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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지 모르는 삼국지 인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9-26 00:00

 

중국인들은 화비삼가(貨比三家)를 철칙으로 여긴다. 물건을 살 때는 반드시 세 집 이상을 들러 가격을 비교해 본다. 처음 간 곳에서 적당한 가격으로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하더라도 일단 발걸음을 돌린다. 세 집 이상 다녀 본 후 비교 절차를 마치고서야 비로소 돈을 지불한다.

 신중하기로 조조를 당할 자 없다. 조조는 원래 내세울 것 없는 인물이었다. 오의 손권 같이 물려 받은 기업도 없고 촉의 유비처럼 황실의 핏줄임을 자랑하지도 못했다. 집안이나 재산 어느 쪽도 천하를 도모하기엔 부족했다. 다만 조조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고 기회가 오면 취할 줄도 알았다.

 조조는 사람을 아꼈다. 조조가 원소를 꺾고 북방의 화근을 없앤 후 일이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 와 보니 당대의 문장가 진림이 옥에 갇혀 있었다. 죄목은 ‘국가 원수 모독죄’였다. 즉 환관 출신인 조조 자신의 가문을 비난한 죄였다.

 조조는 “왜 이렇게 악랄하게 썼느냐”며 진림을 나무랐다. 진림은 선비의 고집으로 버텼다. 진림은 “제가 하는 일은 화살과 같아서 시위를 당긴 이상 날아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며 굽히지 않았다. 당장 목숨을 취해도 좋을 중한 죄. 하지만 조조는 당대의 지식인 진림을 용서해 주었다. 그의 재주를 아껴서다. 이후 진림은 죽을 때까지 조조에게 마음을 바쳤다.

 조조의 신중한 수읽기는 제갈공명이라는 천재에게 번번이 간파 당한다. 원소라는 큰 적을 물리친 조조는 사실상 중원을 장악했다. 유비는 여기 저기 쫓겨 다니는 신세였고 강동의 손권은 중앙의 권력과 거리를 두어 온 호족에 불과했다. 조조는 손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오나라 조정은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손권의 직계 가신들은 싸움을 원했다. 그들에게는 양자강이라는 하늘이 내린 천연의 방패가 있었다. 하지만 안락한 생활에 젖은 오의 귀족들은 조조와의 화해를 원했다. 그만큼 주식 회사 오나라의 지배구조는 복잡했다. CEO인 손권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유비의 참모 제갈공명이 중앙무대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조조에게 쫓겨 거지 신세가 된 유비는 제갈공명을 손권에게 보내 대 역전드라마를 꾀한다. 제갈공명은 그 유명한 ‘천하삼분지계’를 앞세워 손권을 설득한다. 오로지 명분 하나로 적과 또 다른 적을 맞서게 만든다. 마침내 삼국지 최고의 명승부 ‘적벽대전’의 막이 오른다.

 적벽대전은 제갈공명의 전략과 손권의 군수물자 지원으로 치러졌다. 손권은 전쟁에서 이겼으나 전리품은 아무 것도 챙기지 못했다. 공(功)은 손권이 세웠으되 상(賞)은 유비의 몫이었다. 형주라는 전략 요충지가 손 하나 까닥 않고 머리만 빌려 준 유비에게 넘어 갔다. 예나 지금이나 소프트웨어가 남는 장사다.

 삼국지는 숱하게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 졌다. 오우삼 감독은 최신작 적벽대전으로 중국 영화 흥행신기록을 세웠다. 금성무가 제갈공명, 양조위는 손권의 참모 주유로 나온다. 한국에도 올 여름 개봉됐다.

서울 역사박물관에서는 내달 초까지 ‘우리의 삼국지 이야기’라는 전시회가 열린다. 한석봉의 글씨와 만해 한용운의 신문 연재물, 고우영의 만화에 이르기까지 삼국지에 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이문열 번역의 삼국지다. 작가는 이 책으로 100억원 가량의 고료를 번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소설가 이문열이 하필 중국 소설로 큰 돈을 번 것은 속상하다. 우리에겐 왜 주몽이나 광개토대왕 삼국통일을 소재로 한 베스트셀러가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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