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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9-02-09 00:00

첫 아이가 태어나 2주도 채 안됐을 때였습니다. 머리 모양 때문에 매번 이쪽 저쪽 돌려 눕혔는데 자꾸 왼쪽으로 자서 오른쪽으로 둘려 놓고 베개로 고여 놨습니다. 잠시 후에 보니 또 왼쪽으로 돌아가 있기에 지켜 보니, 자면서 그 조그만 머리로 탁탁 쳐서 베개를 밀어 틈을 내고 저 편한 자세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귀엽고 놀라왔습니다. 두 주 밖에 안 된 조그만 녀석이 벌써 자기 방식이 생겨서 저 하던 대로 하겠다는 것이.

부모들은 누구나 자기 자녀가 잘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믿는 것을 가르치고 시키고 알려주려 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대체로 부모가 이깁니다. 강압적인 부모일수록 부모 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아이들은 하고 싶지 않아도 시키는 일들을 하고, 부모와 크게 부딪치지 않으며 그 힘에 눌려 삽니다. 그렇다고 이런 아이들이 전혀 저항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두드러지지 않게, “태업”수준의 저항을 합니다. 다시 말해, 더 잘 할 수 있는 데 하지 않고, 능력이 있는 데 열심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부모를 좌절시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진 못해도 (주로 아이가) 부모 쪽으로 심하게 기운 불균형한 상태의 힘의 평형이 깨지기 전 까지는 그 상태로 평화를 유지하며, 겉으로 보기엔 문제없는 가정의 모습을 유지합니다. 오히려 타인들에게는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자녀를 둔 부모라고 부러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지되어온 힘의 평형이 깨질 때 가정에 소용돌이가 일고 부모 자녀 양쪽 모두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예를 들면, 말 잘 듣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심하게 언성을 높이고 거친 말과 태도를 보인다든가, 모범생이었던 아이가 12학년 때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외박에 성적은 곤두박질, 더 심한 경우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간다든가, 명문 대학에 들어간 아이가 갑자기 우울증이 심해져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든가 등, 그 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다양하고 치명적입니다. 아이의 행동이 치명적이고 파괴적일수록 부모는 놀라서 속수무책으로 아이의 눈치만 살피고, 또 무슨 짓을 할까 두려워 아이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다 보면, 입장이 바뀌어 아이들이 권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며, 지금까지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대로 역으로 부모에게 폭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이런 식의 극단적인 자기 표현은 힘은 얻을지언정 자신이 입는 피해가 너무 극심하고 때론 회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아이들이 이렇게 자기를 망가뜨리는 행동을 하는 걸까요?

부모가 하라는 대로만 하고 살던 아이도 몸과 마음이 성장하며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자랍니다. 현실에 불만을 표시하며 저항을 시작할 때, 즉, 자율성을 되찾는 투쟁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반항하는 듯 보이지만 부모와 협상하고 타협하며 아이는 자율성을 배양하면서 동시에 책임감을 기릅니다. 부모의 힘은 서서히 줄고 아이의 힘은 늘어나는 셈이죠. 따라서 치명적인 큰 사건 없이 서서히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그려 나가며 책임 있는 성인으로 살아갈 날을 준비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미약한 저항조차도 부모의 더 큰 힘에 눌려 좌절되고 달리 어찌 해 볼 수 없을 때는 자신을 망가뜨림으로써 부모를 실패하게 만드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합니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모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렇습니다. 사람에게는 자율성으로 표현되는 힘(power)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계속되는 강요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율성이나 삶에 대한 주인 의식, 책임감이 없습니다. 내가 잘못되면 부모 책임이고, 또한 인생을 승/패 구도로 보기 때문에 자신이 망가질수록 부모가 더 실패하는 것이니 자신이 승자가 된다고 착각하기에 힘에 대한 욕구가 충족됩니다. 얼마 전 까지도 아무 말 없이 학교 잘 다니고 성실했던 아이가 순식간에 가출과 결석으로 부모는 망연자실한데 정작 아이는 득의만만해 보이는 경우가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나면 “밥 안 먹어”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밥 안 먹으면 배 고프고, 결국 자기가 손해니 어리석고 무모한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모에게는 이런 방법이 통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 밥을 먹는 당연한 일에 엄마가 더 애 타 할 때, 밥이 엄마의 약점이고 ‘밥을 먹어 주는’ 게 아이의 무기가 되는 겁니다. 같은 원리로, 부모가 자녀의 공부나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바로 그것이 부모의 약점이 되고, 자녀는 공부를 무기로 사용합니다. 공부를 안 할 수록, 성적이 떨어질수록 부모는 더 좌절하고 힘을 잃기에 부모를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아이 자신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니, 결국 양쪽 모두 피해를 입으면서도 어느 한 쪽이 –이번엔 부모가- 완전히 항복할 때까지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힘에 대한 욕구 때문입니다.

자녀의 건강, 재능, 능력, 외모, 성취, 성적 모두 부모에게는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그렇지만 그 어느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강요하면 자녀에게 무기가 되어 부모와의 전쟁에 사용합니다. 부모가 원하는 것과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구별하고, 비록 자녀에게 필요한 일을 시킬지라도 자녀도 자신만의 욕구가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자녀의 자율성을 박탈하지 않도록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부모가 해야 할 어렵지만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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