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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럽 광우병 파동 때 받아 먹은 독일 쇠고기는 어쩌고… ‘미친소병’ 남한 비판에 열 올리는 북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21 00:00

총 2만7000? 4차례에 걸쳐 무상지원 독일 “1차분 6000t에 광우병 의심 소 포함 가능성”

“미국산 쇠고기가 남조선 시장에 들이닥칠 경우 미친소병으로 인하여 남조선 인민들의 생명에 커다란 위험이 조성된다.”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북한은 연일 대남 비난 발언 수위를 높여 왔다. 지난 5월 3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이와 같은 논평을 내고 한국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로동신문뿐만 아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지 민주조선도 5월 4일 ‘실용의 간판을 건 조공행각’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쇠고기 추가협상에 대해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예속을 심화시킨 사대매국행각”이라고 비난했다.

“인민 생명 팔아 미국 비위 맞춘다” 연일 비난

방송과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노동당 대남사업부에서 운영하는 평양방송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인 지난 4월 24일 “이명박 역도가 미친소병 위험으로 미루어 오던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런 조건 없이 수입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며 “이명박 정권은 사대매국정권”이라고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비난했다. 지난 4월 27일 북한에서 운영되는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는 “이명박이야말로 남조선 인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서라도 미국의 비위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친미 매국노”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남한의 미친소병을 걱정하며 한국 정부를 비난해온 북한은 과연 광우병 청정지대일까.

지난 2001년 2월 12일 독일 공영방송 ARD는 “북한 정부가 ‘카프 아나무르(구조 의사회)’란 단체를 통해 독일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싶다는 뜻을 독일 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옛 농업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카프 아나무르의 한 관계자는 “흉작과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독일 정부만 동의한다면 쇠고기를 제공받기 원한다”고 했다. ‘카프 아나무르’는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 구호단체로 북한 인권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노베르트 폴러첸씨가 한때 속해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의 그 같은 제안은 시기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01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광우병으로 판명된 소가 계속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에서만 16건의 광우병 사례가 확인되었고 이에 독일 정부는 광우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30개월령 이상의 소 40만마리를 살(殺)처분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독일 슈뢰더 내각에서는 광우병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각료 2명이 사퇴하기도 했다.

때문에 처음에는 독일 정부도 북한의 이 같은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우병 파동으로 사임한 칼 하이츠 풍케 농업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레나테 퀴나스트 장관은 “국내용으로 부적합한 쇠고기를 어떻게 (제3국에) 수출할 수 있느냐”며 독일산 쇠고기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北 요청에 독일 축산농가 “어차피 도살할 소들… 보내자”

하지만 독일 축산 농가는 이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독일 축산 농가들은 충분한 보상 없이 이루어지는 대규모 도살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2001년 2월 14일 독일육류산업연맹 만프레트 헤르틀 위원장은 “어차피 도살될 소를 북한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안 당사자인 북한 역시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명의로 신임 레나테 퀴나스트 농업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어떤 상황하에서는 어떤 것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쇠고기 수입의사를 재차 전달했다.

결국 논란을 거듭하다 독일 정부는 같은 해 4월에 열린 각료회의에서 약 3만t에 달하는 독일산 냉동 쇠고기를 북한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쇠고기 시장 안정을 꾀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독일 정부의 결정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반발을 불러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유럽산 쇠고기가 제3국 시장에 버려져 그 나라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의 1차분은 검역도 없이 남포항 통과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독일산 쇠고기의 북한 수출은 진행되었다. 2001년 9월 28일 1차분 쇠고기 6000t을 실은 선박이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빌헬름스하펜 항구를 출발해 약 6주 만인 11월 13일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다. 약 600만달러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수송비용 5000만마르크(약 310억원)는 EU가 광우병으로 인한 축산 농가의 붕괴를 막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도살프로그램’ 기금 3억6200만마르크 가운데서 지원되었다. 

▲ 2001년 독일 광우병 파동으로 사임한 피셔 보건장관(왼쪽)과 풍케 농업장관. /photo AP


당시 북한에 쇠고기를 수출한 후에도 독일에서는 자국산 쇠고기 수출에 대한 우려가 계속 불거졌다. 2002년 1월 25일 독일 주요 경제지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지는 “독일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밀란’이란 검역회사를 통해 출하된 쇠고기 중 적절한 광우병 검사를 거치지 않은 쇠고기가 발견됐다”며 “이들 중 상당량이 광우병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독일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이 회사는 허가 받지 않은 실험실에서 독일 연방 및 주정부에서 규정한 테스트 방식을 어겨가며 3만9000마리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소는 네덜란드계 다국적 기업인 바이온푸드의 자회사 ‘쥐트플라이쉬(Sudfleisch)’란 업체가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북한에 제공한 쇠고기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1년 12월 9일 독일을 출발해 이듬해 1월 25일 북한에 도착 예정이던 2차분 6000t의 쇠고기가 입항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쇠고기를 실은 선박은 일주일간 북한 해상에서 대기하면서 문제가 됐던 쥐트플라이쉬 회사의 마크가 새겨진 300t의 쇠고기를 따로 분리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3차분 7000t, 4차분 8000t이 북한으로 계속 전달되었다. 총 4차례에 걸쳐 2만7000t의 독일산 냉동 쇠고기가 북한으로 들어간 것이다. 통일부 인도협력국 한 관계자는 “독일 쇠고기를 받은 직후 북한은 독일 측에 감사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독일 대외기술협력단(GTZ)과 독일 언론은 북한을 직접 방문해 남포항에서 이루어진 하역과 분배작업을 감독했지만 독일산 냉동 쇠고기가 어떻게 소비됐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우리 정부도 북한으로 들어간 독일산 냉동 쇠고기가 어떻게 소비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만7000t의 쇠고기 중 1차분 6000t은 독일에서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지기 전에 별다른 검사 없이 남포항을 통과했다. 광우병 의심 쇠고기가 북한의 식탁에 이미 올랐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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