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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06 00:00

 

학교 가는 첫 날 민이가 한 말입니다. 캐나다로 이삿짐 먼저 보내고 그사이 시댁에서 며칠, 친정에서 며칠 지내고 비행기 탔습니다. 그러느라 민이 학교도 일찍 그만뒀고 두 주쯤 놀다 한국 떠나 밴쿠버 도착, 온 다음날 젤 먼저 교육청 등록부터 했는데도 열흘을 기다려서야 학교 배정을 받았습니다.

거의 한달을 놀다보니 학교 가는 날이 기다려졌었는지, 목요일에 연락받고 학교가는 월요일까지 날짜를 세더군요. 민이엄마는 공교육 12년동안 학교가는 날을 기다려본 적이 없습니다. 개학날 가까워지면 스트레스 받았고, 상급학교 진학할 때 조차도 입학식 날을 손꼽은 적이 없거든요. 학교도 안가면 가고 싶어지는구나… 민이를 보며 첨 알았습니다.

첫 날 신나서 깡총깡총 뛰어 갔던 아이가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자 아침이면 걸음이 천근이 되고, 학교 갔다오는 얼굴은 화난 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말수가 줄고, 학교갔다 조용해서 보면 자고 있고, 짜증이 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아이에 따라 영어를 못하더라도 친구도 쉽게 사귀고, 그래서 적응도 빠르고 첫날이후 계속 즐겁게 다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에게 ‘역시 데리고 오길 잘했구나’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게하니, 부모로서 정말 아이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많거나 어리거나 상관없이 많은 아이들은 민이 같아서 적응하느라 마음의 홍역을 앓습니다.

언어가 유창하기까지 하루 종일 자신의 의지와의 싸움입니다.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니 답답하고, 알고 있어도 설명하지 못하니 억울하고, 무의식 중에 자신의 무능함을 한탄하며 동시에 남들의 무배려를 탓하니, 말을 걸어 오면 동정받는 것 같고 아니면 무시하나 싶어 화나고. ‘남들이 나를 어떤 애라고 볼까’ 남에게 비친 내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나와의 사이에서 나는 누구인가 끝없이 의심하며 갈등합니다.

복잡한 마음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나름대로의 적응력을 키워나가려니 매일 에너지 소모가 말이 아닙니다. 그뿐입니까? 자기 자신도 버거운데 일이 있을 때마다 언어가 부자유스런 부모를 위해 통역까지 해야하니, 아이역할과 어른역할을 넘나들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아이들 수준의 우울증을 겪습니다. 말이 줄고, 에너지가 떨어지니 자고, 별 거 아닌일에 감정적이 되고.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들을 위해 이민, 또는 유학을 결정한 부모들에게는 아이의 빠른 적응과 영어습득처럼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는 없습니다. 하루빨리 한 마디라도 더 배워야 적응이 빨라질 거라고 믿기 때문에, 부모는 급한 마음에 당장 현지인 영어 과외에 TV는 영어 방송만,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한보따리씩 빌려다 책상에 올려주는 등 아이들 영어 습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아이가 헤이해지지 않도록 다그칩니다.

그렇지만 ESL 클래스라도 다녀 본 사람은 알 겁니다. 영어 배우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부모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아이들은 영어를 쉽게 배운다’는 겁니다. 아이들도 스트레스 받습니다. 부모들이 두어시간 ESL 수업만 가서 스트레스 받는 거 이상으로, 하루 여섯 시간 학교에 있다 오는 아이들은 두 배 세 배 더 받습니다.

단지 아이들은 그저 해야하니까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순응하려 하고, 힘들다는 말을 어른들 수준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니 덜 힘들어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첫 달 한 달 만이라도 잠시 과외는 미루고 학교갔다 온 아이들을 쉬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학교갔다오느라 수고했다고, 애쓴다고, 이렇게 노력하는 네가 얼마나 든든한 지, 해 낼 줄 알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주면서.

혹 학교에서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으면 ‘혹시 네가 잘못한 거 아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전에, “그랬구나, 엄마가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꼭 해야할 상황이 닥치면 엄마는 뭐든지 한다는 태도로)” 하면 영어도 못하는 엄마가 뭘 어떻게 도와줄지 기대하지 않기에 한번 크게 웃고 나면 아이는 든든한 마음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양분을 얻습니다.

자녀의 능력의 근원도 자존감의 근원도 부모입니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 했던 못 했던 상관없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처음엔 자기만 바보가 된 것 같이 느낀답니다. 너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느낀다더라고 꾸준히 안심시켜 주면서 여유를 주십시오. 과외 공부 한 두 달 늦게 시작해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는 만회할 수 있습니다. 적응엔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들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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