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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장애지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0-31 00:00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못난 부분은 감추고 잘난 부분만을 부각시키고 싶어한다. 자신의 약점을 꽁꽁 숨기는 방법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는 다르다. 그녀는 ‘다르게’ 살고 있다. 오히려, 약점으로 잡힐 수 있는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주저 없이 전면에 내세운다. 그녀는 우리에게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이희아씨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라는 칭호가 저는 마음에 들어요. 왜냐하면, 손가락 네 개만으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제가 유일하니까요. 당연히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요?”

그냥 ‘피아니스트 이희아’로 불리고 싶지 않냐는 기자의 우문에, 그녀는 “자신만의 장점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현답을 내놓는다.

“사람들이 저를 어리게만 보는데, 그것도 괜찮아요. 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성경을 보면 어린아이처럼 살라고 나와 있잖아요.”

‘대단한 꼬마 이희아’로 기억되는 것이 조금은 야속하지 않냐는 기자의 두 번째 우문에 대한, 그녀의 두 번째 현답이었다.

 

피아노 연주 하루 다섯 시간, 대단한 연습벌레

어느새 스물셋 숙녀가 된 그녀는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 다섯 시간 이상 피아노 연습에 매달리고, 전세계를 돌며 일주일에 두세 차례 공연 무대에 오른다. 강철 같은 체력이 필요한 이런 행군이 그녀는 즐겁기만 하다.

“저를 보여줄 수 있잖아요. 노력하면 누구나 뭔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잖아요. 장애인들 중에서는 저처럼 나름의 위치에 오른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저 저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에요.”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도 많다는 사회적 통념을 이희아씨는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7살 무렵, 스스로 숟가락 들 정도의 힘을 키우기 위해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는 이희아씨. 그런 그녀가 건반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열정을 표현하기까지에는, 비장애인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계시는데, 전 장애 때문에 정확한 박자 감각도 없어요. 다시 말해 음악과 무관한 인생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지만 지금은 이렇게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잖아요.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시작도 하기 전에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은 있겠지만…”

이희아씨는 “실패를 두려워하면 결국엔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된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세상과 공유하는 것이 바로 그녀의 꿈이다.

 

<이희아씨는 11월 2일 오후 7시 ‘퍼시픽 아카데미 오디토리엄’(10238-168th Surrey) 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밴쿠버 밀알선교단’ 초청으로 이뤄졌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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