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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불능화 쇼' 북한에 '사기' 당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5-27 00:00

북한의 영변 재처리시설 재가동

"6자회담에서 그동안 '북핵 폐기로 가는 의미 있고 중대한 진전'이라고 포장했던 '불능화'는 결국 미신(迷信)이었다는 실체가 드러난 것입니다."

북핵과 관련된 한 외교소식통은 27일 북한의 영변 재처리시설 재가동 소식이 확인된 뒤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소 1년 이상 못 쓰게 만들었다던 영변 핵시설에서 벌써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추출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도 했다.

그의 말처럼 북한은 지난달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 의장성명 채택에 반발해 "모든 핵시설을 원상복구하겠다"고 발표한 후 한 달 남짓 만에 재처리시설을 복구·재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솔직히 불능화 조치가 이렇게 빨리 되돌려질 수 있으리라고는 협상 과정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 변화를 접하며 지난 2년여간의 불능화 진행과정을 돌이켜봤다. 2007년 6자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가동중지'(동결)와 '핵폐기'의 중간 단계로서 '불능화'(disablement)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온갖 장밋빛 설명이 넘쳤었다. 당시 미측 수석대표는 "시설의 핵심 부품을 제거해 못 쓰게 만드는 것으로, 이를 복구하려고 해도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장담했고, 북측 대표는 "황소를 거세하는 것과 같다"는 명쾌한 표현으로 이해를 도왔다.

불능화 작업이 실제로 시작된 후에 우리 외교부 장관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접어드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6월에는 영변에 미국 방송을 불러 냉각탑을 폭파하고 이를 전 세계에 중계방송하는 이벤트를 벌이며 불능화의 순탄한 진행을 자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6자회담 당사자들은 북한이 합의사항을 뒤엎고 불과 몇 달 만에 빠른 속도로 '불능화 역주행'을 해나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 불능화 대가로 지금까지 북한에 제공한 중유 60만t 이상의 지원은 되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사기를 당한 듯한 느낌"이라는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이 현재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듯싶다.

임민혁·정치부 I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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