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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의 박찬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0-17 00:00

 

일본 남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일왕이다. 50대 이상에게 물으면 그 다음 인물로 나가시마 시게오를 꼽는다. 그는 야구 선수출신이다. 대단한 선수였지만 대기록을 남기진 않았다. 왕정치나 장훈, 노무라, 가와카미 등에 비하면 그의 현역시절 기록은 오히려 초라하다. 감독으로도 단 한차례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을 뿐이다.

그러나 팬들의 사랑을 받기로는 단연 으뜸이다. 명실상부한 일본의 국민타자였다. 게이오대학의 이케이 교수 같은 이는 나가시마가 현역에서 은퇴하는 날 “이것으로 나의 전후(戰後)는 끝났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케이 교수는 또 “그가 경기장에 나오면 분위기가 바뀐다”며 찬사를 보냈다. 극작가 야마자키는 “삼진을 당해도 박수를 받는 유일한 선수다”라고 표현했다.
일본의 스포츠 전문지 ‘스포니치’의 니시무라 기자는 ‘스포츠기자가 울던 날’이라는 회고록에서 나가시마와 얽힌 재미난 일화를 소개했다. 60년대 일본 스포츠 기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나가시마의 결혼이었다.

2차대전후 일본의 최대 영웅인 나가시마의 여인은 누구일까. 신문 기자들은 연예인을 비롯한 숱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올려 놓고 특종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니시무라 기자는 나가시마의 연애설을 전해 듣고 소수문 끝에 아가씨의 집을 찾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터뷰에는 실패했다.
다음 날 그는 라이벌 신문을 보고 초죽음이 됐다. ‘나가시마, 아키코와 결혼’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니시무라는 그의 회고록에서 “골프공에 눈알을 맞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고 적고 있다. 그의 상심이 얼마나 컸을 지 짐작 간다.

나가시마는 엉뚱한 면도 있다. 사람은 좋으나 다소 어수룩한 구석이 없지 않다. 감독시절 나가시마는 경기 도중 대타 기용을 알리기 위해 주심에게 다가 가 “대타 번트”라고 일러 주었다. “대타 아무개”라고 선수의 이름을 말해 주러 갔다가 그만 마음 속에 담아 둔 작전을 실토해 버렸다.
요절복통할 이 해프닝은 그의 신비를 깎아 내리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일본 야구 팬들은 오히려 “나가시마 같은 사람도 실수를 한다”며 엉뚱한 구석 때문에 더욱 좋아졌다고 말한다. 한번 필이 꽂히면 그렇게 되나 보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부지깽이도 예뻐 보인다고 하지 않나.

나가시마는 일본 야구사에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한 선수다. 전후 일왕이 최초로 지켜본 야구 경기서 역전 결승 홈런을 때렸다. 그것도 9회말에. 상대는 요미우리의 최대 라이벌 한신. 야구가 연출할 수 있는 드라마의 모든 조건을 갖춘 상황이었다.
이 경기 외에도 그는 5차례나 최우수 선수(MVP)를 받았으니 선수로써 할 만큼 한 셈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그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한 기록 때문이 아니다. 그는 노력하는 선수였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야구장에서 홀로 남아 묵묵히 수비연습을 해온 나가시마는 패전의 상처를 딛고 개미처럼 일만 한 일본인들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나가시마를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보았고 그의 성공에 대리만족을 느꼈다. 나가시마는 곧 일본인 자신이었다.
나가시마 보다 더 뛰어난 기록을 남긴 선수는 많다. 하지만 나가시마 보다 더 사랑을 받은 선수는 없다. 극작가 야마자키는 그 이유를 “기록을 남긴 선수 보다 기억에 남는 선수가 더 위대하기 때문이다”고 풀이했다.

TV에서 오랫만에 박찬호의 경기를 보았다. 나는 20년 야구기자 생활 중 2년을 박찬호와 함께 보냈다. 35살의 박찬호는 20살 시절 못지 않게 빠른 공을 던졌다. 내년 시즌 선발투수로 또 한번 기회가 보장된 듯 하다. 그러나 과거 그의 경기를 보며 늘 느꼈던 아쉬움을 끝내 떨쳐 내진 못했다. 박찬호는 아직도 자신의 공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피해 다니려했다. LA 타임스도 경기후 “박찬호의 볼넷이 경기의 흐름을 갈랐다”고 지적했다.


마운드에서 도망다니는 투수는 감독이나 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박찬호는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다. 100승 이상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억에 남을 선수가 되기에는 여전히 모자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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