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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6-05 00:00

한국전 참전 전(前) 간호장교 전성호 대위

수십 년 세월이 흘렀지만, 한번 각인된 기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전쟁은 당시 간호장교로 참전했던 전성호씨(84)에겐 떨쳐낼 수 없는 참혹한 기억이다. 이 전쟁에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남북한 합쳐 5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500만’이라는 숫자를 접해도, 현장을 목격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전쟁이 얼마나 잔혹하고 처참한지를.

전쟁의 비참함, 젊은 세대들은 경험하지 말아야

전성호씨는 “먹고 살기 위해서 군에 입대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귀국했지만, 해방 직후 한국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간호사 월급으로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다. 마음에 쏙 드는 직장을 찾는 것도 힘들었다.

“시청에 다니던 친구가 그러더군요. 군에 입대하면 의식주 문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부대에서 잠도 재워주고, 밥도 주고, 옷이야 뭐 군복을 입으면 되니까요.”

1948년 8월 26일, 전성호씨는 간호장교로 입대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먹고 사는 걱정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입 장교 앞에는 격정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혹했던 한국 전쟁. 전성호씨는 동료 장교들과 영화 구경을 가는 길에, 그 전쟁과 맞닥뜨렸다. 부대로 복귀하라는 헌병들의 고함소리가 온 거리를 가득 채웠다. 전성호씨는 동료들과 함께 서둘러 병원으로 돌아갔다.

“피범벅 된 부상병들이 병원으로 갑자기 밀려들어왔어요. 그들은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당시 병원 상황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병실도 모자라 침대를 모두 치우고 마룻바닥에 환자들을 눕혔지요. 복도에도 부상병들이 즐비했어요.”

이튿날 지축을 흔드는 폭음이 들려왔다. 한강다리가 끊어진 것이다. 전성호씨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제서야 전쟁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리가 끊어지면서 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해요. 강변에는 배라도 얻어 타려는 피난민들로 북적거렸지요. 북한군이 밀려오면서, 저희 부대에도 후퇴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부상병 전부와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팔이 떨어져나간 병사, 다리가 잘린 병사… 그 젊디 젊은 군인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부산까지 밀려 내려간 피난민들의 삶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들의 울음소리,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한 어미의 절규가 아직도 전성호씨의 귀에 들리는 듯하다.

“무서웠습니다, 너무나 무서웠어요. 피난민들을 괴롭히던 공포를 저 역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핏줄을 지닌 형제라 해도 전장에서 적으로 만나면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 하는 그 비극적인 상황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무서웠어요.”

휴전이 되고 눈가에 깊은 주름이 생길 만큼의 시간이 흘렀지만, 전성호씨는 여전히 전쟁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해마다 6월이 되면 그때의 비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온몸에 부상을 입고 결국 사라져간 병사들을 기억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그 비참했던 전쟁을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모든 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전쟁을, 모든 전쟁을 반대합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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