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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 아시아인 최초 ‘PGA 챔피언십’ 우승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8-18 00:00


양용은의 '인생 역전 샷'
공사 현장·웨이터 전전 19세에 늦깎이 골프 입문 부친은 "농사나 짓자"
한(韓)·일(日)·유럽대회 우승 늘 더 큰 무대에 도전… 메이저 제패 '영웅 탄생'

'바람의 아들, 타이거 우즈를 꺾었다.'

미국프로골프 PGA 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처음으로 양용은(37)이 챔피언에 오른 17일. 그가 나온 제주고(옛 제주농고) 교문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서정필 교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열심히 하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용은이의 모습에서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용은 선수가 16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에서 열린 미 프로골프(PGA)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뒤 주먹을 추켜올리자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AP 뉴시스

 

 

양용은은 19세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가 두 살 때 미국의 유명 TV 쇼에 나와 '골프 신동'의 존재를 알렸던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1972년 제주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제주농고 1학년 때 보디빌더가 되고 싶었고, 3학년 학생기록부엔 '대학진학'이 꿈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3남5녀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에게 이런 꿈은 사치였는지 모른다. 양용은이 넷째고, 1분 늦게 태어난 쌍둥이 여동생이 다섯째이다. 고교 졸업 후 6개월가량 아버지 농사를 돕던 양용은은 용돈 벌이라도 하겠다며 골프연습장에서 먹고 자며 볼 줍는 일을 했다. 이것이 골프와의 첫 인연이었다.

아버지 양한준(65)씨가 "골프는 부자나 하는 운동이니 농사를 짓자"고 설득했다. 아버지 성화에 양용은은 건설사에 들어가 굴착기 기술을 배웠지만, 무릎을 다쳐 두 달 만에 그만뒀고,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청춘을 보냈다. 양용은은 "참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절이었다"고 했지만, 어두운 길로는 가지 않았다.

1991년 단기사병으로 제대한 뒤, 제주 오라골프장 연습장에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공을 주우며 남들이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제부터 이걸로 밥벌이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한다. 조명시설이 없던 시절이라 밤에 플래시 하나에 의존해 양용은은 선배에게 얻은 중고채로 스윙을 연습했다. 양용은은 "남들 공 10박스 치면 나는 100박스 칠 정도로 골프가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3살 때 쌍둥이 여동생 현심씨와 함께한 양용은(오른쪽)./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스물네 살이던 1996년 '꿈에도 그리던' 프로 테스트에 합격했지만 아무도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그 해 스물한 살이던 타이거 우즈는 나이키와 4000만달러, 타이틀리스트와 2000만달러의 후원 계약을 맺으며 미 PGA투어에 정식 데뷔했다. 골격이 굳어진 19세에 골프채를 처음 잡은 그가 5년 만에 프로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도 웬만한 노력으로는 힘든 일이었다.

양용은은 1999년 상금 랭킹 9위에 올랐지만, 벌어들인 돈은 1800만원 남짓이었다. 스스로 "구두닦이 전국 9위도 그것보다는 더 벌겠다"고 말할 정도로 적은 벌이였지만, 한눈팔지 않고 연습장과 대회장만 오간 그였다.

2002년 국내에서 첫 승을 올린 양용은은 2004년 일본 투어에서 2승을 올리면서 처음으로 삶의 안정을 찾았다. 양용은은 "일본투어 시험을 보기 위해 용인의 월세 15만원짜리 단칸방에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남겨 놓고 떠날 때는 가슴에서 피눈물이 났다"고 했다. 2006년 한국 오픈에서 레티프 구센 등을 제치고 우승한 자격으로 출전한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즈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우즈를 꺾고 이룬 17일의 메이저 우승이 예고됐던 것인지 모른다.





보디빌더의 꿈을 키우던 고교 시절 양용은은 ‘몸짱’으로 통했다./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존경'하는 최경주 선배의 길을 따라 2005년부터 미 PGA투어 도전에 나섰다. 퀄리파잉 스쿨(자격 시험)을 3수(修) 끝에 통과해 2008년 데뷔했지만 29개 대회에서 17차례 컷을 통과하지 못하며 상금 순위 157위로 힘들게 딴 카드를 잃고 말았다.

서른 여섯의 나이에 이런 역경을 만나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한국이나 일본으로 돌아올 법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골프 검정고시생'이라고 할 만큼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던 그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체계적인 골프 레슨을 받았다. 그립부터 어드레스, 백 스윙 등 골프의 ABC를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양용은은 "골프 인생을 건 마지막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죽을 각오로 스윙 교정에 매달렸다"고 했다.

다시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해 합격했지만, 출전 예정 선수들 가운데 빈 자리가 나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대기자 신분이었다. 지난 1월 소니 오픈 때는 하와이까지 날아가 1주일을 기다렸지만 자리가 나지 않아, '피' 같은 2500달러를 체재비로 날리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던 그에게 골프의 신은 미소를 지었다. 올해 3월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5개월 만에 그와는 모든 게 달랐던 골프의 '수퍼 엘리트' 타이거 우즈를 꺾고 '골프 사상 최대 이변'을 엮어냈다.

춥고 배고프고 가족까지 힘들게 했던 늦깎이 골퍼의 길,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양용은은 "지금도 골프장에 서 있으면 가슴이 뿌듯해요. 제가 어린 시절 여기에 서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인들 했겠어요"라며 껄껄 웃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삼켜 버린 '바람의 아들'은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했다.





제주농고 시절의 양용은. 양용은의 고교 생활기록부에는 ‘내성적이지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학생’이라고 기록돼 있다./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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