에 세 번밖에 울지 않는다는데. 그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울고 있었다. 아니 그의 머리 속에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마저 사라진 듯 보였다. 그저 격한 나머지 눈물을 내뱉고 있었다....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은 결코 눈물을 흘리는 법이 없다.
한국 수영 올림픽 도전 44년 만에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는데도 마냥 싱글벙글하였고 15일 저녁 자유형 1,500m에서...
BC주 정부, 2012년까지 시설 건립의사 있다
BC주정부는 버나비 윌링돈 에비뉴(Willingdon Ave)에 위치한 청소년 유치장 자리에 2012년까지 형사재판을 기다리는 이들을 가둘...
장미란, 저녁 8시 출전… 기록 월등 /대표팀 감독 "세계기록 경신 도전"
4년의 담금질을 6번 도전에 쏟아 붓는다. 한국 역도의 간판 장미란(고양시청)이 16일 오후 8시(한국시각)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75㎏ 이상급) 금메달에 도전한다.
캐나다 학제 시스템에 있어 각 학년별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이번 주에는“Grade 5~6”학생들이 접하게 될 커리큘럼 및 교사의 조언관련 정보 입니다. 5학년  스스로 숙제를 해결하는 시기 5학년에 들어 가면 학생들은 저녁에 숙제를 해야 한다는...
 1371  1372  1373  1374  1375  1376  1377  1378  1379  1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