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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U-“당신의 영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20 00:00

외국어로서의 영어 VS 모국어로서의 영어

이곳 밴쿠버에 살고 있는 ‘이민자’나 ‘외국인’에게 ‘영어’는 피해갈 수 없는 화두이다. 정착 초기엔 누구나 어려움을 겪었을 언어적 문제에 대해 SFU 학생들은 어떤 경험을 갖고 있으며 또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도 ‘언어’ 로서의 영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외국어로서의 영어와 모국어로서의 영어, 어떻게 다를까?


<외국어로서의 영어>

 

▲허준영 (국제학/경영학 복수전공 1학년)

: 영어로 말하고 들을 때,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나?

: 특별한 대화나 발표를 준비해야 할 때는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드문 경우이다. 대개는 그냥 영어로 듣고, 영어로 생각하고, 말한다.

: 6년전 8학년때 밴쿠버에 왔을 때부터 영어를 잘 했나?

: 물론 아니다. 그땐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지금은 상대방이 내 말을 알아듣는지에 별로 신경을 안쓴다. 답답한 건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니까. 하지만 처음에는 상대방이 못 알아 들을 까봐 신경 쓰느라 영어로 말하는 게 더 어렵고 답답했다.

문: 어떤 방법으로 영어를 배웠나?

답: 많은 한국 학생들이 그렇듯 나도 무작정 단어를 외웠다. 공책에다 쓰면서 외우기도 하고… 단어를 그냥 외우는 것 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외우는 게 더 효율적인데, 나의 경우 같은 책을 3번씩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모르는 단어만 표시하면서 쭉 읽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뜻을 사전에서 찾고 외우면서 읽고, 세 번째 읽을 때는 막힘 없이 쭉쭉 읽을 수 있게 읽었다. 또, 학교에서 농구팀과 럭비팀에서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그냥 저절로 영어를 익히기도 했다.

문: 보통 무슨 책을 읽었나?

답: 학교에서 권장하는 학년 별 ‘선정도서’가 가장 좋다. 학교 영어선생님이나 개인 과외 선생님에게 물어봐서 학 학년별로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받아서 읽어두면 어차피 학기 중에 배울 내용이니까 미리 예습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꼭 선정도서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흥미 위주의 책을 읽는 것도 좋다. 나는 10학년 때까지는 초등학생들이 읽는 책을 읽었다. 그런 책들은 쉬워서 읽는 속도가 붙어 쭉쭉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김바울 (경영학 1년)

문: 언제 밴쿠버에 왔나?

답: 1년 반 전에 왔다. 11학년으로 들어왔는데, 미국에서 10학년을 다니면서 11학년 과목을 들었던 것이 여기 학교에서 인정되어서 12학년으로 월반이 되어 갑작스럽게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올 가을 SFU에 입학하였다.

문: 그럼 언제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나?

답: 영어를 배운 건 한국에서부터다. 중학교를 외국어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친구들은 모두 한국인이더라도 선생님들은 영어가 모국어니까 다른 일반 중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보다는 아마 영어가 덜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영어를 배웠다고 생각하는 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뽑혀서 미국 시골에 있는 고등학교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가 있을 때였다.

문: 한국에 고등학생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나?

답: 있다. 문화체험을 하기 위해서 한국 학생 몇 명을 뽑아 미국에 보내고, 미국학생도 한국으로 온다. 내가 갔던 곳은 듀랭고 (Durango)라는 작은 마을이었었는데 콜로라도와 뉴멕시코 국경선 사이에 있는 시골동네였다.
그 곳에서는 동양인이 나 밖에 없었다. 내가 처음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지역신문에 동양인이 타운에 들어왔다는 내 소개가 실릴 정도였으니까.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초등학생 여자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동양인인 내가 너무 신기해서 내가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 싸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학교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오직 그 이유로 10학년 대표로 뽑힐 뻔 하기도 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경찰을 포함해서, 내가 어딜 가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10대 후반이 저지를 수 있는 말썽을 부리기가 쉽지 않았다.

문: 그때 영어를 잘 하려고 스스로 어떤 노력을 했나?

답: 생존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해야 한 건 맞는데, 타고난 기질이 노력파도 아니고, 스스로 잘하려고 어떤 노력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냥 거기 가서는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농구, 미식축구, 야구 등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거의 매일 맘껏 즐겼다.
내가 홈스테이 했던 가정은 백인 가정이었지만, 학교 친구들은 오히려 흑인 친구들이 더 많아서 저절로 배워지는 영어가 흑인 영어였다. 말투가 흑인영어인지라 밴쿠버에 오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영어를 어디에서 배웠냐고 묻는다.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한국말을 사용하는 기회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할 때 뿐이었는데, 처음 한달 정도 지나고 나서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 한국어를 하기 위해서 한국어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영어가 그냥 내 언어가 되어 있었다.

문: 밴쿠버에 와서 달라진 게 있다면?

답: 미국에 있을 때 책을 읽거나 글 쓰는 연습을 한 게 아니라서 밴쿠버에서 12학년 과목을 들을 때, 글쓰기가 어려웠다. 글쓰기 (writing) 점수는 70~8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글을 쓰지 않고, 문법적으로 잘 다듬어서 글을 쓰는 것이 지금도 좀 어렵다.

 

 
▲마셀 카디널 (Marcel Cardinal, 행정학 4년)

문: SFU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답: 그렇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

문: 한국에서도 SFU로 교환학생으로 오는데, 대부분의 경우 영어로 어려움을 겪는다. 본인의 경우는 어떤가?

답: 교수님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강의노트를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하시는 교수님도 있지만, 슬라이드 없이 오버헤드로만 강의를 진행하시는 분도 계시다. 그럴 경우, 노트필기와 강의 듣기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한다.
슬라이드를 보면서 듣기만 할 때는 머릿속에서 독일어로 번역하지 않고도 그냥 영어로 생각 할 수 있는데, 노트필기와 강의 듣기를 함께 해야 할 경우 영어가 머릿속에서 실시간으로 번역되지 않아 강의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다.
독일어는 영어와 많이 비슷하지만, 그래도 아는 단어를 영어로 새롭게 익혀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문: 독일에서부터 영어를 배웠나?

답: 독일에서는 5학년부터 시작하여 9년 동안 영어를 가르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고 분석하는 걸 배우는 그때 영어를 배웠다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그때는 그냥 문학을 하는 것이고, 내가 진짜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4주 동안 미국 배낭여행을 하면서이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밥도 사먹고, 물건도 사고,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 하며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 법을 배웠다.
배낭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와서는, 여행 중에 만난 미국 친구들과 계속 이메일을 주고 받고, 가끔씩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 했다.
텔레비전 채널을 영어 방송에 고정시켜놓고, 영어 드라마나 영화도 시간이 날 때마다 봤다.
비가 억수 같이 내릴 때 ‘raining cats and dogs’ 라는 말을 쓰는데 이런 표현은 직접 친구들에게 묻거나, 드리마 속의 상황에서 맥락적으로 이해해야지 독일식으로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문: 영어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답: 읽고 쓰는 것은 독일에서부터 혼자서 계속 해 오던 것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 발음과 억양은 신경 쓴다.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전화로 인터뷰가 있다.
런던에 있는 한 금융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전화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전화로 하는 인터뷰는 처음인데다 영국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대화할 생각하면 부담이 된다.
나는 독일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영어가 독일식 발음인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더 정확하게 내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서 최대한 영어발음과 가깝게 발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친구 중 퀘벡에서 온 친구와 호주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두 친구 모두 프랑스 억양과 호주 특유 영어억양이 강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영어발음에 가깝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 훨씬 편할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데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국어로서의 영어>


▲아디바 시디키 (Adiba Siddiqui, 언론정보학 4년)

문: 영어 말고 할 수 있는 언어가 있나?

답: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이지만 부모님의 모국어인 페르시아 어도 약간 할 줄 안다. 하지만 6살 정도의 수준이어서 페르시아 어로 말할 때마다 부끄럽고 스스로 창피하다고 느낀다.

문: 영어가 모국어니까 영어에 대한 어려움은 없을 것 같은데?

답: 물론 없다. 하지만, 학교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던가, 레포트나 텀페이퍼를 쓸 때면 영어가 모국어여도 어렵다. 생각은 언어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표현하기 위해서 언어의 형태로 재구성해야 하니까. 나의 경우, 피곤할 때는 말하는 것도 내가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이상한 말을 할 때가 있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좀 크면서 드는 생각은, 말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 뭐하나. 그 속에 내용이 없으면 그냥 소음일 뿐이다.
좋은 예로 지금 내가 듣고 있는 한 과목 중 한 반 학생이 13명이고 매 수업시간이 책과 논문을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가 있다.
그 중 한 명이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말할 때마다 나머지 학생들이 집중해서 듣는다.
그 학생이 토론 중에 말하는 내용에는 핵심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의 영어실력은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에 비교하면 결코 좋은 편이 아니지만,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어가 외국어인 그 학생의 말의 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 모두 집중한다. 말속의 내용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잭슨 테일러 (Jackson Taylor, 회계학 4년)

문: 모국어인 영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답: 세계 공통적으로 언어에 대한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나. 나는 모국어가 영어이지만, 영어로 내 생각과 느낌, 또는 상황상황에 대처하는 적합한 말을 찾는 것이 매번 흡족한 건 아니다.
얼마전에 로스쿨에 가기 위해 치른 LSAT 시험을 보면 그렇다. 시험의 내용이 로직 (logic) 에 관한 부분과 읽고 이해하기 (reading comprehensive) 로 아이큐 테스트와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문: 특별히 대학에서 쓰는 영어와 보통 영어와 어떤 다른 점이 있는가?

답: 형식을 잘 갖춘 글 쓰기를 요구한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일 것 같다.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고 써보는 것 외에 무슨 방도가 있겠는가? 그리고 재검토하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장과 문단을 더 많이 읽어볼수록 나의 원래의 아이디어와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때 생기는 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학에서 글쓰기 등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나?

답: 대학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 스스로 직접 시도해 보게끔 만드는 것이 대학아닌가. 그것이 장점이고.
초등,고등학교의 시스템은 상위 몇 퍼센트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위 몇 퍼센트가 이해하고 진도를 잘 따라오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읽는 것들도 거의 기본적인 것들이고 도전이 되는 것은 전혀 없었다.

 

 
▲토마스 스턴튼 (Thomas Staunton, 경영학/영문학 복수전공)

문: 경영학과 영문학을 복수전공하는 이유는?

답: 원래는 경영학 전공이었었는데 평점을 올리려고 영어를 많이 듣다 보니까 이렇게 복수전공까지 하게 되었다.

문: 영어가 쉬운가?

답: 개인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읽는 것을 즐긴다. 또 읽은 것을 토론하는 것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문: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면 안 된다. 처음엔 철자나 문법 등을 무시하고 자신이 피력하고자 하는 주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정당하게 뒷받침해주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잘 구축된다면 반 이상이 된 거다.
영어가 외국어인 사람이든 모국어인 사람이든 글을 다 쓰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읽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글이라는 건 매우 개인적이기 때문에 스스로 읽었을 때는 다 맞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읽어야 객관적으로 그 글이 타당한지 모순되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지금 SFU 경비국 (security)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한다고 들었는데, 외국인 학생도 함께 일하나? 있다면 함께 일하면서 영어가 문제가 되는 적이 있나?

답: 학생 순찰대 중에서는 외국인 학생도 많이 있는데, 특별히 영어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SFU에 다니는 학생들은 일단 외국인이 더라도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 될 만큼의 영어 실력이 되니까.
성적차별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내 경험으로 보아서는 학생 순찰대 중 외국인 여학생들이 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보기엔 영어를 잘 하는데, 외부인이 교내 건물 위치를 묻거나 할 때, 대답을 잘 못하고, 자신의 영어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필요 이상의 부담을 갖는 것 같다.


/류주미 학생기자 경제학과 4학년 jra13@sfu.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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