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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논할 수 있는 부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2-23 00:00

상황 1.

형석이는 6학년입니다. 휴식 시간에 자판기 앞을 지나는데 캔이 하나 나와 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구꺼지.. 하며 그냥 둘까 하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고 이미 수업종이 울린 후라 별 생각없이 집어 들고 교실로 갔습니다. 횡재했다기보다 약간 꺼림직해서 당장 마시지 않고 어정쩡하게 갖고 있는데 주변 친구들이 어디서 났냐고, 마시자고 해서 나눠 먹고는 잊어버렸습니다. 그 날 수업 끝나고 담임 선생님이 부르더니, 엘리스가 사다 논 음료수가 없어졌다고, 애들이 그러는데 네가 마시는 거 봤다고, 그거 네가 산 거냐고 묻는데, 자판기에서 주웠다고 해도 본 사람이 없어 상황은 ‘형석이가 엘리스의 음료수를 가져갔다’(정확히 말해, 훔쳐다 먹어버렸다)고 되어 버렸습니다.

 

상황 2.

준수는 10학년 입니다. 하교 후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나오는데 문 닫은 카페테리아 카운터 뒤에 있는 음료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려진 철창 사이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였습니다. 친구는 망을 보고 준수는 손을 뻗어 캔을 잡으려다 교직원과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교직원에 이끌려 상담교사에게 넘겨 지고, 준수를 본 선생님은 “이럴 리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믿을 수 없어 했습니다. 왜냐하면 준수는 평소 성적도 좋고 태도도 좋아 선생님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방과 후라 내일 아침 교장실로 오라는 지시와 함께 돌려 보내졌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형석이는 이 일로 하루 정학을 받았고, 준수는 카페테리아 주인에게 사과하고 삼 일간 점심시간에 청소를 돕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참 불공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형석이는 주운 것이고, 준수는 처음부터 명백히 훔치려는 의도를 갖고 행동을 한 것이니, ‘죄질’로 보면 준수가 더 나쁜 데 말입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형석이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으로 괴로워했습니다. 우선 주인 없는 음료수를 들고 온 자신에 대한 후회로 괴로웠지만, 그보다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말했을 때 일어날 일이 더욱 큰 두려움이었습니다. 흥분해서 펄펄 뛰고 혼낼 부모 생각을 하니 더욱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말을 안했습니다. 다음 날,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받은 부모는 그야말로 당황해서 학교로 달려와 선생님과 만났습니다. 부모는 선생님 말만 듣고 훔치지 않았다는 형석이에게는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잠자코 있으라” 윽박지르며, 선생님에게는 미안하다고 남의 것을 훔쳤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며 하루 정학도 감사하다며 돌아왔습니다. 형석이는 정말 너무 억울한데 부모마저도 형석이 입장을 들어주지도 않고 오히려 도둑놈 취급을 하니 정말 기댈 데가 없었습니다. 울분을 혼자 마음 속으로 삭이며 학교와 집 양쪽에서 벌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준수는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부모님과 의논했습니다. 부모를 실망시키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부모를 믿기에,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며 도와주리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부모는 준수의 얘기를 다 듣고, 이제 어떻게 할건지, 이 일을 통해서 뭘 배웠는지를 묻고, 다음 날 준수와 함께 학교로 갔습니다. 교장과 만나 준수의 행동을 사과하고, 이 사건을 놓고 부모와 준수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고, 준수가 이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었으며, 부모도 준수를 믿고 한 번의 실수가 자라는 아이의 삶에 지나치게 큰 상처를 내지 않기를 바란다며 면담을 마쳤습니다.

 

청소년들은 아직 인격이 미성숙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절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어서 순간의 판단착오로 후회할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평소엔 생각도 못했던 사고를 치고 문제를 일으켜 어쩔 줄 모를 때, 부모에게 솔직히 털어 놓고 의논할 수 있으면 더 이상의 문제를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실망시킬 수 없어서, 또는 부모의 분노나 폭력이 두려워서 친구와 상의하거나 혼자 처리하는 바람에 문제가 더 커집니다. 아이들이 부모와 의논하지 않는 이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생겨서 부모에게 털어 놓을 때는 ‘잘못했으니 도와달라’는 뜻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은 듣는 즉시 흥분해서 잘잘못을 따지고 혼내고 벌주며 ‘네가 한 일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며 ‘부모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만을 되풀이 할 때가 많습니다. 이미 문제에 시달리며 고민하고 지친 아이의 입장에서는 ‘말해봐야 더 손해’일 뿐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할수록 아이들이 부모에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 부모 앞에 오는 것은 이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동시에 그만큼 부모를 신뢰한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 모든 얘기를 들어주고 ‘걱정하지마, 우리가 너를 도와 주겠다’ 라고 아이들을 잡아 주고, 힘들고 지칠 때 기댈 수 있는 벽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 편히 다가오며 더 큰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형석이와 준수 부모 어느 쪽에 가깝습니까? 혹시 먼저 화부터 내지는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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