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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비극보다 더 비극적인 역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19 00:00

연극 '나비' 밴쿠버 공연을 앞둔 극단 '나비'

연극 ‘나비’는 일제시대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비극이다. 일제시대부터 현대까지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루는 연극 ‘나비’가 한인들을 찾아왔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코퀴틀람시내 에버그린 문화센터내 극장에서 총 5회 공연을 한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나비’ 방은미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 역사에 실제로 있었던 세익스피어의 비극보다 더 비극적인 사건”을 무대에서 다루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이 연극의 힘줄이 된다. 방대표는 지난 토론토 공연에서 있었던 관객의 기립박수나 가벼운 희극이 주류인 연극계에 비극인 나비가 시류를 타지 않고 꾸준히 무대 위에 서는 것도 역사적 사실의 힘에 돌렸다. 


나비 출연진...뒷줄 우로 부터 방은미 대표, 우명순(순자할머니역), 조은정(유미할머니역), 이송민(복희할머니역), 이지우(어머니역), 앞줄 우로 부터 김현정(지나/하나코역), 최유미(후미코역), 이한일(일본군장교역).

방대표는 “할머니들은 우연히 그 시대에 태어나 우리보다 불행했던 것”이라며 연극 나비는 이제 고령으로 하나 둘 세상을 떠나가는 할머니들의 삶을 대리 증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극 나비는 교과서나 책을 통해 보아온 몇 줄의 객관적 사실을 관객에게 주관적 체험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 체험을 관객들은 서로 다르게 소화한다. 방대표에 따르면 무대에 투사된 할머니의 일을 한인은 가족의 일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함께 달아오르고 껴안는 가족적인 뜨거움’이 있다. 한국인 관객 중에는 “사회적 인식은 있지만 내용은 사실 잘 몰랐던” 위안부에 대해 목격하게 되는 이도 많다. 캐나다인은 “한 집단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이조차 인정하지 않는 인권문제”로 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연극을 본 한 일본외교관은 공개적으로 인사하며 입장해 연극이 끝난 후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퇴장하기도 했다.

나비는 극단 나비에 의해 적어도 300회 이상 400회 가량 공연된 연극이다. 초연 이후 가설무대나 사회, 종교단체 공연을 통해 연극 나비는 진보해왔다. 어떤 때는 20분으로 ‘압축’된 극으로 어떤 때는 설교 시간을 대신하는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통해 연극 나비는 재미 한인작가 김정미씨의 원작에서 좀 더 발전해 왔다. 방대표는 “원작은 시적 문학성이 강한 반면 나비는 리얼리티가 보강됐다”며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 아름다운 부분을 삭제한 것은 좀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극단 나비의 단원들 일부는 적어도 3년째 할머니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윤미 할머니역 조은정씨는 “다양한 배역을 하고 싶은 배우로서는 계속 할머니 역은 괴롭지만 나비에 대해 사명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 밝혔다. 방대표는 2005년 요코이야기 교과서채택에 등교거부를 했던 뉴욕 사립학교 학생 허보은양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그때 단 몇 명의 경험을 가지고 미국 교과서로 채택된 작품을 만든 일본과 여자가 20만명이나 끌려갔지만 알려지지 않은 우리를 생각했다”며 “나비를 무대에 올렸지만 어떤 사명감은 형성되지 않았던 때였는데 그 일을 계기로 일본이 공식사과 할 때까지 나비의 날갯짓을 하자고 단원들과 다짐했다”고 말했다.

연극 나비에 대해 성효수 하누리 단장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너무 무겁지 않겠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비극과 희극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고 있는 작품으로 비극 사이에 웃음을 주는 부분도 있어 연극이 무겁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공연 안내]
코퀴틀람 소재 에버그린 문화센터(Evergreen Cultural Centre)에서 막을 올릴 ‘나비’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초청됐다. 밴쿠버 한인극단 ‘하누리’의 특별 초청공연으로 본사는 물론 인권단체 ‘BC알파(ALPHA)’가 적극 후원하고 있다. 20일은 오후 7시 30분, 21일과 22일은 오후 4시 30분과 7시 30분 각 2차례 공연한다.

일시 : 2008년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장소 : Evergreen Cultural Centre(1205 Pinetree Way, Coquit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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