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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기러기 엄마 한숨 는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14 00:00

한국 건설업계, 금융권 구조조정 시작

기러기 엄마 A씨는 얼마 전 2년 동안 타고 다니던 밴을 팔았다. 그 차 대신 A씨는 연식 15년이 넘는 낡은 차를 500 달러에 구입했다. 아이들은 차가 좁다며,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투덜거리지만 A씨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건설업체 중견 간부인 남편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씨는 “여차하면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제 캐나다 생활에 제대로 적응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견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러기 엄마 B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녀는 최근 휴대폰을 정지시켰다. 주변 다른 기러기 엄마들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서다. B씨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다 보면, 그만큼 쇼핑이나 골프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면서 “갑작스레 오른 환율을 생각하면, 유학생활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른바 기러기 가족들의 고달픈 겨울나기가 시작된 듯 보인다. 외환시장을 진정시킬 거라고 예상됐던 ‘한미 통화 스와프’의 약발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다. 한때 1250원까지 내려갔던 미화는 다시 1400원선에 올랐다. 약세라는 루니화의 가치 역시, 원화 대비 올 3월보다 무려 200원 넘게 오른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국에선 현재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할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다음 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 매각 대금은 금융권 구조조정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리 해석하면, ‘살생부’는 이미 작성된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송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일부 기러기 가족의 체감경기 개선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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