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사진이 무언가 당신에게 말할 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2-08 00:00

1930년대 미국에서 대공황이 일어납니다. 주식 폭락을 시작으로 경제 전체가 그야말로 몰락을 하게 됩니다. 요즘 흔히 미국의 경제 상황을 대공황에 빗대곤 하는데 바로 이 무렵의 일을 말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뭐 모두 다 어려워지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것은 물론 어려운 사람들이지요. 경제가 좋아도 어렵고, 나빠지면 더 어려운 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인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요. 하여튼 당시 미국에서는 가난한 농부들을 구제하기 위해 이른바 농업안정국(FSA)이 만들어지고 이 기구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로이 스트라이커(Roy E. Stryker)라는 사람은 농민들의 어려운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인데 저는 이 대목에 이르면 늘 한가지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왜 하필 사진기록 작업을 시작했을까? 차라리 그 돈으로 쌀이라도 한 줌 더 나누어주는 것이 낳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들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엄청난 사진기록을 남깁니다. 그 사진들은 지금 미국의회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무려 27만2000장이라고 합니다.


그 사진들은 미국의 가난한 농부들의 처참한 실상을 세상에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농부들을 돕는 활동을 이끌어냅니다. 결국 제 역할을 한 셈이지요. 말하자면 사진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영향을 미친 것이지요.


이런 사진들을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하지요. 사진이 그저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도구에서 벗어나 이런 역할을 한 것은 굳이 따지자면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 때의 일이야말로 본격적으로 사진이 무언가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은 당시 농업안정국에서 일했던 “도로시아 랭”이라는 사진가의 작품입니다. 사진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아마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아주 유명한 사진입니다.
사진의 제목은 <이민 노동자의 어머니(Magrant Mother)>인데 저는 늘 이 사진을 보면서 우선 어머니의 눈을 봅니다. 무언가 보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은 저 눈. 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엄마에게 부대끼고 있는 두 아이. 머리로 보아 여자아이들인 것 같지만 그냥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냈음에 틀림없는 머리와 남루한 옷. 그러면서 사진은 저에게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말들은 정작 진짜 언어로 풀어 쓰자면 소설 한 권이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일본의 하이쿠처럼 그저 한 마디로 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음을 곧 알게 됩니다. 그 말들은 제 귀로 듣는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 말이고 결국 사진은 그저 사진인 거지요.
이후로도 많은 사진들이 세상사람들에게 말을 합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로 눈 앞에 들이대는 것이지요. ‘당신 사는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이러고 말입니다.
폭격으로 불바다가 된 마을을 뒤로 하고 울며 달려 나오는 벌거벗은 어린 소녀의 한 장 사진은 월남전쟁을 끝내는데 한 몫 했을 터이고, 저의 기억에도 생생한 최루탄 연기 자욱한데 친구 품에 안겨 피 흘리고 있는 한 대학생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었을 것입니다.
만약 사진이 당신에게 말을 걸거든 잘 들어보십시오. 그러나 그 사진들이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각자 제 몫입니다.                     <다음주에 계속>
www.bisphoto.net / bainsoo@yahoo.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그들=정치인, 우리=서민, 캐나다 노조 볼멘소리  캐나다 노조 진영에서 연방하원 휴회상태를 놓고 강력한 항의가 터져 나왔다.캐나다 연방하원은 야 3당의 연립정부(Coalition Government) 설립을 막기 위해 휴회 중인 가운데 캐나다 국내 자동차업체와 노조는...
사진설명: 캐나다에서 출퇴근 거리가 가장 긴 운전자 레슬리 니콜슨씨=굿이어/CNW제공캐나다에서 가장 긴 출근거리 공모전 결과 타이어판매업체 굿이어 캐나다(Goodyear Canada)는 캐나다 국내에서 가장 출퇴근 거리가 먼 사람에 대한 공모전을 벌인 결과...
"2011년까지 대량 실직사태 우려"
캐나다 제지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작년 대비 6.6% 감소했으며, 금전 손실도 4억
치안 당국 총기관리 문제 있다
써리에서 또 다시 총격사고가 발생했다. 9일 오후 5시 30분경에 일어난 이 사고로 남성 한 명이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메트로 밴쿠버 크리스마스 행사장 안내
밴쿠버 각지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한창이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크리스마스의 추억과 훈훈한
구세군에 메트로 밴쿠버 온정 모인다
매트로 밴쿠버에서 구세군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으나 구세군을 통한 빈민 돕기 온정도 규모가 커지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30년대 미국에서 대공황이 일어납니다. 주식 폭락을 시작으로 경제 전체가 그야말로 몰락을 하게 됩니다. 요즘 흔히 미국의 경제 상황을 대공황에 빗대곤 하는데 바로 이 무렵의 일을 말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뭐 모두 다 어려워지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재무부 “내년도 GDP 평균 0.6% 성장전망”
BC주정부는 BC주 경기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힘든 국면을 맞이할 전망인 가운데...
“연방경찰, 연말까지 단속 강화할 예정”
BC주에서만 매년 5000건이 넘는 음주운전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방경찰(RCMP)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매년 3200명이 부상을 입고, 1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중 62%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발생했다....
“주정부, 산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 박차”
산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가 BC주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리차드 뉴펠드(Neufeld) 광산부 BC 장관은 “바이오에너지는 연중 내내 사용 가능한 청정에너지”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활용하면, 2016년까지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카드 복제기 수십여 대 압수”
신용카드 위조단이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5일 이른 오후, 랭리 관할 연방경찰(RCMP)은 범죄조직의 아지트로 알려진 한 가정집에 대한 수색영장을 집행했으며, 이 결과 컴퓨터 수대와 신용카드 복제기 등을 압수했다. 연방경찰은 “만일의 총격 사태에 대비해 사전에...
구세군 창고 도난 2008.12.05 (금)
“불우이웃 도와주세요”
경제난으로 기부도 줄어든 가운데 도둑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물품을 보관해둔 구세군 창고를 털어간 사건이 밴쿠버에서 3일 발생했다. 밴쿠버 시내 구세군에 기부된 물품 2만5000달러 어치가 도난을 당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밴쿠버 시경은 3일...
평범한 BC주 가정 2008.12.05 (금)
로버트와 제니퍼 부부의 2008년
밴쿠버에 아내와 두 자녀와 살고 있는 로버트(Robert)씨는 올해 46세를 맞이했다.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David) ▲존(John) ▲마이클(Michael) ▲제임스(James)와 함께 BC주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다. 그의 47세 아내 이름은 제니퍼(Jannifer)다. 그녀의 이름도 ▲매리(Mary)...
금융 불확실성의 시대 세계금융 시장의 위기를 해소 하기 위한 주요국가(G25)들의 정책공조 노력이 모색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8일의 동시 금리인하 조치에 이은 비금리 정책 부문에서 G25 국가들이 공동보조를 발표하였다. 경색되고 있는 은행 대출부문과 침체된...
  본 칼럼의 독자 여러분은 어제 하루, 어떤 종류의 약을 얼마나 드셨습니까? 종합 비타민은 기본적으로 드실 것이고, 오메가-3, 글루코사민 드시는 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비타민과 오메가-3 정도는 과도하게 많이 섭취하지 않는...
   두산 김경문 감독이 통 크게, 제대로 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온 국민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안겼던 김경문 감독이 귀국 직후인 지난 9월 사비를 털어 두산 직원과 코칭스태프(올림픽 참가 타구단 코치 포함)에게 감사의 선물을 한 사실이 뒤늦게...
"갑자기 만나니 힘들고 반가운 마음에…" 가락시장 찾은 대통령 붙들고 눈물쏟은 박부자 할머니李대통령 "어려우면 연락줘요" 20년 쓰던 목도리 매 줘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서울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73) 할머니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을...
노건평씨 수감… 법원 "배임수재 의심할 상당한 이유 있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씨가 지난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로 4일...
예비 초등생 부모가 준비할 것들 불필요한 사교육은 과감히 잘라낼 것 입학 전, 마음껏 오려붙이고 그리도록 자녀를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학교생활에 적응해 친구들과 잘 어울릴지, 수업은 잘 따라갈지 등 하나부터...
무의식적 심리 해석해 갈등 해소 도와 치료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해야 만 6세인 영미(가명)는 요즘 엄마와 선 긋기·비눗방울 놀이를 자주 한다. "놀이를 통해 영미의 불안감을 없애고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는 게 영미 엄마의 말이다. 최근 자녀의 감정조절,...
 1341  1342  1343  1344  1345  1346  1347  1348  1349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