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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車) 12년 '판매대왕(大王)' 고무신 거꾸로 신은 사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18 00:00

▲현대차 개인통산최다판매 기록을 보유한 국승현 사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현대차판매를 그만두게 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수입차 판매 나선 '1등 영업맨' 국승현씨
수입車 파는 아들 돕다 감사팀에 적발 단 한번의 실수로 '불명예 퇴진'
"한국車 시장은 모든게 공급자에게만 유리
대리점 키우고 싶어도 노조가 반대… 불합리한 판매구조 30년 동안 변화 없어"

현대자동차에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갖고 있는 '판매의 달인(達人)'인 국승현 판매왕이 지난달 현대차로부터 판매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 최근 현대차 외에 일부 고급 수입차를 별도 매장에서 팔았다가 현대차 감사팀에 적발된 것이다.

18일 서울 서초동 현대차 서울판매점에서 만난 국승현(54) 사장은 "30년간 현대차를 파는 데 온몸을 다 바쳤는데 한 번의 실수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니 씁쓸하다"면서 "지난 30년 동안 조금도 바뀌지 않은 공급자 중심 자동차 판매구조를 바꾸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국 사장은 현대차를 접는 대신, 이번 기회에 아예 수입 중고차 판매업으로 새 인생을 시작할 생각이다. 현대차 최다판매 기록 보유자가 이제 현대차의 경쟁자를 위해 일하게 된 셈이다. 국 사장은 "그동안 쌓은 판매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입차 최다판매 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국 사장은 1979년 현대차에 입사, 1985년부터 12년 연속 현대차 판매왕을 차지했다. 96년에는 국내 최초로 5000대 판매를 달성해 현대차에서 판매명인(名人) 칭호를 받았다. 현대차에서는 5000대 이상 차를 팔면 '명인'으로 불린다. 국 사장 이후 명인 칭호를 받은 이는 아무도 없다.

그는 1998년부터 서초동에서 현대차 대리점을 운영해 왔다. 서초동 대리점은 판매점과 정비소를 함께 운영하는 형태로 현대차에서도 모범적인 대리점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는 수입차 판매 문제와 관련, "아들이 서울 양재동에 수입차 매장을 세워 활동하고 있는데, 아버지로서 아들이 어려운데 모른 척할 수 없어서 도움을 주었다"며 "수입차 판매에 관여한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지만, 판매 차종은 벤츠 S클래스처럼 현대차와 중복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 사장은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를 대신 판매해 주고 수수료만 받는 지금 같은 자동차 판매 구조는 세계적으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후진적"이라면서 "동료 대리점 사장들 가운데 건물 임차료도 못 낼 만큼 상황이 어려운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의 경우 각 지역의 대규모 판매전문회사가 자동차회사로부터 차를 대량으로 구매해 각자 재량에 따라 파는 구조이다.

현대차 판매인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판매 노조 소속 6000여명은 1년에 차를 한 대도 못 팔아도 5년 근속사원의 경우, 약 4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회사는 절대로 노조원을 해고할 수 없다. 나머지인 대리점은 독립사업자가 본사로부터 차를 넘겨받아 파는 구조이다. 그러나 규모가 영세하고 완성차 쪽의 각종 우월적 권한 규정이 많아 수수료만 받아 생활하는 식이다.

국 사장은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은 모든 게 공급자에게만 유리하다"며 "할부 조건이 아무리 나빠도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을 통해야만 할부가 가능하고, 대리점 사장들이 매장 규모를 키우고 고급화하고 싶어도 본사 지원은 고사하고 노조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 사장은 "지금처럼 차를 대신 팔아 주고 수수료만 챙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자동차회사의 차량을 자유롭게 파는 '자동차 양판점' 문화가 활성화돼야, 소비자도 살고 공급자도 산다"고 했다.


최원석 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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