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이중언어의 중요성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9-24 00:00

이중언어의 중요성

 

캐나다의 공식 언어는 불어와 영어지만 정작 번화가로 나서 길을 걷다 우연히 귀에 들리는 말은

영어나 불어가 아닌 경우가 많다. 밴쿠버에선 스시집에 간다 해도 일본인 주방장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며 태권도장에서도 종종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관장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

을 쉽게 목격 할 수 있다.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관심분야에 대해 본토인 전문가로부터 정확하게 배울 수 있는 이곳. 전 세계인의 문화가 한곳에 모인 다민족복합사회 밴쿠버다.

 

얼마 전 여러 여름 캠프를 다니며 겪은 일화다. 캠프 첫날 일정표 대로 아이들과 오순도순 이

야기를 나누며 맑은 공기 속에 산길을 걷고 있었다. 얼마 안가 몇 아이들이 멀리 뒤쳐졌다는 걸

깨닫고 그들을 데리러 갔다. 한참을 뛰어가니 갈색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두 남녀 꼬마 학생들

이 알아 듣질 못할 언어로 이야기를 하며 한창 허클베리를 맛있게 따먹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영어가 모국어일 거라고 생각해 별 다르게 신경을 써주지 않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까부터 다

른 아이들과 섞여있을 때부터 의기소침하고 둘이서만 붙어 말하던 모습이 생각이 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이들과 짧은 대화를 하다 보니 곧 그들이 러시아에서 이민을 왔고 현지 아이들과 똑같이 영어도 능숙하게 구사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캠프의 첫날이 끝나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아까 그 러시아 아이들은 엄마가 오자 눈이 휘둥그래지며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 러시아어로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며 매달려 떨어질 줄을 몰랐다.

 

캐나다 인권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밴쿠버 내 거주하는 20세에서 50세 사이의 사람들 중에서 이중언어를 구사 할 수 있는 비율은 전체에 10%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통계를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위에 두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름대로 밴쿠버 한인들을 모국어와 영어를 중심으로 크게 세 그룹으로 구분해 보니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었다. 한국어에는 능숙하지만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 반대로 영어는 완벽하지만 한국어에는 젬병인 한인들. 한국어랑 영어 중 어느 한 언어도 능숙히 구사치 못하는 학생들.

 

자신의 생각을 전혀 다른 두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간도 많이 걸릴 뿐

더러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훈련 끝에 이중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다면 그것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도 없다. 한국어에 영어라는 무기를 장착하게 되면 누구나 알다시피 훨씬 더 넓은 세상과의 교류가 가능해지고 한국어만을 했을 때보다 교육과 일에 관련해 사회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영어만을 구사하던 한인이 한국말에 능숙하게 된다면 한국어 만을 구사하는 대부분의 이민 1세 부모님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화목한 가정을 이룩할 수 있고 자아성취도 가능하다. 나아가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국어를 통해서만이 가장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의 어느 친구가 있다 한들 가족과 같이 속 마음을 완벽히 터놓고 얘기 할 수 있으랴. 바로 이러한 것들이 모국어 구사의 중요성인 듯 싶다.

 

간혹 가다 자녀들의 현지에서의 빠른 적응을 위해 집에서 마저 영어 쓰기를 강요하는 한인 부모들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의 뛰어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아이들은 보았지만 수준 높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학생들은 보지 못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주위 몇 한인들의 추태에 전체 한국을 비추어 자국을 증오하고 악착같이 한국어를 잊고 영어만이 최고라며 두 엄지를 치켜세우는 한인들도 많이 봐왔다. 좋든 밉던 한국의 지난 반만년의 역사는 한 개인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단되기에는 너무나 숭고하다. 먼 타지에 영어를 배우러 왔으니 영어에 집중 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만큼 모국어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한 때이다. 엄마를 안고 엄마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던 러시아 소녀 같이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자국어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만큼 큰 비극이 또 있을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한인회, 밴쿠버 동계 올림픽 응원 준비 중
이근백 밴쿠버 한인회 올림픽 후원회 회장은 29일 한인 기자회견을 통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응원 준비..
BC주정부 트랜스 지방 규정 강화
BC주정부가 9월 30일부터 트랜스 지방 규정을 더 강화했다. 바뀐 공공보건법으로 제정된 새 규정은 BC주 모든 요식업계가 영향을 받으며 식당면허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새로 발효된 3가지 규정은 다음과 같다. ▶판매하는 모든 음식의 재료...
여당 “충분한 조처 했다”, 야당 “예산 삭감했다”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본 여성과 아동 보호 문제를 놓고 BC주 여야가 씨름하고 있다. 발단은 아동권익 단체 ‘Representative for Children and Youth’가 BC주정부의 피해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 24일 밴쿠버 아일랜드 오크베이에서 발생한 한인 일가족 살인사건...
갑작스럽게 문 닫은 VTC 어학원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1대1 영어 말하기 튜터링을 제공해오던 VTC 어학원(VTC Education Inc.)이 28일..
서부캐나다 해병대 전우회(회장 이철호)가 주최한 사격대회가 지난 26일(토) 랭리 소재 건클럽에서 열렸다. 6.25 전쟁 중 적치하에 있던 수도 서울을 9.28일 탈환한 역사적인 해병대 전승을 기념한 사격 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회원과 가족 50여명이...
BC주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1.52명으로 조사됐다. 출산율은 15세에서 49세 사이 가임여성 1인당 평생 출산하는 평균 자녀수를 나타낸 것이다. BC주 통계청은 최근 통계자료에서 BC주의 이 수치가 캐나다 평균(1.66명)에도 못 미친다고 보고했다. 캐나다 주 중에서...
BC주정부 예방대책 발표
BC주정부는 28일 올해 예방주사 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종플루(H1N1) 예방접종을 빠르면 11월부터..
윤락여성 감금 및 상해 혐의 등
밴쿠버에서 억만장자로 유명한 팅 곽 데이비드 호(Ho, 57세)씨가 28일 경찰에 체포됐다. 호 씨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하모니 에어웨이(Harmony Airways)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큰 사업을 해 온 홍콩출신 사업가이다.  밴쿠버 경찰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호 씨는...
53세 여성 현장서 숨져.. 3명 중경상
지난 26일 오후 8시 48분, 써리에서 있었던 교통사고로 한국인 1명이 희생됐다. 써리 RCMP는..
세계한인무역협회인 월드옥타(World-OKTA 회장 고석화)의 미주 활성화 대회가 24일 美 캘리포니아주  LA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OKTA 남가주지회(회장 은석찬)가 준비한 이번 행사에는 옥타의 미주지역 각 대표들은 물론 중국, 일본, 영국, 인도네시아,...
챔피언 먹었어요 2009.09.25 (금)
 9월 12일 열린 제 6회 한인주니어 테니스대회 여자부에서 유선우 선수가 우승했다. 30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 남자부는 남승재, 남자부 A 그룹은 박찬수, B그룹은 김준수, C그룹은 이건엽이 각각 우승했다. 사진 한인테니스협회
자연의학(Naturopathic Medicine)
약물치료가 아닌 자연을 중심으로 인간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은 세계적으로...
밴쿠버 단독주택 연소득 12만달러 넘어야
캐나다에서 ‘내 집’을 갖는다는 것, 특히 이민자에게 있어 ‘집’은 의미가 다른 새로운..
길이 2.9km, 2830개 수직 계단 오르기
모두 2830개의 계단, 거리로는 2.9km, 정상(해발 1127m)까지의 고도 차이가 853m에 이르는 수직 등산코스. 밴쿠버에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올랐을 법한, 노스 밴쿠버 소재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오르기 대회(1251계단)와...
가을이 지나면 잔디도 동면기(dormant)에 들어간다. 동면하는 동물이 몸을 불리 듯..
[이사람] 미술작가 김승영
노스 밴쿠버, Café for Contemporary Art(CAFCA)에서 개인 초청전을 갖는 미술작가 김승영 씨를 만났다. 김승영 씨는 홍익대학교 조소과 및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물을 비롯한 자연 소재를 사용하여 명상적 공간을 만들거나, 공간의 구조를 빛과 음향, 사진, 기계장치...
코퀴틀람서 카지노 나선 후 적발돼
코퀴틀람 담당 연방경찰(RCMP)은 25일 오전 3시 술에 취한 운전자가 코퀴틀람 시내 블루버드 카지노에서 차를 몰고 나갔다는 제보를 받고 인근에서 운전자를 체포한 결과, 코퀴틀람 지서 소속 연방경찰 경관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경관이 “경찰서로...
캐나다 정부와 주정부 공동 발표
캐나다 정부와 BC주정부는 공동으로 예산투자를 통해 총 174개 사회시설 개발 사업에 7억19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고든 캠벨(Campbell) 주수상은 “BC주 곳곳에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념품 판매
밴쿠버 동계올림픽 위원회(VANOC)는 동계올림픽 기념품으로 10월 1일부터 벙어리 장갑을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제작된 장갑에는 올림픽로고와 메이플리프가 상징적으로 박혀있다. VANOC측은 여느 기념품보다 저렴한 가격(10달러)에...
넓고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당당하게 공부한다 호텔경영 건축 농학 생명과학 등 세계적 명성 코넬 대학교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코넬이 위치한 뉴욕주 이타카에 공항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많은 이들이 인근 시라큐스에서 1시간 20분 정도를 운전해...
 1291  1292  1293  1294  1295  1296  1297  1298  1299  1300