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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가 아닌 이제는 세계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3-05 00:00

앨버타주 한국어 제 2외국어 채택 일등공신

캘거리 한국어학교 이원재 이사장

한국이 모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자녀가 성장하면서 점차 설득력을 잃게 된다.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한국 문화 특히 언어에 익숙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캐나다에 살고 있으며 이 땅에 온전히 뿌리내려야 하는 자녀에게 한국어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민 2세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견고한 고리는 없을까?

33년 전 이민오자 마자 한국어 교육 필요성 절감

한국어는 더 이상 동북아시아 작은 공간에 갇힌 언어가 아니다. 한민족 이외에도, 한국어를 구사하거나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다시 말해, 한국어는 점차 ‘세계어’의 지위를 얻고 있다. 캘거리 한국어학교 이원재 이사장은 누구보다 이점을 주목한다.

“앨버타주에서는 한국어가 제 2외국어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어 있는데, 한인 이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강생 중에서 비(非) 한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나 될 정도입니다. 따라서 한국어를 오직 모국어로만 취급하고 교육하는 것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원재 이사장의 한국어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2005년, 앨버타주에서 한국어가 제 2외국어 정식과목이 된 것도 이 이사장의 힘이 컸다.

“76년 이민 왔는데, 그때부터 한국어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처음에는 각 한인 가정에 학습지를 만들어 돌렸는데, 그게 호응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79년 3월 31일에 한국어학교를 처음 열게 되었지요.”

앨버타 주정부에 한국어를 제 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한 것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이원재 이사장에게 맡겨진 하나의 ‘미션’이었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이 이사장은 우선 주정부가 내건 조건이 무엇인지 상세히 살폈다. 한국어가 제 2외국어 정식교과목으로 채택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그런데 그 조건이라는 게 충족시키기 모두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요구가 주정부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한국어 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민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한인사회에서, 이 같은 사람을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지요.”

교과과정이 확실히 수립되어 있어야 하고, 외국인을 위한 체계적인 한국어 교재도 필요했다. 이 역시 이 이사장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누군가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오랜 시간과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의 의견은 달랐다.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정부의 조건을 곧이곧대로 다 지킬 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규정만 내세워서 한국어 교육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는 거였죠.”

 

제 2외국어로서의 교재 개발이 시급

이 이사장의 주정부 설득 작업은 끈기 있기 진행됐다.

“한국 유학생들이 내는 학비가 전체 교육 재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주정부도 그에 맞는 대접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거죠. 제 뜻이 통했던 탓인지, 주정부의 요구조건은 셋에서 하나로 줄었습니다. 교과 과정만 제대로 만들어 오면, 그때 가서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그러더군요.”

교과 과정을 만드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 있을 때 합동통신 기자로 일했고 오랜 시간 한국어 보급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원재 이사장 역시 ‘교육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열정’이었다. 이곳 저곳에서 자료를 모았고, 최상의 교과 과정을 만들기 위해 고치고 또 고쳤다.

그렇게 만든 커리큘럼을 주정부에 제출하자마자, 바로 승인이 떨어졌다. 한국어를 제 2외국어로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약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이사장으로선 큰 짐 하나를 덜어 놓은 느낌이었다.

“교과과정은 제가 만들었지만, 캘거리 교육청에 교육에 관한 모든 권리를 위임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기관에서 전체 교육과정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에 그 흔한 ‘자리 하나’를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이 이사장의 신념과는 배치되는 일이었다. ‘모국어를 가지고 밥 먹을 생각하지 말라’는 게 그의 신조다. 실제로 이사장으로서 그의 월급은 한 푼도 없다. 현재 직업인 한의사가 그의 생계수단이다.

“한국어 교육은, 특히 한국어 교재는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질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자란 점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세들이 필요로 하는 한국어가 과연 어떤 모습인지, 그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한국어 교육은 한국에서의 교육과정과는 당연히 달라야 합니다. 문화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니까요. 제가 봤을 때는, 제 2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재 개발이 가장 시급한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사는 자녀들에게 모국어는 영어라는 것을 인정해야지요. 자꾸 정체성만 강조해선 곤란합니다.”

한국어 교육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한국어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과 투자도 ‘현실’이 아닌 바로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이원재 이사장은 이 말을 남겼다.

“한국이라는 게, 한국어라는 게 이 땅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부모들은 우선 그것부터 챙겨야 합니다. 그것을 스스로 깨달은 후에야,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가 가능해 지겠지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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