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대통령 보자 마자 눈물 쏟았던 시래기 할머니의 사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2-04 00:00

"갑자기 만나니 힘들고 반가운 마음에…"
가락시장 찾은 대통령 붙들고 눈물쏟은 박부자 할머니
李대통령 "어려우면 연락줘요" 20년 쓰던 목도리 매 줘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서울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73) 할머니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을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박 할머니가 자신의 팔에 매달리며 울음을 그치지 않자 이 대통령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 대통령이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할머니는"2만원 정도. 많이 팔면 3만원"이라 했다.

이 대통령이 "내가 선물 하나 줄게요. 20년 쓰던 목도리인데 아까워도 줘야겠다"라며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모직 목도리를 할머니 목에 매 준 뒤, "하다 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 연락을 줘요. 대통령한테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라며 할머니를 껴안았다. 이 대통령이 "시래기 한 묶음에 얼마냐"고 묻자 할머니는 "5000원"이라 했다. 이 대통령이 "4개만 달라"며 2만원을 건네자 할머니는 "받지 않겠다"고 버티다 결국 졌다.

이 대통령도 이후 상인들과 식사를 하며 "박부자 할머니가 '대통령이 잘 되길 바라는 기도를 하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난다.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하니…"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할머니는 이날 장남의 월셋집인 송파구 거여동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갑자기 깜깜한 데서 대통령을 만나니 힘들었던 일도 생각나고, 반갑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나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목도리는 접혀서 어린 손자들의 옷가지 위에 얹혀 있었다.

"얼마 전부터 시장을 깨끗이 한다고 시래기를 못 줍게 돼서… (자율단속반에) 시래기 다듬는 칼이랑 손수레를 몇 번이나 뺏겼거든. 또 요즘 김장철인데도 사람들이 도통 뭘 사지를 않아."

할머니는 약 2년째 일요일을 빼고 매일 자정께 가락시장에 나가 낮 12시까지 무청 등을 떼어다 파는 일을 하고 있다. 무청 한 단을 팔면 500원쯤 남는다. 평소 삼전동의 큰딸 집에서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1시간씩 걸어서 왕복한다. 큰딸이 1년째 암 투병 중이어서 형편이 매우 어렵고, 다른 네 명의 자녀도 벌이가 없거나 허드렛일을 해서 생계를 꾸린다고 한다. 할머니는 "아직 건강하니까 내 용돈이나 버는 것"이라지만 월 50만원쯤의 수입을 쪼개서 자녀들 살림에 보태고 있다.

박 할머니는 15년 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후 전남 완도에서 자녀들을 따라 상경, 농산물을 떼어다 파는 노점 등을 해왔다. 이들은 서울에서 자리잡기가 힘들었고,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일거리가 확 줄어 남들보다 몇 배 더 휘청거린다고 아들 김도행(39)씨는 말했다.

박 할머니는 "내가 못 배워서 말은 할 줄 모르고, 대통령에게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대통령은 얼마나 더 힘들겠냐'고 했다"며 "경제가 좋아져서 어려운 사람들이 살기 편해지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5시반, 겨울비가 내리는 시장에 들른 이 대통령은 배추 가게에서 배춧속을 뜯어 먹어 보고는 "집에 가서 먹게, 이거 좀 누가 차에 실어줘"라고 했다. 500포기를 구입한 이 대통령은 "배추값이 떨어졌다. 값이 올랐을 때는 소비자들이 힘들고, 이번엔 농민들이 힘들고…"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야외 난로 옆에서 농민들과 커피를 함께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경남 산청에서 딸기농사를 짓는다는 농민이 "가락시장에 냉동보관 시설이 없어 바닥에 놓고 팔 때 망가진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싱싱한 것을 가지고 와서 여기서 버리면 안 된다"면서 "(가락시장을) 재건축하게 되면 그렇게 하라"고 수행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그들=정치인, 우리=서민, 캐나다 노조 볼멘소리  캐나다 노조 진영에서 연방하원 휴회상태를 놓고 강력한 항의가 터져 나왔다.캐나다 연방하원은 야 3당의 연립정부(Coalition Government) 설립을 막기 위해 휴회 중인 가운데 캐나다 국내 자동차업체와 노조는...
사진설명: 캐나다에서 출퇴근 거리가 가장 긴 운전자 레슬리 니콜슨씨=굿이어/CNW제공캐나다에서 가장 긴 출근거리 공모전 결과 타이어판매업체 굿이어 캐나다(Goodyear Canada)는 캐나다 국내에서 가장 출퇴근 거리가 먼 사람에 대한 공모전을 벌인 결과...
"2011년까지 대량 실직사태 우려"
캐나다 제지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작년 대비 6.6% 감소했으며, 금전 손실도 4억
치안 당국 총기관리 문제 있다
써리에서 또 다시 총격사고가 발생했다. 9일 오후 5시 30분경에 일어난 이 사고로 남성 한 명이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메트로 밴쿠버 크리스마스 행사장 안내
밴쿠버 각지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한창이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크리스마스의 추억과 훈훈한
구세군에 메트로 밴쿠버 온정 모인다
매트로 밴쿠버에서 구세군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으나 구세군을 통한 빈민 돕기 온정도 규모가 커지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30년대 미국에서 대공황이 일어납니다. 주식 폭락을 시작으로 경제 전체가 그야말로 몰락을 하게 됩니다. 요즘 흔히 미국의 경제 상황을 대공황에 빗대곤 하는데 바로 이 무렵의 일을 말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뭐 모두 다 어려워지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재무부 “내년도 GDP 평균 0.6% 성장전망”
BC주정부는 BC주 경기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힘든 국면을 맞이할 전망인 가운데...
“연방경찰, 연말까지 단속 강화할 예정”
BC주에서만 매년 5000건이 넘는 음주운전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방경찰(RCMP)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매년 3200명이 부상을 입고, 1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중 62%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발생했다....
“주정부, 산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 박차”
산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가 BC주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리차드 뉴펠드(Neufeld) 광산부 BC 장관은 “바이오에너지는 연중 내내 사용 가능한 청정에너지”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활용하면, 2016년까지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카드 복제기 수십여 대 압수”
신용카드 위조단이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5일 이른 오후, 랭리 관할 연방경찰(RCMP)은 범죄조직의 아지트로 알려진 한 가정집에 대한 수색영장을 집행했으며, 이 결과 컴퓨터 수대와 신용카드 복제기 등을 압수했다. 연방경찰은 “만일의 총격 사태에 대비해 사전에...
구세군 창고 도난 2008.12.05 (금)
“불우이웃 도와주세요”
경제난으로 기부도 줄어든 가운데 도둑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물품을 보관해둔 구세군 창고를 털어간 사건이 밴쿠버에서 3일 발생했다. 밴쿠버 시내 구세군에 기부된 물품 2만5000달러 어치가 도난을 당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밴쿠버 시경은 3일...
평범한 BC주 가정 2008.12.05 (금)
로버트와 제니퍼 부부의 2008년
밴쿠버에 아내와 두 자녀와 살고 있는 로버트(Robert)씨는 올해 46세를 맞이했다.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David) ▲존(John) ▲마이클(Michael) ▲제임스(James)와 함께 BC주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다. 그의 47세 아내 이름은 제니퍼(Jannifer)다. 그녀의 이름도 ▲매리(Mary)...
금융 불확실성의 시대 세계금융 시장의 위기를 해소 하기 위한 주요국가(G25)들의 정책공조 노력이 모색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8일의 동시 금리인하 조치에 이은 비금리 정책 부문에서 G25 국가들이 공동보조를 발표하였다. 경색되고 있는 은행 대출부문과 침체된...
  본 칼럼의 독자 여러분은 어제 하루, 어떤 종류의 약을 얼마나 드셨습니까? 종합 비타민은 기본적으로 드실 것이고, 오메가-3, 글루코사민 드시는 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비타민과 오메가-3 정도는 과도하게 많이 섭취하지 않는...
   두산 김경문 감독이 통 크게, 제대로 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온 국민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안겼던 김경문 감독이 귀국 직후인 지난 9월 사비를 털어 두산 직원과 코칭스태프(올림픽 참가 타구단 코치 포함)에게 감사의 선물을 한 사실이 뒤늦게...
"갑자기 만나니 힘들고 반가운 마음에…" 가락시장 찾은 대통령 붙들고 눈물쏟은 박부자 할머니李대통령 "어려우면 연락줘요" 20년 쓰던 목도리 매 줘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서울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73) 할머니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을...
노건평씨 수감… 법원 "배임수재 의심할 상당한 이유 있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씨가 지난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로 4일...
예비 초등생 부모가 준비할 것들 불필요한 사교육은 과감히 잘라낼 것 입학 전, 마음껏 오려붙이고 그리도록 자녀를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학교생활에 적응해 친구들과 잘 어울릴지, 수업은 잘 따라갈지 등 하나부터...
무의식적 심리 해석해 갈등 해소 도와 치료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해야 만 6세인 영미(가명)는 요즘 엄마와 선 긋기·비눗방울 놀이를 자주 한다. "놀이를 통해 영미의 불안감을 없애고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는 게 영미 엄마의 말이다. 최근 자녀의 감정조절,...
 1341  1342  1343  1344  1345  1346  1347  1348  1349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