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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과거, 이 분야 전문가- 왕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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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8-07-11 00:00

전(前),서울 대원고등학교 교사/현(現),시조시인 이승돈씨.

입시위주 교육정책에 가장 염증 느끼는 사람은 교사 
“내 아이들에게 자유주고 싶어 밴쿠버 이민 결심했죠”
 
◆20년 재직하던 학교 사직하고 제주행

“마지막 이삿짐을 부치러 인천항엘 찾았다가 배가 마침 정기검사 중이어서 군산항까지 내친 김에 갔는데, 정작 제주 갈 비행기가 만석이다. 사정을 얘기하고 화물선은 얻어 탈 수 있었지만 이때부터는 승선명단에도 없는 유령승객이 되고 만다”
대원중학교를 거쳐 대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또 ‘고(苦)3’ 담임교사로 2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승돈씨. 교육은 없고 아이들을 잘 훈련시켜 대학에 입학시키는 조련사 같은 학교에 염증을 느끼고 2000년 스스로 교직을 떠났다. 그리고 제주도로 하향했던 그는 첫 시집 ‘마음의 바닥짐’에서 “6년 만에 한식과 청명이 겹친 2001년 식목일에 벚꽃이 무진장 좋은 제주항을 그렇게 내렸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문학은 이제 ‘감상’이 아닐까요. 시를 이야기 하고 문학을 토론하는 국어공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명문대 진학율이 높은 고등학교에서는 시험 점수 1점이 문학서적 100권을 읽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가치로운 일이라면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히 부족한 아이가 아니라면 소위 명문이라고 말하는 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이끄는 대로 따라온 아이들 대부분 기계처럼 대학입학이 목표인 학생들로 조율되어지죠.”

◆명문 고등학교 교사라는 중압감

그가 재직하던 대원고등학교는 우리나라 고교평준화 정책 이후 소위 명문으로 일컫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한 해 300명 이상 진학하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같은 재단의 남자고등학교. 77년 대원외국어고등학교가 개교하기 전까지 서울에서 높은 진학율과 특수층 자제들이 다니는 귀족학교(?)로 불렸던 곳이다. 실제로 대우중공업, 삼성그룹 자제들이 이 학교 출신으로, "너 공부 잘 하니?" 라고 물었을 때,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라면 전교 몇 등, 혹은 반에서 몇 등이라는 대답대신, 학교 이름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몇 등을 하든 다닌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프라이드이기 때문이다. 전교생 모두 중학교 시절 이미 전교 15% 이내 순위를 다투는 수재들이므로 서로를 경쟁상대로 점수비교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 대신 전국 몇 %라는 식이다. 따라서 교사들간 경쟁도 어떤 사회생활보다 치열했다. 
“교사들간 경쟁도 학생들 못지 않았습니다. 매년 1년 동안 성적을 종합해서 최고 득점자를 뽑아 ‘지인용(智仁勇)’ 모범교사 표창을 수여하는 등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매주 영어시험을 치르고 반별 성적을 발표했죠. 아마 한국의 고등학교에서는 성적 그 이상의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없을 겁니다. ”
그는 ‘지인용(智仁勇)’ 모범교사 표창을 3년 연속 수상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노력했다는 말이며, 이는 또 문학적인 감수성이 짙은 그가 견디기 힘들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 못지 않은 교사간 경쟁

“평균적인 공부만 할 수 있어도 공부 못하는 아이가 될 수가 없어요. 교사가 결국 A클래스로 만들 수 밖에 없죠. 매주 전교생 영어 시험에서 만약 96점이었던 반에서 지진아 1명, 사실 성적 외 지극히 정상이지만 성적이 60점 대, 혹은 그 이하로 부진한 학생 1명만 있다면 반 평균점수가 뚝 떨어집니다. 이를 방지 하기 위해서는 담임교사는 방과후 그 아이만 잡고 목숨을 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도 버틸 수 없죠.”
경상북도 청도가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차라리 혼이 나더라도 아버지를 따라 가 낚시 하는 걸 좋아하고, 시골 들판에서 자연을 즐기며 노는 걸 더욱 좋아했다. 이런 그에게 입시위주의 교육정책 아래서 고3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힘겨움이 따랐다.
“낚시 가는 아버지를 따라가면 집으로 가서 공부하라고 손을 휘휘 저으며 ‘가라고 가라고’ 하셨죠. 끝까지 버티면 저수지가 가까워져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가셔서 “너 그렇게 공부하기 싫으냐”고 물으셨어요.”
그에게는 전교 1등만 하다가 서울대 법대를 다니던 특별한 형이 있었다. 그는 늘 “형은 사법고시, 넌 행정고시”라는 비교대상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힘겨웠다. 
“사법고시 시험이 끝난 형이 책과 짐을 싸서 집으로 왔어요. 책 갈피 군데 군데 거무죽죽하게 마른 형의 코피 흔적을 보면서 점점 더 공부가 싫어져서 대학도 가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었어요. 더구나 그렇게 공부하고도 다시 도 공부를 해야 한다며 떠나갈 때 어린 마음에 공부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김기철 화백과 대원고등학교 면접

그는 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학생군사교육단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던 해 우리나라 최전방 철원, 평강, 금화 지역에서 군생활을 마쳤다. 대학 재학시절 ‘한대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와 시조에 심취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공모전에도 문을 두드리며 문인으로 꿈을 키우고 있던 그에게 교사의 길로 안내 한 것은 김기철씨.
“군 제대 직후 경북 영양군에 있던 영양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때까지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고 있던 터라 발령받고도 안 갔죠. 그런데 그 친구가 서울 수송전기고등학교를 인수해서 야심차게 시작하는 고등학교가 생긴다며 대원고등학교 교사 모집원서를 들고 온 거죠.”
면접에서 친구는 떨어지고 따라간 그가 합격을 하게 된 것. 80년3월 첫 학기부터 시작이었다. 그렇게 교사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의 첫 발령지는 대원중학교. 교사로서 사명감보다 시를 쓸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직업을 찾은 일에 더욱 반가웠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고등학교로 발령이 나면서 ‘지옥 같은 입시’와 맞서면서 습작은 중단되었다. 그런 중에 또 성적 압박에 시달리던 이웃 학교 학생이 수업 중 교실 4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하는 사건을 목격하면서 교사로서 극도의 회의감에 빠지는 일까지 겹쳤다. 

◆2001년 밴쿠버 이철, 시조 시인으로 작품활동

일기장에 빨간 사인펜으로 줄을 그은 다음 ‘문학적인 소질이 있습니다’ 등의 칭찬으로, 문학가로서의 꿈을 갖게 했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을 존경하는 그는, 그런 교사생활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던 날부터 정년에 해당하는 25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간을 채운 다음날 미련없이 사직서를 냈다.
대학 재학 중 ‘한대문학’ 동인 활동과 조선일보사 주최 신춘문예 공모에 출품하며 문학의 꿈을 키우기도 했던 그는, 80년 ‘시조문학’을 통해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등단, 현재 코퀴틀람에서 시조 시인으로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사진 설명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2005년 첫 시집 ‘마음의 바닥짐’을 출간하고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이승돈씨. 그는 이 시집을 통해 20년 동안 모아 둔 가슴 속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신앙과 시로 삶을 못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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