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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싶으세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0-30 00:00

 

알렉산더 대왕은 31살의 나이에 요절했다. 그의 죽음에는 암살을 비롯한 여러가지 풍문이 나돈다. 하지만 오늘날 의사들은 그가 충분히 일찍 죽을 수 밖에 없었다는 데 동의한다.
당시 의학이나 평균 수명으로 미루어 보아도 그의 죽음은 남들보다 빠르다. 그런데도 알렉산더가 이승의 화려한 영화를 채 누리지 못하고 일찍 하직한 이유는 성격 때문이다.

알렉산더는 늘 앞장 서길 좋아했다. 전장에서도 남들을 독려하여 “돌격 앞으로”를 외쳐야 직성이 풀렸다. 패잔병들을 잔인하게 죽였고 철저히 금은보화를 약탈했다. 한마디로 다혈질에다 탐욕스런 인간이었다.
그가 남긴 화려한 발자취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들의 몫이다. 역사는 그에게 불세출의 영웅이라는 훈장을 달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남다른 욕망은 세계적 대제국을 이루게 했으나 명(命)을 재촉하느데도 한 몫을 했다.

중국의 진시황은 그보다 더 살았다. 16년을 더 이승에 남아 있었으니 꽤 오래 산 셈이다. 하지만 불로초를 찾아 헤맨 그가 쉰을 넘기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다.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대륙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제왕이다. 손에 넣지 못한 것이 없었으니 생에 대한 애착이 오죽했으랴.

천하의 모든 부귀와 영화는 오로지 그의 소유였다. 삶을 두려워한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았다. 북방과의 담을 높이면 자자손손 권력을 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제국은 고작 다음 세대를 넘기지 못했다.

진시황 역시 잔인하고 탐욕스러웠다. 천하통일이라는 명분아래 수많은 목숨이 희생됐다. 만리장성과 아방궁을 짓기 위해 허다한 민초의 피와 땀이 소모됐다. 남의 목숨은 가벼이 넘겼지만 제 목숨은 끔찍이도 중히 여겨 제국의 영화를 무덤 속으로까지 가져가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그 역시 주어진 시간의 한계를 넘어 서진 못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일찍 죽는다. 하버드 의대 하비 사이먼 교수는 그 이유를 ‘타조 증후군’에서 찾는다. 타조는 위기를 만날 때마다 사막의 모래에 얼굴을 파묻은 채 넘기려 한다. 커다란 몸뚱어리는 고스란히 노출시키면서 조막만한 얼굴만 가린다고 위험이 사라질리 없다.
남자들은 타조처럼 건강 문제를 가급적 숨기려한다. 몸 속에 병이 있는 데도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군다. 모래 속에 머리만 감춘 타조나 다름없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나 예방에 관심을 기울인다. 스스로 관리를 해 나가니 오래 사는 게 당연하다.

사이먼 교수는 오래살려면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신체 이상을 느끼면 즉시 의사를 찾으라고 권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의 말치고는 너무나 평범이다. 오히려 한국 전남 순천의 100세 노인들의 충고가 더 구체적이다. 이들은 “적게 먹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라”고 가르친다. 이들은 대부분 부부가 오래 해로하며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산다.

한국에서 가장 평균 수명이 긴 남성 직업 중 하나가 스님들이다. 이유는 역시 적게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남성들은 수명이 짧다. 왕성한 성생활은 장수에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욕심을 버리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 헬스그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앙과 영성도 장수의 비결 중 하나다. 100세 이상 장수자의 23%가 좋은 의료제도 보다 신앙심을 더 장수의 필수 요소로 손꼽았다. 결국 인간의 수명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는 셈이다.

천하를 욕심 내면 황제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살기는 포기해야 한다. 많이 누린 만큼 일찍 가는 것은 당연하다. 적게 가지고도 만족하는 소욕자족(小慾自足)의 생활 태도야 말로 장수의 으뜸 비결이다.
요즘 같이 뒤숭숭한 세상일수록 이 원리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소욕은 그렇다 치고 자족의 삶이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서 누구나 오래 살 순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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