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러지 비염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피부 단자 시험(skin prick test)을 통해서 환자가 과민 반응을 보이는 물질을 알아낸 뒤 치료에 들어가게 되지만, 일반적으로는 경험적 치료, 즉 그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는 약제를 시도해 보고 차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지요.
알러지 비염 치료의 첫 단계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치료는 회피 요법(avoidance therapy)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치료 방법이 되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밴쿠버에 많은 꽃가루에 알러지 비염이 심하다고 하여 노바스코샤로 이사갈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제가 생각해도 그리 성공할 확률이 높은 방법은 안되지만, 만약 다른 이유로 이사를 가게 되거나 원인 물질을 피할 수만 있다면 굳이 의사의 치료 없이 자가 치료가 되니 의외로 손쉬운 치료법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집 안에(?) 있습니다. 즉, 알러지 유발 물질이 집 안에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애완 동물의 털, 집 먼지 진드기 등이라면 이 회피 요법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몇 년간 친구처럼 기르던 애완동물을 하루 아침에 멀리하기도 어렵거니와 집 먼지 진드기 없앤다고 온 집안을 대청소하고 소독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않겠습니까?
회피 요법과 함께 잠자리 들기 전에 샤워를 함으로서 머리카락 등에 묻은 원인 물질을 제거하여 침대를 깨끗하게 하는 방법과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리 식염수 등으로 코 점막을 세척하는 것도 권장되고 있습니다.
약물 치료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1) 스테로이드 제재
여러 연구 자료에 의하면 알러지 비염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코 점막에 직접 스테로이드(Fluticasone)를 분무하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 양쪽에 두 번씩 뿌려주는데 다른 치료법에 비해서 코 막힘, 콧물 흐름, 기침 등의 증세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캐나다에서는 “Flonase”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가정의학과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약품은 스테로이드 제재이기 때문에 특정 기간 사용한 후 그 사용량을 조금씩 줄여가야 하며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코 점막이 약해지고 건조해져 코피가 자주 날 수도 있습니다.
(2) 항히스타민 제재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으로서 비점막 분무제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그 효과도 오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게 1세대 항히스타민제와 2세대로 나뉘는데 작용 기전 및 약효는 비슷하지만 2세대 약제들은 1세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부작용인 진정 작용(sedation)이 덜하거나 거의 없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TV광고에서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도 운전할 수 있다는 문구를 내보내는 데요, 일부 환자에게서는 그래도 생길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약국에서는 Zyrtec, Claritin 등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3) 면역 주사 요법
일반적으로 알러지 비염의 치료라 하면 항히스타민제가 가장 훌륭한 치료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요, 가장 원천적인 치료법이라 함은 면역 주사 요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두 가지 약물 치료법은 보존요법(conservative treatment), 즉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세를 완화시키는 것으로서 임시 방편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면역 주사 요법은 자신이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아주 극소량 피하에 주사하여 결국에는 그 물질에 내성이 생기게끔 해주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치료 기간이 2-3년 정도 걸리고 자주 병원에 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정의학과 클리닉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질환이기도 하지만, 자칫 치료를 함에 있어 환자 스스로나 의사 본인도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게 실망할 수 있는 알러지 비염. 가급적이면 원인 물질을 피하시고, 몸의 면역 체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균형 잡힌 식사는 물론, 규칙적인 운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에는 축농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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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에...
2008.10.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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