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탈북 女간첩 검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온 북한 여간첩이 처음으로 검거됐다.
여간첩은 군 장교 등과 성관계를 가지면서 빼낸 군사 기밀을 북한에 넘겼고, 북한으로부터 남한 정보요원에 대한 살해 지령과 황장엽씨 등 주요 탈북 인사에 대한 소재 파악 지령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과 경기지방경찰청·기무사령부·국가정보원 경기지부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27일 여간첩 원정화(34·사진)와 그에게 탈북자 명단 등 보안정보를 넘겨준 육군 황모(27) 대위, 원정화에게 공작을 지시하고 남측정보를 북측에 제공한 남파 간첩 김모(6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합수부에 따르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직파 간첩인 원정화는 1998년 중국 지린성(吉林省) 등지에서 무역업을 하며 100여명의 탈북자와 남한 사업가를 북한으로 납치하는 데 관여했다.
그는 2001년 10월 북한 보위부로부터 남한 침투 지령을 받고 조선족을 가장해 남한 남성과 결혼하는 방법으로 국내에 왔으며, 입국 직후 탈북자로 위장 자수한 뒤 남한에 정착했다.

그는 특히 군 장교들이나 탈북자 단체 간부들과 접촉하면서 북한 노동당 비서로 귀순한 황장엽씨,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등 중요 인물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시도했고, 남측 대북정보요원인 이모씨와 김모씨의 인적 사항과 활동 내역 등을 파악해 북측에 보고했다. 원정화는 정보요원들의 살해 지령과 함께 독침까지 받았다.

그는 또 군 정훈장교 등을 상대로 한 50여 차례의 안보 강연에서‘북핵은 북한의 자위수단’이라며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북한 찬양 CD를 상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황 대위를 만나 동거하면서 군 안보강사로 활동하는 탈북자 명단을 받았고, 황 대위는 원정화가 북한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오히려 이를 숨겨주고 북측에 보고했던 자료의 폐기까지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부는 원정화의 양아버지로 이번에 함께 구속한 김씨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김씨의 조카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아들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 기자 nukus@chosun.com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